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들 “수술 못받는 환자에 미안”...하지만 업무개시명령에 반감

전공의 단체 긴급 대의원총회
“업무개시명령 효력 없다는 법률 자문 받아”
총회 참석 위해 지방서도 올라와

대한전공의협의회 박단 회장과 각 병원 전공의 대표 및 대의원들이 20일 낮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대강당에서 2024년도 긴급 임시대의원총회를 하고 있다. /뉴스1

“전공의들은 국민과 싸우는 게 절대 아닙니다. 저희가 사직서를 내고 병원을 떠났지만, 병원에서 환자들의 희생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해요.”

대전성모병원 소속 전공의인 류옥하다 씨는 20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열린 대한전공의협의회 임시대의원총회에서 기자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이번 전공의 사직 사태에 대해 “정부는 ‘파업’이라고 하지만 우리는 ‘사직의 물결’이라고 표현한다”라고도 했다. 류옥하다 씨는 지난 16일 일찌감치 병원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날은 서울 주요 병원인 이른바 ‘빅5′ 병원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내고 진료를 중단하겠다고 예고한 날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날까지 주요 수련병원 100곳 전공의의 55% 수준인 6415명이 사직서를 제출했고, 1630명이 근무지를 벗어났다. 복지부는 현장 조사를 통해 이 중 831명에게 현장으로 복귀하라는 업무개시명령을 내렸다.

총회가 열린 협회 회관은 오전 11시부터 북적였다. 당초 각 병원 전공의 대표 100여명이 참석을 신청했으나, 현장 등록을 포함해 예상 인원의 2배가 넘는 전공의가 참석했다고 협회는 설명했다. 총회를 참석하려고 새벽 기차를 타고 지방에서 서울로 상경한 전공의들도 여러 명 있었다.

흰색 가운을 입은 한 전공의는 회의실 앞에서 “수술이 미뤄지고, 진료를 받지 못해 고통스러워하는 환자들을 생각하면 미안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전공의는 정부가 근무지를 이탈한 전공의에게 발령한 ‘업무개시명령’에 대해 반감을 드러냈다.

류씨는 “의료의 특수성이 있다고 하지만, 자연인이 사직서를 내는 것에 대해 업무개시명령으로 강제노역을 시킬 수는 없는 것 아니냐”라며 “법률 자문팀을 통해 업무개시명령이 사실상 아무런 효력이 없다고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체 어떤 식으로 업무를 개시하라는 건지도 잘 모르겠다”라고도 했다.

하지만 류씨의 말은 사실이 아니다. 과거 파업에 동참한 전공의가 업무개시명령에 불복해 제기한 헌법소원은 지난 2021년 각하됐다. 업무개시명령은 의료법과 약사법 화물자동차법에만 존재하는 제도인데, 이 명령에 따르지 않으면 3년 이하의 징역, 3000만원 이하의 벌금과 면허 정지, 취소도 가능하다. 업무개시명령은 기본권 침해가 아니라는 것이 헌법재판소의 판단이라는 뜻이다.

류씨는 “이 사태가 마무리된다고 해도, 필수의료 전공의 4명 중 1명은 수련병원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며 “이대로라면 필수의료가 붕괴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교수는 “전공의들이 진료 현장을 떠난 것은 윤리적으로 자유로울 수 없겠지만, 정책에 항의하는 행동은 할 수 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런 상황에서 전공의들을 범죄자처럼 취급한 것이 불을 더 지핀 것 같다”라고 말했다.

총회 장소를 제공한 대한의사협회는 전공의들을 격려했다. 김택우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전공의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의협 비대위는 전공의들의 결정을 존중하고 함께 하겠다”며 “단체행동에 나선 전공의들을 위해 법률 지원에도 나서겠다”고 말했다.

이날 정오에 시작한 총회는 오후 5시가 넘어서 끝났다. 박단 전공의협의회 회장은 “조속한 시일 안에 회의 내용을 정리한 성명서를 발표할 예정이다”라면서도 “전공의들을 대표해서 이들의 입장을 발표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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