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절했던 우크라이나군 철수… "부상자 300명 남겨두고 모두 불태워라"

권영은 2024. 2. 2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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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자 300명은 남겨두고 모든 것을 불태워라."

지난 1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군이 동부 격전지 아우디이우카에서 전격 철수할 때 남부의 방어 거점인 제니트 진지에서 러시아군에 맞섰던 제110여단 소속 병사 빅토르 빌리아크는 지휘관으로부터 이 같은 명령을 받았다.

빌리아크는 이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그저 생존이 달린 문제였다"며 "아우디이우카로 가는 길은 우크라이나인 시체로 가득했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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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전지 아우디이우카 철수 당시 증언 나와
"러군 포위 뚫기 어렵자 부상병 6명 남겨둬"
"러군이 비무장 부상병 처형했다" 주장도
19일 우크라이나 동부 아우디이우카의 한 거리 위에 러시아군이 포획한 우크라이나 탱크가 서 있다. 아우디이우카=타스 연합뉴스

"부상자 300명은 남겨두고 모든 것을 불태워라."

지난 1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군이 동부 격전지 아우디이우카에서 전격 철수할 때 남부의 방어 거점인 제니트 진지에서 러시아군에 맞섰던 제110여단 소속 병사 빅토르 빌리아크는 지휘관으로부터 이 같은 명령을 받았다. 부대 전체 생존이 위태롭자 한 지휘관이 '부상병은 남겨두라'는 무전을 보냈다는 것이다.

결국 6명의 부상병이 낙오됐다. 일부는 곧 들이닥친 러시아군에 의해 처형됐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빌리아크는 이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그저 생존이 달린 문제였다"며 "아우디이우카로 가는 길은 우크라이나인 시체로 가득했다"고 썼다.

19일 미국 CNN방송 등을 통해 아우디이우카의 급박하고 처절했던 상황이 뒤늦게 전해졌다.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州) 한복판에 있는 아우디이우카는 사실상 우크라이나의 요새였다. 특히 최근 4개월간 격전 속에서도 우크라이나는 잘 버텼다. 하지만 탄약과 병력 부족으로 결국 밀리기 시작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병사들의 생명을 구하겠다며 아우디이우카 철수를 결정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오른쪽 두 번째)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해 4월 18일 최전방 격전지 도네츠크주 아우디이우카를 방문해 주둔 장병에게 훈장을 수여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제공 UPI 연합뉴스

아우디이우카에 남겨진 6명의 병사 중 한 명인 하사 이반 즈히트니크(30)는 양다리가 부러져 거동할 수 없는 상태였다. 그는 철수 명령이 내려지기 이틀 전인 지난 15일 여동생 카테리나와의 영상통화에서 "모두 떠나 후퇴했다"며 "(대피) 차량이 데리러 오길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구조대는 오지 않았다. 동료들이 떠나면서 남기고 간 약과 음식도 금세 떨어졌다.

결국 즈히트니크는 사망했다. 카테리나는 16일 한 러시아 군사 블로거가 아우디이우카의 군부대에서 촬영한 영상 속 시신 여러 구 가운데 즈히트니크를 확인했다고 CNN은 전했다. 우크라이나의 유명 군사 블로거 유리 부투소프는 즈히트니크와 함께 남겨진 병사 6명의 실명을 공개하면서 "이들은 스스로 움직일 수 없었고, 당시 진지가 러시아군에 완전히 포위돼 이들을 이송할 대피 차량도 닿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러시아군이 억류돼 움직일 수 없는 무력한 비무장 부상자들을 처형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제니트에 있던 잔류 부상병들 중 누가, 어떻게 숨졌는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제110여단은 19일 성명을 통해 "제니트가 포위된 후 부상병을 대피시키기 위해 러시아군과 협상을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측이 우크라이나 부상병을 데려간 후 다른 전쟁포로들과 교환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제110여단은 나중에 러시아군이 공개한 영상을 통해 이들이 사망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전쟁 발발 만 2년을 앞두고 우크라이나의 전략적 요충지가 러시아 수중에 넘어가면서 암울한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서방의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이 없다면 러시아는 아우디이우카에서의 군사적 승리를 바탕으로 우크라이나군을 계속 밀어내고, 우크라이나 동부를 더 많이 점령할 것"이라고 미국 관리들을 인용해 전했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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