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하려면 배당세율 먼저 손 봐야"
年2000만원 초과땐 누진세 폭탄
정부 큰 틀 만들면 시장 따라와
정권 따른 규제 변동성도 문제
행동주의 펀드, 항상 맞지 않아
급진주장 반영하면 동력 잃어
“정부가 주주 환원을 언급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상당히 의미 있는 일입니다. 제도적인 큰 틀만 만들어주고 나머지는 기업들의 자율성에 맡겨도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상당 부분 해소될 것입니다.”
황찬영 맥쿼리증권 대표는 20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정부가 추진하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해 “일부에서 거론하는 상장폐지와 같은 강제성을 부과하기보다는 현행 세법의 불합리한 점만 개선해도 기업들의 주주 환원 정책을 유인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황 대표는 특히 지나치게 높은 배당소득세를 대표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으로 지목했다. 현행 세법상 배당금은 지방소득세를 포함해 15.4%가 원천징수되는데 연간 배당소득이 2000만 원을 초과하면 종합소득과 합산돼 누진세율(6.6~49.5%)이 적용된다. 황 대표는 “배당 확대는 장기 투자자를 늘릴 수 있는 좋은 유인책인데 세법이 이를 가로막고 있다”며 “기업들의 고배당 정책과 시장 참여자들의 장기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정부가 운동장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황 대표의 일문일답.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을 꼽는다면.
△첫 번째로 자본 배분이나 조달 비용에 대한 효율성이 떨어지는 부분이 있다. 북한이라는 지정학적 요소도 무시할 수 없다. 해외 투자자들은 국내에서 느끼는 것보다 북한에 대해 훨씬 더 위협적이라고 생각한다. 세 번째, 정부 정책의 일관성 문제다. 해외 투자자들은 정권에 따라 규제 환경이 바뀌는 정도가 크다고 생각한다. 어떤 규제가 한 번 만들어지면 일관성이 있어야 되는데 그렇지 않고 자주 변동된다는 게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초래하고 있다. 모회사와 자회사가 동시에 상장해 기업가치가 중복되는 ‘더블카운팅’ 문제도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을 수 있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에 대한 해외 투자자의 반응은.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정부의 관련 발표 직후 유럽, 미국 투자자들과 화상회의를 진행했는데 각각 40~50곳의 기관이 참여했다. 그만큼 관심이 크다. 20~30년 동안 쌓인 경험상 한국 정부에 대한 불신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정부에서 주주 환원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는 것 자체로 고무적이라고 본다. 투자자들로서는 정부가 주주 환원책을 강조하는 나라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
-국내 기업들이 주주 환원에 얼마나 적극적일까.
△정부가 직접 기업의 자사주 소각과 배당을 통한 자기자본이익률(ROE) 향상을 언급했다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박근혜 정부에서 기업 이익의 일정 부분을 배당 등에 활용하도록 기업소득환류세제를 도입했었는데 실제로 이후 기업들의 배당이 크게 오르는 효과가 있었다. 당시 은행의 배당성향이 17~18% 정도였고 현대차(005380)나 기아(000270) 같은 기업들은 7~8% 정도로 굉장히 낮았다. 지금 은행들의 배당성향이 35%, 현대차·기아는 30%에 육박한다. 10년 동안 시장 참여자들의 눈높이가 상당히 높아졌고 기업들도 예전에 비해 2배 가까이 높은 배당을 하는 데 부담을 느끼지 않고 있다. 정부 발표 이후 이미 다수 기업들이 자사주 소각 계획 등 주주 환원 정책을 내놓고 있다.
-밸류업 프로그램 중 어떤 부분에 가장 관심이 큰가.
△기본적으로 정부의 역할은 큰 틀을 만드는 것이고 시장의 변화는 시장이 만든다. 예를 들어 정부가 “이렇게 안 하면 상장폐지시킬 테니 무조건 하라”고 하는 것은 후진국 형이다. 그런 방식보다 세법에 변화를 가져올 필요가 있다. 배당세가 너무 높다. 투자자들이 단타보다 장기 투자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정부가 운동장을 만들어주는 게 중요하다. 이후 따라갈지 말지는 시장에서 결정하는 것이다. 한 업종에서 모범적인 주주 환원책을 시행하는 기업이 있으면 다른 기업들도 따라갈 수밖에 없다.
-이사회가 주주 이익을 보다 책임 있게 반영하게끔 상법 개정 목소리가 있는데.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전문성을 갖고 있는 인사들이 이사회를 구성하고 있는지를 우선적으로 따져야 한다. 행동주의 펀드를 중심으로 이런 주장이 나오는 것으로 안다. 물론 이사회가 주주의 입장을 대변해야 되는 것이 맞지만 행동주의 펀드가 항상 맞는 것은 아니다. 급진적 주장을 다 반영했다가 회사가 투자 기회를 통한 성장 동력을 잃을 수도 있다.
박시은 기자 good4u@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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