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환자 안 받고, 진료거절 속출…"첫날 이 난린데 어찌 버틸지"(종합)

이훈철 기자 2024. 2. 20.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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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6415명 사직서, 1630명 이탈…의대생 1133명 휴학
첫날 의료피해 103건…정부, 비상진료체계 가동
20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응급실에서 의료진들이 진료를 보고 있다. 군 당국은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침에 반발한 의료계의 집단행동으로 발생하는 의료공백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군 의료체계를 민간에 개방했다. 2024.2.20/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서울=뉴스1) 이훈철 기자 =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증원에 반발해 대학병원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서를 제출한 후 근무지를 이탈하면서 사실상 4년 만에 진료대란이 현실화됐다. 전공의들이 집단행동에 나선 첫날 의료현장 곳곳에서는 수술이 미뤄지고 예약환자를 거부하는 등 차질을 빚었다.

정부가 근무지 이탈 전공의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내리고 비상진료체계를 가동한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생명을 볼모로 한 집단행동은 있을 수 없다며 강력 경고와 함께 의료계가 의료개혁에 동참해달라고 설득에 나서기도 했다.

◇전공의 이탈에 의대생 휴학까지

20일 정부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에 따르면 주요 100개 수련병원 전공의들의 근무현황을 점검한 결과 전공의의 절반 수준인 6415명은 사직서를 제출하고, 1630명이 근무지를 이탈했다.

전공의 이탈은 연세 세브란스 등 10개 수련병원에 집중됐다. 10개 수련병원에서 일하는 전공의는 총 1630명으로, 그중 1091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사직서를 제출한 이들 중 현장 이탈 인원은 757명에 달한다. 전국 병원에서 근무지를 이탈한 전체 전공의 가운데 46%가 10개 수련 병원 소속인 것이다.

여기에 전국 40개 의과대학 중 7개교 의대생 1133명이 휴학을 신청하며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에 동참했다. 전공의 집단 사직서와 의대생 집단 휴학 등 의료계가 동시에 단체 행동에 나선 것은 지난 2020년 의사 파업 및 국가고시 거부사태 이후 4년 만이다.

집단 사직서를 제출하고 근무지를 이탈한 전공의들은 이날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긴급 임시대의원총회를 개최하는 등 향후 대응책 논의에 들어가면서 의료계 집단행동이 확산될지 주목된다.

대한전공의협의회 박단 회장과 각 병원 전공의 대표 및 대의원들이 20일 낮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대강당에서 2024년도 긴급 임시대의원총회를 하고 있다. 2024.2.20/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수술 미뤄지고 환자 거부…첫날 의료 피해 100건 돌파

전공의들이 자리를 비우면서 의료 현장 곳곳에서는 크고 작은 파행이 이어졌다.

이날 의사 집단행동 피해신고·지원센터에 접수된 피해사례는 총 103건으로 집계됐다. 전날 34건에서 전공의 이탈 첫날인 하루 만에 3배 넘게 피해 접수가 발생한 것이다. 이중 수술 취소·연기는 27건이었으며 이밖에 진료예약 취소 및 진료 거절 사례도 접수됐다.

환자가 가장 많은 이른바 서울 빅5 병원에서는 의료대란이 현실로 나타났다. 실제 전공의 이탈 첫날인 이날 서울아산병원에는 '응급실 병상이 포화 상태로 진료 불가하다'는 입간판이 세워졌다. 삼성서울병원도 응급 이송환자를 받지 않고 있다.

지방도 마찬가지다. 아주대병원은 신규 예약환자를 받지 않고 있으며, 전남대병원과 조선대병원에는 의료공백으로 인한 대기 시간을 감안해 이른 아침 환자들이 몰리면서 북새통을 이루기도 했다.

고관절 골정상을 입은 80대 임 모 씨는 대학병원 3곳에서 수술을 거부당해 국군수도병원에서 수술을 받기도 했다.

정부는 의료공백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전국 12개 군병원 응급실을 개방하는 등 비상진료체계를 가동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0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4.2.20/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이탈 전공의에 '업무개시명령', 비상진료체계 가동…尹 "생명볼모 집단행동 안 돼"

정부는 근무지를 이탈한 전공의들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내리며 현장 복귀를 촉구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정부는 이미 업무개시명령을 한 29명을 제외하고, 남은 728명에 대해 업무개시명령을 발령했다"며 "전공의를 대신해 입원 환자를 진료하는 전문의에게 건강보험 보상을 실시하고 수련 중 응급실·중환자실에 투입되는 인턴에게는 해당 기간을 필수 진료과 수련으로 인정하는 등 수련 이수 기준도 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대란이 현실화하자 윤석열 대통령도 의료계에 설득의 메시지를 보내면서도 의료개혁에 대한 강한 의지를 재차 나타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의료 현장의 주역인 전공의와 미래 의료의 주역인 의대생들이 국민 생명과 건강을 볼모로 집단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며 "의사는 군인, 경찰과 같은 공무원 신분이 아니더라도, 집단적인 진료 거부를 해서는 절대 안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은 국가안보, 치안과 함께 국가가 존립하는 이유이자, 정부에게 주어진 가장 기본적인 헌법적 책무"라며 "의료 개혁은 절대 흔들림 없이 추진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또 "의대 증원은 지역 완결적 필수 의료체계를 완성하는 핵심 요소"라며 "의료인 여러분,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의료 개혁에 동참해 주기를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boazho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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