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60대 퇴직하고 70~80대 '소음성 난청' 산재 수급?"…기준 손 본다

고홍주 기자 2024. 2. 20.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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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음성 난청, 5년 간 신청 6.4배↑…60대 이상이 93%
"노화로도 생길 수 있는데…부정수급 악용될 우려"
고용부, 외부 전문가 산재보상 제도개선 TF서 논의
근로복지공단도 운영개선TF 발족해 개선 논의 예정
[서울=뉴시스] 배훈식 기자 =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산재보험 제도 특정감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24.02.20. dahora83@newsis.com


[서울=뉴시스] 고홍주 기자 = 고용노동부가 산업재해보상보험 제도 특정 감사를 통해 113억원대 부정수급액을 적발했다..

최근 5년 간 신청이 6.4배 증가한 소음성 난청과 질병 추정의 원칙, 요양의 장기화 등 문제가 악용 원인으로 지적되면서 향후 이 부분을 중심으로 제도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2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산재보험 제도 특정감사 및 노무법인 점검'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감사는 지난해 10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일명 '나이롱 환자' 등 산재 부정수급 문제가 지적된 후 같은 해 11월 1일부터 12월 29일까지 실시됐다.

고용부는 감사 과정에서 근로복지공단 등 각종 신고 시스템 등을 통해 접수되거나 자체 인지한 883건을 조사해 이 중 486건(55%)의 부정수급 사례를 적발했다. 적발액은 약 113억2500만원이다.

이 장관은 업무상 인정 기준인 '질병 추정의 원칙'에 대한 법적 근거 미비 문제와 소음성 난청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소음성 난청은 85데시벨(dB) 이상 소음에 3년 이상 노출돼 청력이 손실되는 경우다. 판례 등에 따라 소멸시효 기산일이 소음작업장을 떠난 날에서 진단일로 변경되고 연령별 청력손실 정도를 고려하지 않아 과도한 보상이 이뤄지고 있다는 게 고용부의 설명이다.

실제로 소음성 난청 재해 신청자의 93%가 60대 이상 고령층인 것으로 나타났다. 신청 건수 역시 2017년과 비교해 6.4배(2239건→1만4273건)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보상급여액도 5.2배(347억원→1818억원) 늘어났다.

또 이번 감사에서 일부 노무법인들이 '산재 브로커' 노릇을 한 것으로 파악됐는데, 소음성 난청이 이에 이용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난청을 앓던 A씨 사례가 대표적이다. A씨의 난청 진단은 노무법인이 선택한 병원에서 이뤄졌는데, 자신들과 거래하는 병원이라고 설명했다고 한다. 병원 이동 시 노무법인 차량으로 이동하고 진단비와 검사비 역시 노무법인에서 모두 지급했다.

이후 A씨가 소음성 난청 승인으로 근로복지공단에서 약 4800만원을 지급 받자, 이 중 30%에 해당하는 1500만원을 수임료 명목으로 받아갔다는 것이다.

이 장관은 "난청이라는 건 나이가 들면서 생길 수도 있는데, 50대 내지 60대에 퇴직하고 70대, 80대에 신청했을 경우 원인이 노령으로 인한 것인지 직업성 질환으로 인한 것인지 구별이 안 된다"며 "소음성 난청과 관련된 법원 판례와 질병 추정의 원칙 등이 결합돼서 어느 일정한 시점을 기점으로 부정수급이 늘어나는 경향성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날 이 장관은 산재보험 요양이 장기환자를 양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용부에 따르면 전체 요양환자의 48%가 6개월 이상 장기요양환자다. 그 원인으로는 ▲상병별 표준요양기간의 부재 ▲요양 연장을 위한 의료기관 변경 제도 이용 ▲저조한 집중재활치료 실적 ▲민간산재병원 관리 부적정 등을 꼽았다.

특히 상병별 표준요양기간이 없어 사실상 주치의 판단에 따라 요양 연장 여부가 결정되는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예를 들어 목통증인 경추염좌의 경우, 건강보험과 비교했을 때 치료 기간이 2.5배 더 길고, 진료비는 3.7배 더 지급됐다.

고용부는 지난 1월 발족한 '산재보상 제도개선 TF'를 중심으로 제도 개선 논의를 진행해나갈 예정이다.

TF는 직업환경의학과·예방의학과·이비인후과·제활의학과 의사와 법학과, 사회복지학과 전문가로 구성됐다.

총 2개 분과로 나눠져 있는데 1분과는 주로 산재 승인 인정 관련 내용으로 소음성 난청, 처리기간 장기화, 업무상 질병 인정기준 합리화 등을 다루게 된다. 2분과에서는 요양 보상 재활 관련으로 장기요양 유인 방지나 보상 합리화, 재활 및 사회복귀 유인 강화 등을 다룬다.

산재보험 운영 주체인 근로복지공단도 자체 TF를 발족해 제도 개선 논의를 뒷받침할 예정이다.

우선 부정수급 근절을 위해 박종길 이사장이 직접 단장을 맡고, 7개 권역별 지역본부장이 팀장을 맡는 '부정수급 근절 특별 TF'를 구성해 무기한 가동하기로 했다.

여기에는 부정수급 사례가 많은 유형을 상병별, 지역별, 업종별로 분석·추출해 기획조사 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또 검찰, 고용부 등 관련 부처와 합동으로 불법 브로커와 사무장 병원에 대한 조사도 진행할 계획이다.

이와 동시에 '산재보험 운영 개선 TF'도 발족한다.

이는 고용부의 산재보험 제도개선 TF와 연계되는 활동이다. 산재보험 운영상의 공정성·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한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며, 객관성과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단장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다. 단장은 박 이사장이 맡는다.

이 장관은 "대다수의 근로복지공단 임직원과 노무사들은 산업현장 최일선에서 재해를 당한 근로자를 위해 성실하게 직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면서도 "제도의 허점 등으로 악용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므로 그대로 내버려두면 기금의 재정 건정성 악화 등으로 이어져 미래세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타 사회보험과 같이 산재보험도 고령화에 따른 수급자 증가 등으로 인해 연금 부채가 약 55조원에 달하는 만큼 현재 보유하고 있는 약 22조원의 적립금이 적정한지, 기금 적립방식이나 규모 등에 대해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대대적인 제도 개선 논의를 시사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adelant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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