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없는 병원, 3월 고비”… 장기화 땐 남은 의료진 ‘번아웃’ [의료대란 ‘비상’]
비응급 수술·입원 연기 등 임시 방편
교수들 “일주일 연속 당직 서야할 판”
피로 누적 땐 2차 진료 공백 불가피
군의관·공보의 총동원… 병원 재배치
입원 환자 진료 전문의에 추가 보상
행안부, 지자체 의료 역량 집중 당부
20일 보건복지부와 의료계 등에 따르면 19일 오전 11시 기준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는 전체 전공의의 절반이 넘는 6415명이며, 이 중 4분의 1 정도인 1630명은 근무지를 이탈했다. 당초 ‘빅5’ 병원 전공의들이 19일을 사직서 제출 기한으로, 20일 오전 6시를 근무 중단 기간으로 정했기 때문에 현재 사직서 제출 및 현장을 이탈한 전공의 수는 더 늘어날 수 있다.
전공의가 대거 이탈한 대형병원들은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급하지 않은 수술이나 입원을 연기하고, 당직에 교수들을 대거 동원하면서 전공의 업무 공백을 메우고 있다.
서울성모병원 관계자는 “환자들에게 수술 및 입원 연기를 개별로 공지하고 있다”며 “장기이식이나 뇌출혈, 심근경색, 암 수술 등은 빨리 해야 하니까 인력을 우선 배정하고 있고, 교수님들과 전문의 선생님들 위주로 공백을 메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복지부는 전공의 공백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군의관과 공중보건의(공보의)를 수요에 맞게 해당 병원에 재배치할 방침이다. 전국 공보의 수는 전공의 400여명을 포함해 약 1400명, 군의관은 약 2400명 수준이다. 하지만 각자 업무가 있다 보니 이들을 총동원할 수도 없기에 전공의 빈자리를 모두 메우기는 어렵다.
정부는 현장을 이탈한 전공의들에게 우편과 문자메시지 등을 보내는 방법으로 업무개시명령을 이어가고 있다. 병원에 남은 교수, 전임의 등 전공의들에겐 보상을 강화하는 등 필수진료 기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는 이날부터 비상진료체계가 실효성 있게 운영될 수 있도록 보상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중수본은 우선 권역·전문응급의료센터의 수술 등 응급의료행위와 응급의료 전문의 진찰료 수가를 인상하기로 했다. 또 경증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옮기는 데 따른 회송 수가를 인상하는 방법으로 대형병원 응급실의 진료 부담을 완화할 방침이다. ‘입원환자 비상진료 정책지원금’을 신설해 입원환자를 진료하는 전문의에 대한 추가적인 보상도 시행한다.
이와 함께 권역외상센터의 인력·시설·장비를 응급실의 비외상진료에도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입원전담전문의의 업무 범위를 확대해 당초 허용된 병동이 아닌 다른 병동의 입원환자까지 진료할 수 있도록 한시적으로 허용하기로 했다. 인턴이 필수 진료과에서 수련 중 응급실·중환자실에 투입되더라도 해당 기간을 필수 진료과 수련으로 인정하는 등 수련 이수 기준도 완화한다.
비대위 체제로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해 사직서를 내고 근무 중단을 선언한 전공의 대표들이 20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열린 대한전공의협의회 긴급 임시대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이재문 기자 |
근무 중단을 선언한 전공의 대표들은 이날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긴급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비상대책위원장 선출과 향후 대응방안 등을 논의했다. 이날 총회에는 대의원 80여명과 일반 전공의 10여명이 참석할 예정이었지만, 일부 전공의들이 추가로 참석하면서 총인원은 100명을 훌쩍 넘겼다.
전공의들의 기류가 강경 일변도인 것은 아니다. 지난 16일 대전 성모병원에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 류옥하다씨는 “전공의들은 나라를 사랑하고 진심으로 걱정하는 마음인데, 답답한 마음에 한 명씩 빠져나오고 있는 것”이라며 “국민의 건강을 위한다는 목표는 우리(전공의)와 복지부, 정부, 국민 모두 똑같다. 그 노선이 다를 뿐 절대 국민과 싸우려는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환자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표현하는 전공의도 있었다. 이날 총회에 참석한 한 전공의는 “환자를 두고 나오는 것에 대해 엄청난 부담을 느끼는 전공의들도 많다”며 “만에 하나 저희가 사직서를 낸 상황을 지속하지 못한 일이 생긴다면 그건 정부의 겁박 때문이 아니라 환자분들께 죄송한 마음을 가지고 돌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정우·조희연·이병훈 기자·경찰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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