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첫 3%대 금리 … 부동산 살리기 '올인'

송광섭 특파원(song.kwangsub@mk.co.kr), 한재범 기자(jbhan@mk.co.kr) 2024. 2. 20.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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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금리인하로 내수 부양
주담대 기준 5년만기 LPR
2019년 집계이래 최저 수준
당초 시장 예상 크게 웃돌아
70개 도시 집값 떨어지자
中정부 긴급 부양책 내놔
일부선 "정책효과 제한적"

중국 주택담보대출의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5년 만기 대출우대금리(LPR)가 사상 처음으로 3%대에 진입했다. 통계를 집계한 2019년 8월(4.85%) 이후 하락과 동결을 반복한 지 4년반 만이다. 올해 중국 경제를 좌우할 최대 변수인 부동산 경기가 침체 국면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20일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5년 만기 LPR을 기존 연 4.20%에서 연 3.95%로 인하하기로 했다. 특히 이번 인하폭은 시장의 예상치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앞서 27명의 시장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로이터통신의 설문조사에서 25명이 5년 만기 LPR이 0.15%포인트 인하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 지금까지 LPR 인하폭은 0.10~0.15%포인트에서 결정돼왔다.

그만큼 부동산 시장 여건이 좋지 않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부동산 시장은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25%, 중국인 재산의 80%를 차지할 정도로 중요하지만, 여전히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중국 내 주요 도시 70곳의 기축 주택 가격이 1년 전보다 하락했다. 지역별로 보면 베이징·상하이·광저우·선전 등 4개 도시를 일컫는 1선 도시에서 1.1% 하락했다. 각 성의 성도(省都)와 직할시인 청두·항저우·난징·선양·충칭 등 2선 도시, 2선 도시보다 규모가 작은 3선 도시는 0.8%씩 떨어졌다.

특히 기축 주택 가격이 70곳 주요 도시에서 모두 하락한 것은 10년 만에 처음이다. 중국 경제 매체 차이신은 "중국 주택 가격이 아직 바닥에 도달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70곳 도시 중 89%인 62곳에서는 신축 주택 가격까지 하락했다.

전망도 좋지 않다. 리위자 광둥성 도시계획연구원 주택정책연구센터 수석연구원은 "중국 거시경제와 부동산 시장의 기초체력이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며 "올해 1분기 주택 가격도 하락세를 보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러한 추세는 본토를 넘어 홍콩까지 번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홍콩 초고가 주택(3800만달러 이상) 평균 판매 가격은 2022년 중반부터 현재까지 무려 25% 이상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개발 업황도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의 부동산 개발 투자는 1년 전보다 9.6% 하락했다. 올해 1월 중국 24개 주요 부동산 개발업체의 주택 판매도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45% 급락했다.

다만 이번 LPR 인하가 침체한 부동산 시장을 끌어올리기에는 제한적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블룸버그는 "이달 신규 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는 이미 사상 최저치인 3.97%로 떨어졌지만 주택 판매는 여전히 감소하고 있다"고 짚었다. 1선 도시에서도 이미 수개월 동안 주택 구매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온 만큼 부동산 시장 반등을 위한 공간이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영국 소재 글로벌 연구 컨설팅 업체인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중국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이미 2021년 말부터 200bp 가까이 하락했다"며 "이번 금리 인하의 경우 그 자체로는 주택 판매 회복에 제한적인 도움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싱가포르 TD증권의 거시전략가인 알렉스 루는 "금리 인하가 주택 심리를 부양할 수 있지만, 이것이 부동산 부문의 턴어라운드를 의미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은 올해 들어 다양한 유동성 공급책을 꺼내고 있다. 앞서 인민은행은 지난 5일부터 지급준비율(지준율)을 0.5%포인트 인하했다. 지난해 9월 이후 약 4개월 만에 또 낮춘 것이다.

판궁성 인민은행장은 당시 "예금 지준율을 0.5%포인트 인하해 시장에 장기 유동성 1조위안(약 188조원)을 공급할 것"이라며 "올해에는 총량 측면에서 다양한 통화정책 도구를 종합적으로 운영해 합리적으로 충분한 유동성을 유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5년래 최저 수준까지 하락한 증시를 부양하기 위한 유동성 공급도 이어졌다. 중국 중앙후이진공사는 주식 시장 하락을 막기 위해 지난 6일 보유 중인 상장지수펀드(ETF) 비중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LPR 인하 발표에도 중국 증시는 크게 반등하지 못했다. 중국 상하이·선전 증시에 상장한 우량기업으로 구성된 CSI300은 LPR 인하 발표 직후 하락세를 보이다 오후 들어 간신히 반등해 전일 종가 대비 0.20% 상승하는 데 그쳤다. 홍콩H지수는 전일 종가 대비 0.63% 상승한 5519.23으로 마감했다.

[베이징 송광섭 특파원 / 서울 한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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