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공백 본격화] 환자 등진 전공의 1630명… 의료대란 위기감 고조
"의료대란 방지에 역량 총집결"
'비상진료 정책지원금' 신설 등
정부, 응급환자 진료계획 마련
■전공의 55% 사직, 환자들 걱정 커져
20일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정례 브리핑에서 "19일 오후 10시 기준 전체 전공의 1만3000명의 95%가 근무하는 100개 수련병원에서 전공의의 55% 수준인 6415명이 사직서를 제출했고, 사직서 제출자의 25% 수준인 1630명이 근무지를 이탈했다"고 밝혔다. 전공의들의 사직서는 수리되지 않았다.
정부는 이날 10개 수련병원 1091명의 전공의가 사직서를 내고 이 중 757명의 전공의가 출근하지 않은 사실을 확인했다. 이미 업무개시명령을 한 29명을 제외한 전원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발령했다. 지난 16일 명령을 내린 103명을 포함하면 총 831명에게 업무개시명령이 발령됐다. 업무개시명령에 불응할 경우 최대 의사면허가 취소될 수 있다.
박 차관은 "집단행동으로 초래될 상황을 알면서도 정책 반대를 위해 환자의 곁을 떠나는 것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며 "정부의 명령을 회피하고 법적 제재를 피하는 '법률 공부'에 열을 올릴 때가 아니라 의술로 사람을 살리는 일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전공의들에게 "지금도 늦지 않았으니 환자 곁으로 돌아가라"고 당부했다.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이 시작되면서 의료공백을 걱정해 병원을 찾은 환자들로 병원 접수처는 오전부터 장사진을 이뤘다. 아직 집단행동 초기이기 때문에 당장 병원의 업무적 혼란은 크지 않았지만 처치 및 검사가 어려울 경우 진료가 불가하다는 안내문자가 전송되면서 불안에 떠는 환자들이 많았다.
눈 점막을 진료받기 위해 이날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을 찾은 이모씨(74)는 "안내문자를 받고 걱정했지만 현장에선 진료를 정상적으로 받았다"면서도 "전공의 파업으로 수술일정이 지연될 수도 있으니 3~4월이 아니라 5월에 잡을 것을 권유받았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혼란은 공공의료기관이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었다. 국립중앙의료원은 지난 19일 한덕수 국무총리가 비상진료대응 점검차 방문했지만 병원 전체 전공의의 30%에 해당하는 36명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이날부터 출근하지 않았다. 국립중앙의료원은 전문의가 2~3교대로 당직을 돌아 환자들이 이용에 불편을 겪지 않도록 단기적 대응에 나섰다.
이날 의료원을 찾은 김모씨(80)는 "국립병원도 그럴 줄 몰랐다"며 "의사들이 반대하는 이유도 있겠지만 무작정 파업할 게 아니라 논의를 통해 해결할 일"이라고 언급했다.
반면 의사들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2주 전 입원한 환자 문모씨(24)는 현재 그만둔 전공의를 지켜보면서 안쓰러운 생각이 들었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는 "전공의가 밤낮없이 일하던데 나라에서는 대우해 주지 않더라"며 "오히려 의대 증원으로 권위를 추락시키면 전공의가 느끼는 직업가치가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의료대란' 막기 위해 총력
전공의들의 현장 이탈이 아직 의료대란 수준으로 번지고 있지는 않지만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의료대란은 불가피하다.
이날 중수본에서도 대책 논의가 이어졌다. 정부는 '권역·전문응급의료센터' 등 응급의료 행위와 응급의료 전문의 진료에 대한 보상을 강화해 응급환자 진료계획을 마련했다. '입원환자 비상진료 정책지원금'을 신설, 전공의를 대신해 입원환자를 진료하는 전문의에게 건강보험 보상을 실시한다.
권역외상센터 인력·시설·장비를 응급실의 비외상 진료에도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입원 전담전문의 업무범위를 확대해 당초 허용된 병동이 아닌 다른 병동의 입원환자까지 진료할 수 있도록 한시적으로 허용키로 했다. 인턴이 필수진료과에서 수련 중 응급실·중환자실에 투입되면 이를 필수진료과 수련으로 인정할 예정이다.
앞서 정부는 의료공백에 대처하기 위해 진료보조(PA) 간호사를 활용하고, 비대면진료도 전면 확대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PA와 비대면진료 활용은 아직 법적인 문제가 남아 있지만 당장 쓸 수 있는 카드는 한시적이라도 모두 사용, 의료대란만큼은 막겠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노유정 기자
vrdw88@fnnews.com 강중모 노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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