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의 무난한 공천…'조용히 진다' 우려도
국민의힘의 4·10 총선 공천 과정이 반환점을 돈 가운데 '시스템 공천'이 대체로 순항하고 있단 평가가 나온다. 윤심(윤석열 대통령 의중)을 반영한 낙하산 공천 논란을 차단하고 잡음과 반발을 최소화했단 점에서다.
다만 이같은 무난한 공천이 반드시 선거 승리로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까지 수도권 전략지에 판을 흔들 새로운 인물을 투입하는 등의 적극적 전략은 보이지 않고, 소극적·방어적 공천에 머물고 있다는 것이다.
20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당 총선 공천관리위원회는 총선을 50일 앞두고 전국 242개 지역구 가운데 78곳을 제외한 164곳의 공천 방식을 확정했다. '옥새 파동', '호떡 공천' 논란을 낳은 과거 공천에 비해 잡음도 적고 속도도 비교적 빠르다는 분석이다.
공관위는 객관적인 데이터를 토대로 오직 승리 가능성에 초점을 맞춰서 공천을 한다는 입장이다. 예비후보 간 경쟁력 차이가 크지 않으면 원칙적으로 경선에 부친다.
윤석열 정부 들어 리스크로 지적돼온 '수직적 당정관계'가 이번 공천 국면에서 재현될 것이란 우려가 걷히면서, 당 분위기도 고무됐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4년 전과 비교하면 공천 과정이 매끄럽고 속도도 빠르다. 우리 당이 이길 수 있다는 희망이 생기고 있다"고 밝혔다.
당 지도부도 밀실 공천·사천 논란을 겪고 있는 더불어민주당과 차별화를 강조하고 있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출근길에 "민주당의 하위 10%는 그냥 이재명(민주당 대표)에 반하는 사람을 찍어내는 것 아닌가"라며 "저는 솔직히 누가 10%에 해당하는지 아직 보지 않았다. 시스템으로 결정될 문제이고 제가 볼 필요가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반면 공천 잡음 차단과 리스크 관리에만 만족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까지 국민의힘은 수도권 지역 34곳(경기 26·서울 14·인천 5곳)에 대한 공천을 결정하지 못했다. 공천 보류 지역의 절반에 해당한다.
여당의 총선 성패는 결국 약세 지역인 수도권 선거에서 판가름나는데, 이곳에 도전할 마땅한 인물을 찾지 못하고 있단 의미다. 당이 총선 승리를 위해 가장 공들여야 할 수도권에서 탈환을 위한 필승전략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장동혁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수도권 공천 보류 지역에 대해 "다른 사정이 있는 경우도 있지만 경쟁력 있는 후보가 없어서 발표를 못한 곳도 있는 게 사실"이라며 "추가로 공모할 지 아니면 영입인재나 다른 분을 우선추천할지 고민하겠다"고 했다.
시스템 공천에 따라 현역 의원 대다수가 단수공천을 받거나 경선에 진출하면서 쇄신과는 거리가 멀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컷오프(공천배제)된 현역 의원은 아직 2명에 불과하다. 과거에 비해 경선 지역이 대폭 늘어나면서 공천 결과를 공관위가 제어하기 어려워진 상태다. 경선은 조직을 지닌 현역에게 절대 유리해 시스템 공천이 기득권 지키기로 이어질 수 있다.
당 관계자는 "안정적 관리와 총선을 엣지있게 관리하는 것은 충돌되는 문제"라며 "많은 정치학자들이 가장 성공적인 공천으로 꼽는 15대 총선을 보면 참신하고 개혁적인 인물들을 내세워 대폭 물갈이를 했는데, 내리꽂기 식이었다. 물갈이란 게 누군가 확실한 방향성을 갖고 주도해야 하는 것이지 시스템 공천으로 그런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고 했다.
이어 "지금의 국민의힘 공천은 좋게 말하면 연착륙이고 달리 말하면 감동을 주기보다 안정적 관리에 치중한다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같은 방향은 쌍특검(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대장동 특혜의혹 특별검사) 법안 재표결과 이준석 개혁신당으로의 이탈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일각에선 정치혐오 등으로 정치에 도전하려는 참신한 인물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안정적인 공천 관리가 그나마 최선이라고 본다. 공격이 어렵다면, 최선의 수비를 하면서 상대방의 실책을 기다리는 게 효과적일 수 있단 것이다. 당장 민주당 공천 과정에서 친명·친문간 갈등이 커지고 비주류 의원에 대한 하위권 통보에 대한 반발이 거세지며 대비 효과가 커지는 상황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수도권 선거는 어차피 인물 경쟁력으로 치르는 데엔 한계가 있고 선거 구도에 의해 바람이 일어나는 것"이라며 "민주당은 정권심판론으로 선거를 치르려 하는데 당내 공천파동 등이 부각되면서 '운동권 심판론'이 고개를 드는 분위기다. 여당은 일단 공천 잡음을 최소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박소연 기자 soyun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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