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K] 감기고 뜯기고 잘리고…제주 연산호 ‘수난’
[KBS 제주] [앵커]
KBS는 이 시간을 통해 버려진 낚싯줄이 야생조류의 생명을 위협하는 충격적인 현장을 전해드렸는데요.
바닷속에선 연산호들도 폐어구에 감기고 뜯기며 수난을 겪고 있습니다.
문준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크고 작은 두 섬이 마주 보는 제주도 남서쪽 끝자락의 형제섬.
바닷속 수심 17m 아래로 내려가자, 어른 무릎 높이만 한 분홍빛 연산호 가시수지맨드라미가 두꺼운 낚싯줄에 칭칭 감겼습니다.
국내 미기록종인 주황색 수지맨드라미류는 금방이라도 낚싯줄에 걸릴 듯 위태롭습니다.
길게 늘어진 폐어구 줄을 따라가자, 이번엔 낚싯줄에 걸린 또 다른 수지맨드라미류가 나타납니다.
바로 옆 바닷속 소나무라 불리는 천연기념물 '긴가지해송'도 물결이 일렁이며 낚싯줄에 엉겨 붙을 듯 합니다.
형형색색 산호들이 넘실대는 연산호 군락은 아예 거대한 폐그물로 뒤덮였습니다.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 가늠이 안 될 정도입니다.
숙련된 잠수부도 그물에 걸릴까 조심스레 접근해 그물을 잘라보지만 역부족입니다.
[김건태/수중촬영 감독 : "산호가 통째로 뜯겨 나가 있는 모습도 봤고요. 그걸 저희 다이버들이 제거하려고 하니까 그물과 낚싯줄 때문에 위험한 상황이 발생 돼서."]
어선에서 긴 낚싯줄에 여러 개의 바늘을 달아 고기를 잡는 '주낙'에 걸린 부시리도 카메라에 포착됐습니다.
오랜 시간 먹이 활동을 못한 듯 바짝 말랐습니다.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과정에서 몸에 걸린 낚싯줄에 연산호가 통째로 뜯겨 주렁주렁 매달렸습니다.
[김태훈/한국해양과학기술원 제주연구소 선임연구원 : "기후변화 때문에 약해져 있는 산호가 그런 폐그물이나 낚싯줄에 의한 물리적인 영향까지 더해지게 되면 나중에 슈퍼 태풍이 오게 되면 산호가 더 잘려나가고 휩쓸려 나갈 가능성이 커지게 되는."]
연산호 군락은 서식지 역할을 하기에 피해가 커지면 해양생물의 종 다양성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이처럼 폐어구에 의한 산호 피해 사례는 보고되지만, 현실적으로 조사가 어려워 체계적인 연구는 아직 없습니다.
낚싯줄 등 폐어구에 걸려 목숨을 잃을뻔한 새끼 남방큰돌고래, 낚싯바늘을 삼켜 폐사한 새끼 바다거북과 야생조류, 이번엔 잘려나가는 산호류까지.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 바닷속에선 지금도 '묻지마 살생'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KBS 뉴스 문준영입니다.
촬영기자:고아람/수중촬영:김건태/그래픽:고준용
문준영 기자 (mj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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