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국민 목숨 담보로 한 투쟁 안된다

강중모 중기벤처부

의대 증원을 놓고 정부와 이에 반발하는 의사들의 견해차로 '의료대란'이 현실화되고 있다.

실제 정부 정책에 반발하는 전공의들이 집단으로 사직서를 내고 의료현장을 떠났다. 이미 일선 병원에서는 수술과 진료 예약이 취소되고 연기되는 등 의료서비스 이용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전공의들의 투쟁방식이 국민의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는 것이다.

현재 여론은 의대정원 확대를 압도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의사들의 집단행동에 대해서도 싸늘한 반응뿐이다.

국민은 정부의 의대 증원정책에 찬성을 하고 있는 마당에 의사들이 집단행동을 하면서 큰 불편을 초래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의사단체들은 의사가 늘어나면 의료수요가 늘면서 건강보험 재정이 고갈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는 병원이나 의원에서 비급여 과잉진료를 경험했던 국민들에게 선뜻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이다. 우리나라 의료서비스와 인프라는 세계 최고 수준이고, 의사들 수준 역시 매우 우수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사에 대한 국민의 인식은 매우 좋지 않다.

이번 의대 증원 사태에서 일부 의사들은 "의사가 없으면 환자도 없다"거나 "정부는 의사를 이길 수 없다"는 발언을 했다.

국민도 사회의 엘리트로서 필수적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체가 의사이고, 의사들이 의료현장에서 고생을 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다 알고 있다. 하지만 특권의식, 이기심을 거리낌 없이 내비치는 의사들을 곱게 볼 수는 없다. 사방을 둘러봐도 의사의 편은 아무도 없는 형국이다.

의사는 한자로 '醫師'로 쓰는데 '사(師)'는 스승을 뜻한다. 생명을 다루고 아픈 곳을 치료하는 존경을 받아 마땅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의사라는 말 뒤에 '선생님'이라는 말이 늘 따라붙는 것도 같은 이유다. 국민이 의사들의 간곡한 호소에도 귀를 기울이지 않는 이유를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

의대 증원에 반대하기 위해 환자 곁을 떠나는 과격한 방식의 투쟁은 절대로 국민의 공감과 지지를 받을 수 없다. 의료공백 장기화에 따른 의료대란이 실제로 벌어지면 의사들에 대한 국민의 적개심만 더 커지게 된다.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는 TV 공개토론을 했다. 극한대립 상황에서의 공식석상 첫 의·정 대화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결국 대화와 타협이 아니면 강대강 대치뿐이다. 의사들이 국민의 불안과 불편을 가중시키는 집단행동보다는 국민의 신뢰를 되찾을 수 있는 합리적 대안을 제시하길 바란다.

vrdw88@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