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심위, MBC '바이든' 보도에 또 과징금..."앞으로 보도 어떻게 하나"
MBC·YTN은 중징계…KBS 등은 경징계
MBC “희생양 삼아 언론 길들이기” 비판
방심위 방청 제한에 "왜 막느냐" 반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MBC의 ‘바이든-날리면’ 보도에 대해 최고 중징계인 과징금 부과를 결정했다. MBC 측은 “보도 가치가 있었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여권 추천 방심위원들은 “(반성 등) 태도 변화가 없다”며 만장일치로 중징계를 의결했다. '바이든' 자막을 수정하지 않은 YTN도 중징계를 받았다. 사과문 등을 게재한 방송사 7곳은 가벼운 징계를 받았다.
보도 수정 안 한 MBC·YTN에 중징계
방심위는 20일 방송심의소위원회를 열어 2022년 9월 22일 윤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 논란을 보도한 MBC 등 9개 방송사 제작진의 의견진술을 듣고 모든 방송사에 대해 징계를 의결했다. 이 중 자막 등을 정정하지 않은 방송사는 MBC와 YTN 두 곳인데, MBC에 대해서는 가장 높은 징계인 '과징금 부과'를, YTN에는 두 번째로 높은 '관계자 징계'를 의결했다. 류희림 방심위원장은 MBC에 대해 “제일 먼저 ‘바이든’ 자막을 넣었고, 오늘도 조금의 태도 변화가 없다”고 말했고, YTN에 대해서는 “보도 개선 의지가 없어 보인다”며 중징계 의견을 냈다. 보도 내용을 수정하거나 사과문을 게재한 7개 방송사에 대해서는 주의(OBS·JTBC), 권고(KBS·SBS·TV조선·MBN), 의견제시(채널A)를 의결했다.
이 방송사들은 2022년 9월 22일 윤 대통령이 미국 방문 당시 “(미국)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말했다는 취지로 보도하며 발언 내용을 자막으로 표기했다. 방심위원들은 이 보도가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14조 객관성을 어겼다고 판단했다. 대통령실은 "'바이든은'이 아니라 '날리면'이라고 말한 것"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최종 징계 수위와 MBC에 대한 과징금 규모는 이르면 다음 달 전체회의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이날 방송소위에는 류 위원장과 이정옥·황성욱 위원 등 여권 추천 위원 3명만 참석했는데, 전체회의 역시 여권 추천 위원만 참석할 예정이라 징계 수위가 바뀔 가능성은 작다.
MBC는 반발, KBS는 사과
4시간 동안 진행된 소위 심의에서 MBC와 YTN 측은 징계의 부당성을 주장하며 심의위원들과 설전을 벌였다. 방심위원들은 심의에 출석한 제작진들에게 윤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이 ①사적 발언이며 ②‘바이든’인지 명확하지 않고 ③보도가 외교 참사를 초래했다는 점을 집중 질의했다.
당시 MBC 정치팀장이었던 박범수 뉴스룸 취재센터장은 ①사적 내용이 아니었기에 보도 가치가 있었고 ②해당 발언을 처음 발견한 순방 동행 기자들 대부분이 ‘바이든’으로 들었으며 ③대통령실이 기자들의 관련 질의에 16시간이나 답변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외교 참사가 벌어진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비속어 발언이라는 잘못을 덮으려 (정부가) MBC를 희생양으로 삼고 집중적으로 때려서 전체 언론을 길들이려는 시도로 보인다”며 “언론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방심위는 지난해 11월 윤 대통령이 검사 시절 '부산저축은행 불법대출 사건' 수사를 무마했다는 의혹을 인용 보도한 방송사 4곳에도 과징금을 부과했는데, MBC에 가장 높은 과징금인 4,500만 원을 부과했다.
대통령 발언에 대한 국회 반응만 보도했던 YTN 측도 부당함을 주장했다. YTN 관계자는 “보도에서 ‘바이든’인지 ‘날리면’인지 특정한 적이 없다"며 “이게 문제가 되면 어느 언론사가 보도를 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반면 홈페이지에 관련 사과문을 게재하고 사과 방송도 한 KBS 관계자는 “해당 보도로 혼란을 초래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잘못된 보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TV조선 채널A 등도 방심위원들의 지적을 대체로 수용했다.
갑자기 시민 방청 제한해 실랑이
이날 심의 방청을 두고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과 참여연대가 시민 방청을 신청했으나 방심위가 전례 없이 방청인원을 선착순 10명으로 제한하고 본회의장이 아닌 TV방청실에서 보도록 했기 때문이다. 민언련은 성명을 내고 “시민 누구나 신분증을 제출하면 방청이 가능했는데 무엇이 두려워 시민의 눈과 귀를 막으려 하느냐”며 “방심위의 정치 심의, 표적 심의와 더불어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하려는 행태를 강력 규탄한다”고 비판했다.
남보라 기자 rarara@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전공의가 다 사라지면... 종합병원엔 어떤 일이 생길까
- '서울 탱고' '첫차' 부른 서울시스터즈 방실이 별세
- 허경환, 의사와 결혼 임박?..."올해 안에 결혼식"
- "월 700만원 벌어봤어요"… 아들 셋 30대 주부는 어떻게 'AI 일꾼'이 됐나
- "내 동생 죽인 최윤종 가족 잘 사는데"... 오빠의 울분
- "일본어 모르면 숙박 거부"...日 여행 간 한국 유튜버 무슨 일
- 기어코 병원 떠난 전공의들... 의료계, 학계, 노조 한목소리 비판
- [단독] 류현진 한화 복귀 확정… “21일 오키나와 캠프 곧바로 합류”
- 홍상수, 연인 김민희 없이 베를린영화제 일정 소화
- 국정원, 北 유튜버 '평양 사는 유미' 활동 재개에 채널 차단 요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