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섹스·폭력에 물든 `공포의 학교`…美고교, 군대 부른 사연
미국 매사추세츠의 한 고등학교가 행정당국에 교내 폭력 진압을 위한 방위군 지원을 요청하고 나섰다. 학교 복도와 교실에서 매일처럼 벌어지는 마약과 폭행, 학생 간 성행위 사건 들이 교사들로선 감당할 수 있는 한계점을 넘어섰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19일(현지시간) 미국 일간지 보스톤글로브 등의 매체에 따르면 매사추세츠의 브록톤 고등학교(BHS) 학교위원회 위원 4명은 지난 15일 마우라 힐리 매사추세츠 주지사에게 서한을 보냈다.
위원들은 해당 서한에 "학교에서 공공연한 마약 투약과 폭력, 섹스 등 비행이 난무하는 상황을 통제하기 위해 주 방위군을 배치해달라"고 적었다.
이어 "지난 몇달 간 우리 학교에선 폭력과 보안문제, 약물 남용 관련 사건이 무서울 정도로 증가했다며 "더 큰 비극을 예방하기 위해 즉각적인 군대 지원을 원한다"고 덧붙였다.
보스턴 시내에서 남쪽으로 약 32km 가량 떨어진 곳에 위치한 브록턴 고등학교는 약 3500명의 학생이 재학 중인 매사추세츠주 최대의 고등학교다. 지난 수개월 동안 이 학교 학생들은 수업시간에 복도와 운동장을 배회하고, 매일 패싸움을 벌이고 있다. 텅빈 교실에서 성행위를 하다 적발되는 학생들도 있다.
앞서 지난 2월초 열린 비상 회의에서 교사 엘러리 메리킨은 "그들은 섹스를 하고, 마약을 하고, 제멋대로 수업을 빼 먹고 있다"고 말했다..
군 지원을 요청한 위원 중 한 명인 토니 로드리게스는 기자회견에서 "최근 학교 폭력을 말리던 교사가 다쳐 입원하는 등 교사 35명이 사고로 결근해 상황이 매우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면서 "우리는 학교를 다시 통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학교 폭력이 증가하면서 대리 교사마저 부족해져 수백 명의 학생들이 수업 시간에 구내 식당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2월에는 학생들 간 패싸움을 말리던 수학교사 클리프 캐나반이 팔이 부러지는 부상을 당하기도 했다. 지난해 5월에는 학교 운동장에서 난투극을 벌이던 두 명의 학생이 칼에 찔려, 병원으로 이송되는 일도 있었다.
교사들은 학생들한테서 공격 당할까봐 두려워하고 있다. 공격 대상이 되지 않으려고 병가를 낸 교사도 있다. 수학교사 줄리에 페어필드는 "재직했던 지난 21년 동안 교실에서 한 번도 두려움을 느낀 적이 없었는데, 이제는 학생들이 나를 공격하지 않을까 두렵다"고 말했다.
주방위군 지원에 대해선 교사와 학부모들 간에도 찬반이 엇갈린다. 우선 학교 위원회 의장이자 브록턴 시장인 로버트 설리번은 주 방위군 지원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설리번 시장은 "4명의 위원들이 제시한 제안에 감사하지만 그런 조치가 적절하진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주 방위군 군인들이 답은 아니다. 군대가 아니더라도 지난 수십 년간 학교 안전을 위해 경찰이 효과적이고 안전하게 활동해 왔다"고 강조했다. 경찰이 있는데 굳이 군대까지 동원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얘기다.
브록턴 경찰서장인 브렌다 페레즈도 "오는 26일 방학이 끝나고 학생들이 수업에 복귀하면 학교 안전과 관련,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일부 학부모들도 학교 상황을 우려하기는 하지만, 군대 배치 계획에 대해선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상급생 자녀를 둔 학부모 신시아 호지스는 "이곳은 군사학교가 아니다"라며 "주방위군이 무엇을 해야 한다고 지시하는 그런 학교에 가고 싶어하는 아이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학교 폭력사태가 우려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방위군을 소집하는 건 학생들을 중퇴시킬 수도 있는 예민한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와는 다른 견해를 가진 학부모들도 적지 않다. 신입생 아들을 둔 학부모 에릭 라이트는 "학교에 군 제복을 입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 만으로도 아이들에게 조금 더 안전하다고 느끼게 할 수 있으며, 문제를 일으키려는 사람들도 주저하게 될 것"이라며 "방위군을 투입하는 것도 시도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브록턴 시의원 셜리 아삭은 위원회의 요청에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는 주 방위군이 주둔하더라도 임시 조치가 될 것이라고 했다.
설리번 시장은 학교위원회 요청에 의해 주방위군 배치 권한을 위임받은 마우라 힐리 매사추세츠 주지사에게 요청서를 보냈지만, 힐리 주지사는 아직까지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박양수기자 ys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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