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비명계 공천 학살’ 논란 확산···친문계 집단 반발 조짐
왔다갔다 공천 기준, 지도부 빠진 책임론 등도 문제
이재명 “하위 평가 두고 친명-반명 나누기는 갈라치기”
더불어민주당 내 4·10 총선 공천 공정성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현역 의원 평가 하위 20% 안에 비이재명(비명)계 의원들이 다수 포함된 게 논란의 핵심이다. 친문재인(친문)계 의원들은 ‘비명계 공천 학살’이라며 집단 반발할 조짐을 보였다. 하위 20% 안에 든 의원들이 추가 탈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재명 대표는 “친명 반명을 나누는 것은 갈라치기”라며 오히려 반발하는 비명계 의원들에게 책임을 돌렸다. 공천 발표가 본격화하면서 갈등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20일 현재까지 현역 평가 하위 20%에 들었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스스로 밝힌 민주당 의원은 박용진·윤영찬 의원, 김영주 국회부의장 등 3명이다. 세 의원 모두 비명계로 분류된다. 박 의원은 지난 대선 경선과 당대표 선거 경선에 출마해 이 대표를 비판해왔다. 윤 의원은 문재인 정부 청와대 국민소통수석 출신이고, 김 부의장은 문재인 정부 초대 고용노동부 장관을 지냈다.
비명계 의원들은 ‘시스템 공천이 무너지고 비명계 공천 학살이 현실화했다’고 반발했다. 박용진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힘을 가진 한 사람에게 충성하고 그를 지키겠다는 정치는 반드시 실패한다”며 이 대표와 그 측근들을 겨냥했다. 윤영찬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비명계, 친문재인계 의원들이 대부분 하위 20%에 포함됐다는 것은 특정 계파 사람들만 구제해주는 계파적 공천에 머물러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내 ‘비선 회의·밀실 여론조사’ 논란이 공천 불공정성 논란에 불을 지켰다. 최근 비명계 의원 지역구에서는 현역 의원을 배제하고 친명계 원외 후보나 이 대표 영입 인사의 출마 적합도를 묻는 정체불명의 여론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이 대표가 측근들과 공천 문제를 논의했다는 보도도 나오자 비명계는 반발했다. 홍영표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밀실 사천 얘기가 나오고 정체불명의 불법성 높은 여론조사가 나오니 투명하고 공정한 공천에 대한 의원들의 (믿음이) 무너진 것”이라며 “지금의 비정상적인 상태가 빨리 종식돼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 광주을 출마를 준비하다가 이재명 대표로부터 불출마 종용을 받았다고 주장한 문학진 전 의원은 SBS 라디오에서 “(비선에) 이 대표 최측근 정씨 성을 가진 분이 있다”고 말했다. 정진상 전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을 비선 조직 핵심으로 지목한 것이다.
이 대표 등 지도부는 공천 공정성 논란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보인다. 일관성 없는 공천 기준, 지도부는 빼놓은 희생 요구 등은 비명계의 반발을 키우고 있다. 당장 이 대표 등은 윤석열 정부 책임론을 내세워 임종석 전 문재인 대통령 비서실장은 공천에서 제외하면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중용하려는 모순을 보이고 있다. 김수민 시사평론가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박 의원보다 저조한 이 대표의 상임위 출석률 등을 지적하며 ‘박용진 하위 10%는 이재명 컷오프(공천배제)의 서곡인가’라고 적었다.
특히 친문계 의원들이 집단 반발할 조짐도 있다. 홍영표 의원은 이날 비명계 설훈, 전해철, 송갑석, 윤영찬, 박영순 의원 등과 의원회관에서 비공개로 만났다. 비명계 의원들은 21일 예정된 의원총회에서 공천 관련 우려를 전달하기로 했다. 이 대표에게 2선 후퇴를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이수진 의원(서울 동작을)은 전날 의원 단체 대화방에 “이 대표는 공천 능력도 신뢰도 없으니 2선으로 물러나달라”고 요구했다.
하위 20%에 든 의원들이 탈당할 가능성도 있다. 한 비명계 의원은 “하위 20%에 속하면 이낙연 신당에 갈지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이낙연 전 대표가 이끄는 새로운미래는 비명계 의원들을 상대로 제3지대 합류를 설득하고 있다. 양향자 개혁신당 원내대표와 양정숙 새로운미래 의원이 이날 각각 김 부의장을 찾아왔으나 만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천 갈등이 커지면서 당내에서는 “이러다가 총선에서 대패한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이 대표는 공천 불공정성 논란의 책임을 비명계 의원들에게 돌렸다. 이 대표는 이날 SNS에 “누군가는 하위평가를 받아야 하고 하위평가를 받은 분들은 불만을 가지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이를 두고 친명 반명을 나누는 것은 갈라치기”라고 반박했다. 이 대표는 “김 부의장님에 대한 평가 결과는 개인적으로 참 안타깝다”면서도 “혁신공천은 피할 수 없는, 말 그대로 가죽을 벗기는 아픈 과정이다. 떡잎이 져야 새순이 자라고 첫 가지가 다음 가지에 양보해야 큰 나무가 되는 것이 자연의 이치”라고 말했다. 비명계의 불공정 시비는 시스템 공천에 따른 정당한 평가에 대한 근거없는 불만 표출일뿐이며, 공천잡음은 혁신을 위한 불가피한 과정이란 인식이다. 타협없는 충돌이 예상된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신주영 기자 j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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