[이기수 칼럼] 더 늦기 전, 이재명은 청룡언월도를 들라

이기수 기자 2024. 2. 20.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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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낙연 새로운미래 대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 경향신문 자료사진

총선 공기가 달라졌다. 설 전후 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 지지율(한국갤럽)이 ‘35 대 34’에서 ‘31 대 37’로 역전됐다. ‘김건희 디올백’ 파장은 끝난 건가. 여론조사 전문가 3명에게 물었다. 답이 재밌다. 그렇진 않을 거라고…. 설 전후엔 지역구 공천 여론조사·발표가 많았던 여당 표가 더 반응했을 수 있다고…. 여당의 ‘김무성 불출마·김성태 낙천 수락’ 뉴스와 민주당의 ‘친명·비명·친문 싸움’ 뉴스를 대비시킨 이도 있다. 선거 공학이든 몸부림이든, 셋의 총선 평은 모아졌다. 여당 상승세, 야당 내림세다.

민주당은 위기다. 승복하는 이, 헌신하는 이가 없다. 공천자·낙천자·경선자 다 이재명과의 거리만 따진다. 그러다 ‘의정활동 하위 20%’를 통지받은 국회부의장이 당을 떠났다. 밖으로는, 진보·시민사회와의 지역구·비례연합 협의도 순번 밀당에 가다서다 한다. 정권심판의 대의, 선당후사의 공심, 공천 잣대의 신뢰, 주류의 리더십이 다 흔들린 것이다. 설까지 앞서다 진 4월 총선이 두 번 있었다. 이명박 심판 열기에 붕 떠가다 박근혜 비대위에 진 2012년 민주통합당이 그랬다. 진박·친박·비박 감별하며 당 옥새까지 다투다 진 2016년 새누리당이 그랬다. 지금 민주당도 2024년에 그럴 수 있다.

지지율은 경종일 뿐이다. 청년은 일자리 없어 놀고, 노인은 돈이 없어 일한다. 소상공인·건설사 폐업이 줄 잇고, 설 제사상에 ‘금사과’를 못 올린 물가는 지금도 하늘이다. 민주주의는 삶의 위기에서 온다. 힘없고 가난한 이의 눈물을 먹고 자란다. 이 아우성치는 민생 어디에 민주당이 서 있는가. 방송 장악, 약속 사면, 유병호 감사원 폭주에 대변인 논평 한 줄이 전부인가. 홍범도를 지우고, ‘윤석열·한동훈 10년’을 꿈꾸는 검찰국가가 대한민국 미래인가. 핏줄 선 외침도, 결기도, 목마름도 없는 제1야당에 물 줄 국민은 없다. 곤두박질친 존재감, 그들만 모르는 위기감, 이것이 민주당의 진짜 위기다.

이준석·이낙연의 동행이 11일 만에 깨졌다. 여성가족부 폐지, 장애인 시위, 노인 무임승차 폐지…. 당 정체성이 걸린 중대한 이견을 미봉한 채 한 지붕 다섯 가족이 얼마나 멀리 갈 수 있었을까. ‘빅텐트’라 썼지만, 사람들은 ‘섞어찌개’로 읽었다. 거대 양당 사당화를 새 정치 이유로 삼더니, “이준석 사당”이라 치고받은 건 블랙코미디다. 두고두고, 국고보조금과 총선 번호가 회자될 때마다 ‘선거공학 흑역사’로 소환될 게다.

야권엔 조국 불씨도 지펴졌다. 창당 D-데이는 2말3초, 그는 석 달 전 밝힌 “비법률적 명예회복”의 길로 정치를 택했다. 수긍할 이 많지 않다. 1·2심(징역 2년)대로면, 그는 대법 판결 후 구속된다. 입시비리는 사실로 단죄됐고, 내로남불은 민주·진보 분열의 씨앗이 됐다. 조국신당은 팬덤·소수당 전략이다. ‘검찰독재 심판’이 조국만의 화두일 리 없다. 정치 입문은 기본권이다. 단, 여전히 나는 그의 첫발이 백의종군이길 바란다.

정권심판론은 사분오열됐다. 용산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역으로, 뿔뿔이 책임 공방할 야권은 공멸 위기다. 이재명·이낙연·이준석·조국은 역사 앞에 고개를 들 수 있는가.

이재명은 더 품고, 더 소통하고, 더 양보해야 한다. 그때서야 혁신도 통합도 함께 진통하며 멀리 갈 수 있다. 169명 배지의 생사여탈을 가르고 새피를 수혈하는 건 대작업이다. 단, 지는 떡잎은 비명이고, 주류 희생이 없으면, 새순이 온전히 틔워질까. 성공한 순혈 정당이 없다. 공천 잡음이 컸던 당은 어김없이 총선에서 졌다. 그 내홍은 커지고 정권심판 뉴스까지 뜸하니, 이재명의 말발과 메아리도 커질 리가 없다. ‘총선 패장’ 이재명의 대권 길이 있을까. 없거나 험로다. DJ는 좌장 권노갑을 불출마시키며, 그 많은 동교동의 출마 민원과 원성을 넘어갔다. 그렇게 결단하고, 그렇게 뭉쳐 크게 싸워야 한다. 정치는 권한과 책임이 같다. 야권 리더 이재명이 쥘 것은 손익계산서가 아니라 삼국지 관우가 내리친 ‘청룡언월도’여야 한다.

설로 돌아간다. 다 혀를 찼다. 어느 자리선 말도 못 꺼내게 했다. 술맛·밥맛 떨어진다고…. ‘V2의 디올백’은 그렇게 입에도 담기 싫은 울화로 남았다. 사과 없이 덮어도, 디올백은 30%대 국정지지율과 불통의 상징으로, 윤석열·김건희 부부 얼굴 너머로, 끝까지 선거판에 어른거릴 게다. 여당은 이제 ‘찐윤·영남’ 공천이 몰린 난코스로 접어든다. 콜라·사이다·주스의 영역 싸움이 이럴 게다. ‘정권 심판’ ‘민주당 심판’ ‘양당 심판’ 소리가 터질 총선이 어느새 7주 앞으로 다가섰다.

이기수 편집인·논설주간

이기수 편집인·논설주간 ks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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