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원해주세요"… 진료볼 의사 없는 의사들

최다인 기자 2024. 2. 20.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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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아침에 의사 없다고 퇴원하라는데, 받아주는 곳도 없어서 불안하네요."

문제는 퇴원 후 다시 입원할 병원을 찾아봤지만, 같은 이유로 입원을 거부하고 있다는 것.

실제 병원의 본관 1층 로비는 진료 예약을 하는 기계음도 작게 들릴 만큼, 적막함만 감돌았다.

이날 오전 대전성모병원 1층 진료 접수 창구에는 진료 예약을 대기하던 환자들 중 일부는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다 이내 자리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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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양대병원서 입원 거부에 퇴원조치까지 '전공의 공백' 심화
대전성모병원, 수술량 30% 감소…지연 우려한 환자 발길 돌려
20일 오전 건양대병원 본관 1층 로비에 지나가는 사람이 적어 적막감이 감돌았다. 김영태 기자

"하루 아침에 의사 없다고 퇴원하라는데, 받아주는 곳도 없어서 불안하네요."

20일 오전 11시쯤 찾은 건양대병원. 지난 주 정형외과 수술을 받고 입원 중이었던 80대 김모 씨는 이날 '퇴원해달라'는 전화를 받았다. 재활을 위해선 약 한 달간의 입원이 필요한데도, 전공의 이탈로 업무를 소화할 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

아들 박 모(40대) 씨는 "다리 뼈가 심하게 상해 최근 수술을 받았는데, 입원 일주일 만에 '전공의 공백으로 병동에서 해줄 수 있는 일이 더 이상 없으니 퇴원해달라'는 통보를 받았다"며 "의사 수가 부족해져서 당장 입원이 불필요한 경증 환자부터 내보내고 있다는데, 어머니는 혼자서 일어나기도 어려운 상태"라고 하소연했다.

20일 오전 건양대병원 진료 예약 창구에서 대기 환자들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김영태 기자

문제는 퇴원 후 다시 입원할 병원을 찾아봤지만, 같은 이유로 입원을 거부하고 있다는 것.

대전지역 수련병원 전공의의 '도미노 이탈'에 속도가 붙었다. 지역 대형병원에서 집단·개별 사직이 잇따르면서 곳곳에선 의료공백에 대한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건양대병원은 전체 전공의 122명 중 99명이 사직서를 냈다. 이날 일부 전공의가 결근하면서, 환자 수 줄이기에 나선 모습이다.

실제 병원의 본관 1층 로비는 진료 예약을 하는 기계음도 작게 들릴 만큼, 적막함만 감돌았다. 복도 끝에서는 퇴원 준비를 하고 주차장으로 향하는 환자와 보호자가 분주한 움직임을 보였다.

20일 오전 건양대병원을 찾은 가족들이 입원 절차를 밟지 못하고, 귀가하고 있다. 김영태 기자

입원 문턱 앞에서 좌절하는 이들도 있었다.

입원 창구 앞 한적한 복도에서 휠체어에 탄 노 부부를 돌보던 황모(50대) 씨는 "입원하지 못한다"는 병원 측의 말에 내려놨던 짐을 다시 챙겼다.

황 씨는 "부모님이 입원을 원하셔서 집 근처로 왔는데 진료 후 의사가 없다며 입원이 어렵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이대로면 계속 집에서 차례를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20일 오전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 진료 접수 창구에서 기다리던 환자가 통화를 마치고, 자리를 옮기려 하고 있다. 최다인 기자

전공의 공개사직이 이뤄졌던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도 마찬가지였다.

이날 오전 대전성모병원 1층 진료 접수 창구에는 진료 예약을 대기하던 환자들 중 일부는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다 이내 자리를 떠났다. 수술 일정이 무기한 연기될 수도 있다는 소식을 듣고, 다른 병원을 찾아 나선 것이다.

외과 진료 및 수술을 원했던 이모(40대) 씨는 "친구가 지금 수술을 예약하면, 무기한으로 수술 일정을 잡아준다는 얘기를 해줬다. 이러다 다른 지역까지 찾아봐야 할까봐 두렵다"며 자리에서 일어나 출입문으로 향했다.

대전성모병원에는 이날 전체 전공의 69명 중 49명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33명이 출근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수술량이 이전 보다 30% 대비 줄기도 했다.

수치로만 나타났던 전공의의 이탈이 의료현장의 구멍으로 모습을 드러낸 순간이었다. 이 구멍은 몸집을 불려가면서, 건강을 회복할 것이라는 희망을 품은 환자들에게 절망감을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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