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부동산펀드 손실 여진 계속… 증권사 올해 실적도 초비상
작년 3분기 기준 1.8조 손실 발생
해외 부동산 시장 불황 장기화에
올해 실적까지 영향 미칠 가능성
해외 부동산 시장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대형 증권사들도 진땀을 빼고 있다. 관련 평가 손실이 지난해 하반기에 그치지 않고 올해 연간 실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9월말 기준 미래에셋·삼성·신한·키움·하나·한국투자증권 등 국내 25개 증권사 해외부동산 익스포저(위험노출액)는 14조4000억원에 달한다. 이 중 8조8000억원(61%)에 해당하는 비중이 상업용 부동산 익스포저로, 지난해 4분기 미국 오피스 공실률은 역대 최고기록(19.6%)을 경신하는 등 큰 폭의 가격 하락을 겪고 있다.
이들 증권사는 이미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8조3000억원 규모의 해외 부동산펀드에 대해 약 1조8000억원(22%)의 평가손실을 인식했다.
4분기 역시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분기 기준으로 주요 증권사 중 6곳이 순손실을 기록했는데, 대부분 해외 부동산 익스포저 관련 충당금 적립과 손상 차손 인식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감사보고서 공개 전인 만큼 구체적인 충당금 적립 규모를 확인하기는 어렵지만 증권가에서는 주요 증권사 별로 4분기에만 충당금을 최소 1000억원 이상씩 쌓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분기 순손실은 하나증권이 2565억원으로 가장 컸다. 하나증권의 지난해 잠정 실적 역시 해외 투자자산 평가손익 등 영향으로 약 271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어 △키움증권(-1892억원) △미래에셋증권(-1580억원) △신한투자증권(-1255억원) △한국투자증권(-258억원) △삼성증권(-72억원) 순으로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자기자본 기준 국내 1위 증권사 미래에셋증권의 경우 국내뿐 아니라 해외법인이 보유한 각종 투자목적자산에서 손상차손이 발생하면서 4분기 대규모 손실을 기록했다.
미래에셋증권의 전체 투자목적자산 7조5000억원 중 4분기에만 3500억원의 평가손실이 반영됐다. 지난해 말 기준 미래에셋증권의 해외 상업용 부동산 익스포저는 2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투자증권은 4분기 대체투자자산 평가손실 1633억원 등 비용 요인을 반영했고 한국금융지주는 부동산펀드 손상 약 2200억원이 발생했다.
삼성증권은 대체투자자산 관련 손실을 보수적으로 인식하며 4분기 1800억원의 충당금을 반영하긴 했지만, 대형증권사 중에서는 충당금 규모가 가장 작은 데다가 해외부동산 익스포저 역시 타사 대비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이에 대해 한국신용평가는 "고금리 장기화와 높아진 공실률 등으로 미국 및 유럽 소재 상업용 부동산 가치 하락이 지속되면서 2018~2020년 투자가 이루어진 해외부동산 익스포져 손실인식 사례가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대형사 9개사의 분기별 대손비용은 지난해 3분기 3784억원에서 4분기 1조4778억원으로 290% 급증했다. 영업외비용 역시 2273억원에서 5581억원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해당 금액의 전부가 해외 부동산 손실 관련 비용은 아니지만, 해외대체투자자산 등 비시장성 유가증권에 대한 자산재평가 결과가 4분기 일시 반영된 영향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관련 손실 반영 이슈가 지난해 하반기로 그치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위지원 한국신용평가 금융·구조화평가본부 실장은 "아직 증권사들의 구체적인 4분기 실적을 들여다볼 수 없어 현재 어느 정도까지 해외부동산 관련 손실이 인식된 상태인지 확인하기는 어렵지만 지난해 결산만으로 전부 털어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상업용 부동산 경기가 회복되기 전까지는 향후 만기 도래할 해외부동산 익스포저에 대란 손실 인식 우려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재성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인하가 기존 전망대로 하반기부터 인하를 시작한다면 부동산 시장 심리가 개선되면서 환경이 달라질 수 있다"면서도 "올해까지는, 적어도 올 상반기까지는 해외 부동산 익스포저가 큰 대형 증권사들이 손실을 추가적으로 인식할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금리인하 시기가 지연되는 등 비관적인 시나리오 하에서는 손실 우려가 더 장기화할 수도 있다고도 덧붙였다.
신하연기자 summer@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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