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철우의 과학풍경] 고인 공저자 논문, 어디까지 합당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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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논문 맨 앞에는 제목과 더불어 저자 목록이 실린다.
2022년 9월 오스트레일리아 멜버른대학 연구진이 과학저널 '플로스 원'에 발표한 조사결과를 보면, 고인이 공저자에 포함된 논문은 2000년 이후 급격히 늘어났다.
대부분 경우에 고인이 생전에 행한 연구를 반영해 정당한 공저 논문을 펴내지만, 더러는 엄격하지 않은 기준으로 저명한 고인의 이름을 공저자에 올리기 때문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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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 한밭대 강사(과학기술학)
과학 논문 맨 앞에는 제목과 더불어 저자 목록이 실린다. 이름마다 연구자의 노고가 배어 있을 것이다. 드물게 그 저자 목록 중에 십자가 표시(†)가 붙은 이름이 보이기도 한다. 함께 연구하던 중에 안타깝게 숨진 동료도 이 논문의 공저자임을 알리는 표시이다. 고인 저자는 아주 드물지 않은데, 근래 들어 늘고 있다고 한다.
2022년 9월 오스트레일리아 멜버른대학 연구진이 과학저널 ‘플로스 원’에 발표한 조사결과를 보면, 고인이 공저자에 포함된 논문은 2000년 이후 급격히 늘어났다. 연구진은 1990~2020년에 출판된 생의학 논문 260만편의 저자 정보를 분석해 고인 저자 1439명과 논문 5477편을 추려냈는데, 고인 저자 논문은 2000년 이후 연간 18.4%로 뚜렷하게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 논문의 연간 증가율 5%보다 훨씬 큰 수치다. 대부분 고인 저자의 논문은 10편 미만이었지만 한 고인의 이름은 무려 165편 논문에 실린 것으로 나타났다.
고인 저자 논문이 왜 늘어났는지 그 원인은 분명하지 않다. 공동연구가 늘면서 공저자 수도 늘어났지만, 고인 저자 논문의 증가세는 훨씬 더 크다고 한다. 대부분 경우에 고인이 생전에 행한 연구를 반영해 정당한 공저 논문을 펴내지만, 더러는 엄격하지 않은 기준으로 저명한 고인의 이름을 공저자에 올리기 때문일 수도 있다.
고인 저자 논문은 어디까지 합당할까? 이런 물음은 크게 주목받지 못해도 꾸준하게 관심사로 다뤄져왔다. 최근에는 미국의 과학전문매체인 ‘리트랙션 워치'가 이 문제를 다시 끄집어냈다. 이 매체는 공학 분야에서 저명한 체코 대학교수가 지난해 1월 숨진 이후에도 그의 이름이 공저자에 포함된 논문이 지금까지 적어도 49편이나 출판됐다고 보도했다. 고인의 공저자 논문은 그가 생전에 편집위원으로 활동하던 학술지에도 다수 실렸다. 기사 댓글에는 저자의 자격과 관련한 분분한 의견이 뒤따랐다.
이 매체는 한참 전인 2013년에 고인 저자에 관한 독자 의견을 조사한 적이 있는데, 당시에 77%가 생전에 연구에 참여한 고인의 공저자 자격은 당연하다고 응답했다. 반면에 일부는 엄격한 의미에서 고인의 이름은 각주나 감사의 글에 실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고인 저자 논문의 증가는 저자의 자격 기준을 보완해야 한다는 의견으로 이어진다. 과학계에 널리 통용되는 출판 규칙에 따르면, 저자 자격은 네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연구 설계나 작업에 실질적인 기여를 행하고, 논문 초안 작성에 참여하며, 출판 전 최종 원고를 읽고 승인하고, 논문과 관련한 모든 문제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이런 요건에서 보면 고인은 저자 자격을 모두 충족할 수 없다. 그래서 고인 저자가 모호한 예외처럼 다뤄지지 않도록 명시적 기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예컨대 고인의 사망 사실을 밝히고 연구 참여와 기여를 구체적으로 명시하게 하자는 것이다.
누가 과학 논문의 저자인가? 고인 저자 자격에 관한 관심과 논의에는 과학 연구와 출판 분야에서 강조하는 정당하고 공정한 평가와 투명한 책임의 가치가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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