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서고파 17년 투병···80년대 풍미한 故 방실이, 하늘의 ★로[종합]
“내 나이 묻지 마세요~ 내 이름도 묻지 마세요~”
우렁찬 목소리로 ‘서울 탱고’를 불러제끼던 가수 방실이(본명 방영순)가 17년 간의 뇌경색 투병 끝에 오늘 별세했다. 향년 61세.
20일 가요계에 따르면 방실이는 이날 오전 11시쯤 고향인 인천 강화 요양병원에서 눈을 감았다.
1963년생으로 인천 강화도 출신인 고인은 지난 1980년대 미8군 부대에서 활동을 시작해 1985년 박진숙·양정희와 여성 트리오 서울시스터즈를 결성했다. 그는 시원시원한 가창력과 글래머러스한 몸매, 수려한 댄스실력으로 ‘첫차’, ‘뱃고동’, ‘청춘열차’ 등을 히트시켰다.
방실이는 멤버들의 결혼으로 서울시스터즈가 해체하자 1990년 솔로로 전향해 ‘서울 탱고’, ‘여자의 마음’(1992년) 등을 발표해 중장년층의 큰 사랑을 받았다. 특히 그의 대표곡 ‘서울탱고’는 ‘그냥 쉬었다가 가세요 술이나 한잔하면서 / 세상살이 온갖 시름 모두 다 잊으시구려’ 등의 노랫말로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었다.
선행 연예인으로 1997년 문화체육부장관상을 표창하기도 했다. 한동안 연예계를 떠났던 그는 2000년 다시 가수로 복귀해 트롯트곡 ‘뭐야 뭐야’를 발표해 큰 인기를 끌었다.
거짓 결혼 고백도 있었다. 방실이는 1994년 한 일본인 킥복싱 프로모터와 결혼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11년 뒤인 2005년 한 TV 연예 정보 프로그램에 출연해 “자는 사이에 결혼 발표가 났고, 결혼식을 올린 뒤 남편과 단 하루도 같이 산 적이 없다”고 말해 충격을 안겼다.
푸근한 외모와 솔직한 입담 덕에 예능 프로그램 단골 손님이었다. 또 2007년 2월 슈퍼주니어의 트로트 유닛 슈퍼주니어-T와 히트곡 ‘첫차’를 발표하기도 했다.
방실이는 그렇게 2000년대 중반까지도 활발히 활동하던 중 과로와 몸살 증세로 병원에 입원했고, 2007년 뇌경색으로 갑작스럽게 쓰러진 뒤 지난 17년간 투병 생활을 해 왔다.
뇌경색 판정 이후 그는 투병 도중 걱정하는 팬들을 위해 언론에 모습을 드러내고 재활 의지를 드러내 많은 이들의 응원을 받았다. 7년 뒤에는 부쩍 건강해진 모습으로 방송에 출연하기도 했다. 그는 “일상복을 입는 게 7년 만에 처음”이라며 “슈퍼주니어 친구들이 병문안을 와주기도 했다”며 밝은 모습을 보였다.
그렇게 건강 회복을 다짐하던 그는 지난해 뇌경색으로 전신이 마비된 데 이어 당뇨에 따른 망막증으로 시력을 거의 잃은 상황을 공개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당시 방실이는 병석에 누워 벽에 붙여 놓은 전성기 시절 사진을 보며 “1년 되면 다시 저렇게 된다 했는데 너무 길어졌다. 내 주변에서 이렇게 애써주고 있는데 더 실망하게 하면 안된다. 더 정신차리려고 했는데 16년이 됐다. 금방 다시 노래할 줄 알았는데 이렇게 시간이 흐를 줄 몰랐다”고 했다.
무려 17년이나 병석에 누워 “다시 노래하겠다”며 무대에 설 날을 꿈꾸던 방실이는 끝내 일어나지 못하고 하늘의 별이 됐다.
빈소는 인천 강화군 참사랑장례식장에 마련됐다. 발인은 22일 낮 12시.
강주일 기자 joo102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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