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In&Out]근현대건물에서 클래식 음악과 함께 즐기는 '지금, 여기, 현대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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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오후 찾은 대전복합예술문화공간 헤레디움.
이곳에선 일상과 예술의 경계를 허무는 '지금, 여기, 현대미술' 특별전 행사가 개최됐다.
마지막 곡은 피아졸라의 '봄'으로 지금까지의 연주와는 사뭇 다른 화려하고 격정적인 음악에 주변 이목이 쏠렸다.
지금 이곳에서는 작가가 숨겨둔 의도나 상징을 유추하는 게 아닌 보는 이의 내면, 느끼는 바에 집중해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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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와 어울리는 4곡의 클래식 음악…"그림에 활력 불어넣어"
불안했던 과거와 현재, 허구의 미래…일상 속 물건도 예술로 승화
"현대 미술을 한마디로 정의하는 것은 미술을 업으로 삼는 사람에게도 쉬운 일이 아닙니다. 작가의 의도와 숨겨둔 상징을 유추하려 애쓰기보다 지금, 여기에서 이 작품과 '나'에 집중하는 것이야말로 현대미술을 만날 때 필요한 자세 아닐까요?"
지난 15일 오후 찾은 대전복합예술문화공간 헤레디움. 이곳에선 일상과 예술의 경계를 허무는 '지금, 여기, 현대미술' 특별전 행사가 개최됐다. 이달 16일부터 약 한 달간 진행되는 이번 전시를 앞두고 작품과 어울리는 음악회와 작품에 대한 간략한 설명이 한창이었다.
음악회에선 바이올린과 첼로, 피아노 트리오가 전시와 어울리는 4곡의 클래식 음악을 선보였다. 무대를 연 것은 웰컴 투 동막골의 OST인 미치루 오시마의 '카쟈뷰(Kazabue)'였다. 트리오는 선율 위에서 외줄타기하듯 조심스럽게 고개를 흔들었고, 현을 다루는 가벼운 손짓에 주변에서도 함께 리듬을 맞췄다. 뒤이어 밝고 경쾌하지만 지나치지 않은 윌리엄 볼컴의 '우아한 유령'과 차분하지만 사랑스러운 멜로디인 에릭 사티의 '쥬뜨브(Je te veux)'는 팝아트 적인 1층 전시 작품들에 활력을 불어넣는 듯했다. 마지막 곡은 피아졸라의 '봄'으로 지금까지의 연주와는 사뭇 다른 화려하고 격정적인 음악에 주변 이목이 쏠렸다.
전시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현대미술가 14명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특별한 기회였다. 가장 눈에 띄었던 건 한 벽면을 가득 메운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의 '9 panels'다. 작가는 생활에서 보이는 사물을 화려하지만 절제되게 표현했다. 선은 테이프로 뚜렷하고 흐트러짐 없이 그었고, 색은 본연의 색이 더 뚜렷해지도록 수십 번을 덧대 칠했다. 그의 단순해 보이는 선과 색은 사물을 크고 선명하게 보이도록 해 익숙한 물건도 새롭게 보였다.
나이가 아닌 그림으로 유명해지고 싶다던 90세 현역 작가, 로즈 와일리의 'Tottenham Colours, 4 Goals'는 지나가는 이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그가 우리나라 축구 선수 손흥민(토트넘)의 모습을 그렸기 때문이다. 그림의 우측 상단에 적힌 글자 '4'는 손 선수가 넣은 골의 횟수를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사실 이는 몇 년 전 사별한 남편이 토트넘 훗스퍼 FC의 열성팬이라 자신도 자연스럽게 팬이 됐다는 비하인드가 있다. 로즈의 작품은 어린아이가 그린 듯 해맑고 쉽게 읽혔다. 속을 들여다보기 어려운 난해한 작품이 아닌 직관적이라, 그림 자체가 텍스트 메시지 같았다.
2층에는 1층과 정반대로 어두운 분위기의 전시가 이어졌다. 쿠사마 야요이의 'Pumpkin'을 비롯해 조지 콘도의 'Two wrongs Don't Make a Right', 'The hysterical thinker' 등이 눈길을 끌었다. 그중 토마스 쉬테의 'Old Friends Revisited-Sepia-'는 불편하고 불안한 모습의 작품이었는데, 이는 작가가 자신의 오랜 친구들의 얼굴을 찰흙과 점토 등으로 표현해 사진을 찍은 것이라고 한다. 이는 그의 실험적 시도가 돋보인 작품으로, 평소 인간 내면에 대한 탐구와 유머를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 아픔을 딛고 앞으로의 새로운 100년을 위해 현재에 충실한 헤레디움. 지금 이곳에서는 작가가 숨겨둔 의도나 상징을 유추하는 게 아닌 보는 이의 내면, 느끼는 바에 집중해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예술이 지닌 고유의 특징을 보는 이라면, 새로운 차원의 예술적 경험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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