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석의 건강수명 연장하기] 뇌졸중, 신속 대처가 관건
2006년에는 국내 최초로 국제기구의 선출직 수장이 되었던 이종욱 WHO 사무총장이 뇌출혈로 사망하는 안타까운 일이 있었다. 이종욱 박사를 아는 많은 사람들은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만일 그 분이 WHO 사무총장으로 있었다면 훨씬 신속하고 적절한 대응이 있었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뇌로 가는 혈관이 막히거나(뇌경색) 터지면(뇌출혈) 문제가 생긴 혈관에서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받는 부위의 뇌세포가 손상된다. 상대적으로 작은 혈관일 때는 부분적인 증상만 나타나고 생명에는 지장이 없지만 크고 중요한 혈관이 손상되면 사망의 위험이 매우 높으므로 신속한 수술이 필요하다. 그런데 뇌경색과 뇌출혈 모두 손상된 혈관에서 공급받던 뇌 부위가 손상이 되기 때문에 증상은 비슷하다. 따라서 흔히 두 질환을 합쳐서 '뇌졸중'(腦卒中)이라고 한다.
뇌졸중이 발생한 부위에 따라 반신마비나 부분적인 감각 이상, 두통과 구토, 어지럼증, 발음 장애, 걸음걸이의 이상, 시야 장애 등의 다양한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일단 증상이 나타난 지 4시간 이내에 약물 투여를 시작하고 6시간 이내에 시술이 시작되면 후유증이 남을 가능성을 현저하게 줄일 수 있다.
따라서 최대한 빠른 치료가 중요하다. 늦어도 12시간은 넘기지 않아야 한다. 일단 뇌세포가 파괴되면 재생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그 전에 세포의 파괴를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일단 응급실에 도착하면 CT나 MRI를 촬영하게 되는데, CT는 대부분의 병원에 있으며 상대적으로 비용도 저렴하다. 하지만 아주 초기이거나 작은 혈관에 문제가 있을 때, 그리고 CT 소견이 애매할 때는 MRI가 필요하다. 특히 만취 상태에서 뇌출혈이 발생하면 진단이 늦어질 수 있다. 따라서 뇌졸중이 의심되면 CT 등의 검사를 최대한 빨리 하여야 한다.
뇌출혈과 뇌경색은 원인과 치료가 크게 다르다. 뇌출혈의 경우에는 출혈량이 많으면 두개골 내의 압력이 증가하면서 두통과 구토가 동반되므로 출혈을 막기 위해 혈압을 낮추는 약과 혈액 응고를 도와주는 약, 그리고 뇌를 보호하는 약과 뇌압을 낮춰주는 약 등을 투여한다. 만약 출혈 부위가 위험한 곳이거나 출혈량이 많을 경우 또는 특정 혈관이 문제일 때는 수술을 해야만 한다.
반대로 뇌혈관이 막힌 경우에는 혈액이 통할 수 있게 혈액 응고를 막는 약을 사용하며 혈전 제거술을 시행하게 된다. 따라서 뇌출혈과 뇌경색의 구별은 매우 중요하다. 뇌졸중이 발생해도 초기에 적절히 대응하거나 작은 혈관에 국한되었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후유증이 남게 된다. 후유증은 막히거나 터진 혈관에서 혈액을 공급받던 뇌 부위에 따라 매우 다양하게 발생한다.
예를 들어 동작이 부자연스럽거나 말을 어눌하게 한다든가 하는 후유증이 생길 수 있다. 다만 후유증이 남더라도 재활 치료를 통해 꾸준히 관리하면 증상이 어느 정도 호전되는 경우가 많다. 이를테면 근육이 경직되거나 근육의 힘이 약해지는 것을 막기 위한 적절한 물리치료와 재활운동을 함으로써 근육의 기능을 향상시키고 통증을 줄일 수 있다.
이렇게 증상이 호전되면 환자가 심리적인 안정을 찾으면서 우울증과 지적 능력의 감소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다. 특히 조기에 치료를 시작할수록 효과가 좋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혈압은 가장 중요한 원인이다. 정상 혈압인 사람에 비해 뇌졸중이 발생할 확률이 4~5배 높아진다. 특히 높은 압력으로 인해 혈관이 터질 수 있으므로 뇌출혈이 증가한다. 뇌출혈 환자의 80%에서 고혈압이 있을 정도이다. 또한 고혈압이 지속되면 혈관벽이 딱딱하고 두꺼워지면서 그 부위에 혈액이 응고되어 뇌경색이 오게 된다. 뇌경색 환자의 50%에서 고혈압이 있었다는 연구도 있다.
고혈압이 뇌출혈뿐만 아니라 뇌경색도 유발한다. 그 외에도 담배, 비만, 운동 부족, 콜레스테롤 증가, 당뇨 역시 중요한 원인이다. 특히 혈액이 응고된 혈전이 심장의 판막에 붙어있다가 떨어져 나와 뇌혈관을 막는 경우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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