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부여'를 걷어낸···조경재 개인전 ‘What You See Is WHAT YOU SEE’

김보람 기자 2024. 2. 20.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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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일상에서 접하는 사물과 현실을 끊임없이 판단하고 의미부여 한다. 그러다 보면 임의적으로 붙여놓은 의미에 가려 사물의 본질을 못 볼 때가 많아진다. 그 틈새에서 발생하는 오해는 너와 나 사이의 진정한 이해를 가로막는다.

성남시 분당구에 있는 아트스페이스J에선 진정한 소통을 위해 필요한 태도를 역설하는 조경재 개인전 ‘What You See Is WHAT YOU SEE’가 오는 22일까지 열린다. 조 작가는 18점의 작품을 통해 ‘사물을 보이는 그대로 보라’고 말한다.

조경재, Juan002, 2022, 아트스페이스J 제공

전시회 제목에서 말하는 것처럼 작가는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사물에 부여한 의미를 걷어내고 조형물을 조형물 그 자체로만 느끼며 고유성을 생각해보자’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그러한 작가의 의도는 전시장 안을 가득 채우고 있다. 추상회화처럼 보이는 사진들 속에는 사람이 쓰기에 너무 작아보이는 가면, 카페트, 나무 판자, 쇠철 덩어리들이 맥락없이 뒤엉켜 있었다. 하지만 이는 각각의 오브제가 가진 상징성을 철저히 파괴하기 위해 작가가 의도적으로 ‘문맥없음’을 표현한 것이다.

조경재, 바람01, 2015, 박채령 수습기자

조 작가는 던져 놓듯 생경한 이미지들을 드러내 우리의 시각을 ‘반응’하게 한다. 본래의 문맥에서 벗어나 의미를 잃고 부유하는 사물들 사이에서 철저하게 미학적인 관계성만을 획득해 ‘보이는 무엇인가를 새롭게 보이게’ 드러내려 했다.

조 작가는 오브제로 표현되는 ‘실체’와 평면으로 표현되는 ‘가상’, 설치와 사진 등 ‘매체 간의 경계’, 추상과 구상을 하는 작업들을 통해 ‘본다는 것이 무엇인지’, ‘이미지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읽어낼 것인가’의 사유를 이끌어낸다.

조경재, metal02-001, 2013, 아트스페이스J 제공

그렇게 작가는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라며 감상자를 끈질기게 사각지대로 밀어 넣는다. 어느 순간 감상자는 작품을 눈에 보이는 그대로 이해하기 시작한다. 사무실 카페트로만 생각했던 것이 카페트가 아닌 조형물 그 자체로, 모래 바닥을 파던 삽이 삽으로서의 기능이 아닌 그저 오브제가 되며 당연했던 사물들이 낯설어지는 순간이다.

조경재, carpet002, 2015, 박채령 수습기자

전시를 기획한 한혜원 아트스페이스J 실장은 “사람들은 일상에서 자기도 모르게 사물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데, 작가는 그런 점을 인지하고 보이는대로의 모습을 느껴보자는 메시지를 전하려 했다”며 “관객들이 각자의 관점에서 있는 그대로 작품을 바라보고 해석하며, 자유롭게 자신만의 서사를 만들어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보람 기자 kbr13@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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