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 드래프트 참가했지만 홀로 지명 받지 못한 '제2의 구자욱'
"한양대를 가지 않고 수성대로 간다고 하니 다들 미쳤다고 했습니다."
대구 수성대 야구선수인 김지환(20)이 자신의 이름을 야구계에 처음 알린 것은 대구고 2학년이던 2021년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장기 대회였다.
김지환은 빠른 발을 활용한 도루는 물론 폭 넓은 외야 수비, 스위치히터의 이점을 살려 상대 팀의 좌·우 투수를 가리지 않고 만들어 내는 안타 생산 능력까지 공·수·주를 모두 갖춘 선수였다.
그는 협회장기 3경기에서 9타수 7안타 사사구 3개를 기록하는 등 그 해 출전한 20경기에서 시즌 타율 0.535를 기록하며 혜성같이 나타났다. 188㎝, 85㎏의 날렵하고 군더더기 없는 신체 조건에 준수한 외모까지 갖춰 ‘제2의 구자욱’이라는 평가를 받은 김지환은 프로 스카우트의 체크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탄탄대로일 것 같던 김지환의 야구 인생은 고3 시즌이 시작하면서 브레이크가 걸렸다. 김지환을 가르쳤던 당시 이동수 대구고 타격코치는 “시즌 초 잃어버린 타격 밸런스를 다시 끌어 올리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면서 “결과적으로 출루율 감소로 이어지며 자신의 장점인 빠른 발을 보여줄 기회를 만들지 못한 상황에서 시즌이 마감됐다”고 아쉬움을 숨기지 않았다.
매년 1,000명이 넘는 고등학교와 대학교 졸업 예정자들 가운데 프로의 지명을 받는 선수들은 10% 안팎에 불과한 ‘바늘구멍’ 수준이다. 그래서 고3 시즌을 통으로 날리다시피 한 김지환에게 프로 진출 가능성은 희박해 보였다.
프로 진출이 쉽지 않다는 분위기가 짙어지던 2022년 가을 김지환은 프로야구 신인 드래프트 현장 ‘깜짝’ 초청장을 받았다. 이때만해도 프로행 열차 끄트머리에 어렵게 탑승할 수 있다는 희망이 보였다. 프로야구 드래프트 현장 초청장은 프로야구로의 초대장이나 다름없다는 것이 야구계의 통설이었다.
하지만 스포츠 전문 방송채널과 포털 사이트 등을 통해 전국에 생중계된 신인 드래프트 현장에서 김지환의 이름은 끝내 불리지 않았다. 그가 더욱 고개를 들지 못했던 것은 자신을 제외한 전원이 프로팀의 지명을 받았다는 사실이다.
김지환은 “행사 후 화장실에서 혼자 30분 가량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울었다”며 “아버지와 함께 대구로 내려가는 4시간여 동안 차 안에서 서로 한마디 말도 하지 않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하지만 그에게 다시 야구선수로서 일어설 수 있는 힘은 준 것은 아버지가 차에서 내린 후 따뜻하게 안아주며 건넨 한마디였다. “아들아, 인생에서 이게 전부가 아니다. 끝이 아니다. 너무 힘들어하지 마라. 네가 어떤 사람이어도 아버지는 너를 사랑한다.”
김지환은 “그때 집 앞 주차장에서 아버지가 나를 안아주며 해주신 말 한마디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고 털어놓았다.
김지환은 대학 야구 명문팀인 한양대의 제안을 거절하고 지난해 수성대로 입학했다. 수성대 야구부는 아직 한양대만큼 명문팀은 아니지만 2022시즌 황의준(KT)이 창단 후 첫 야수로 프로에 진출했고, 지난해에는 박준용(삼성)이 2라운드 상위 순번으로 프로에 진출하는 등 새롭게 주목 받고 있는 대학야구팀이다.
김지환은 서울로 유학을 떠나는 것이 자신을 오랜 기간 뒷바라지를 해주신 아버지께 또다른 짐을 지워드리는 것만 같아 고향을 떠나지 않기로 결심했다.
그는 “한양대가 명문팀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지금까지 힘든 상황 속에서도 뒷바라지를 해준 아버지에게 더 이상 경제적 부담을 지우기 싫었다”면서 “딱 2년만 더 후회 없이 야구하고 그래도 프로 진출이 안 된다면 깨끗이 야구를 접겠다는 나와의 약속, 배수진의 의미도 있다“고 털어놓았다.
김지환은 올 시즌 큰 도전을 한다. 스위치히터를 버리고 오른쪽 타석에만 서기로 했다. 서석진 수성대 감독은 “스위치 히터인 지환이는 그 동안 좌 타석에서 타격 시 왼손에 힘을 싣지 못해왔다”면서 “올해는 오른쪽 타자로만 고정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서 감독은 “빠른 발을 가지고도 도루 숫자가 능력치에 못 미치는 아쉬움도 있다”면서 “겨울 동안 누상에서의 상대 투수의 타이밍을 빼앗는 기술과 볼 배합을 읽는 훈련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했다. 올해는 자신이 원하던 한 단계 높은 야구에 눈을 뜨는 제2의 야구 도약기가 되길 바란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한양대 가지 않은 것을 후회하지 않으려고 더 열심히 노려하고 있다”는 김지환은 “올해는 열심히 해서 작년에 아쉽게 놓친 대학 왕중왕전에 팀을 반드시 진출시키고 프로 진출을 노려보겠다“고 당찬 각오를 밝혔다.
박상은 기자 subutai117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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