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을 강릉시 녹지과가 담당한다고?” 솔올미술관 개관 일주일도 안됐는데 ‘흔들’

2024. 2. 20.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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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미술관 때문에 대한민국 미술계가 들썩이고 있는데, 단 한 군데 들썩이지 않는 곳이 있습니다. 강릉시입니다."

강원도 강릉시 교동 언덕 위에 지어진 솔올미술관이 4년의 준비 기간 끝에 화려하게 문을 열었다.

솔올미술관은 강릉시 7공원구역 안에 아파트단지를 개발하는 댓가로 사업 시행자가 건립한 미술관이다.

일례로 시립미술관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소장품 없는 미술관을 콘셉트로 한 솔올미술관의 수장고 면적도 넓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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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올미술관 전경. [솔올미술관 제공]

[헤럴드경제(강릉)=이정아 기자] “우리 미술관 때문에 대한민국 미술계가 들썩이고 있는데, 단 한 군데 들썩이지 않는 곳이 있습니다. 강릉시입니다.”

강원도 강릉시 교동 언덕 위에 지어진 솔올미술관이 4년간의 준비 기간 끝에 화려하게 문을 열었다. 개관전으로 이탈리아 현대미술 거장인 루치오 폰타나 작가의 작품세계가 국내 미술관 최초로 펼쳐졌기 때문이다. 오는 5월부터는 1960년대 모노크롬 회화를 대표하는 작가인 아그네스 마틴 전시가 국내 처음으로 열릴 예정이다. 폰타나와 마틴 모두 이름만으로도 쟁쟁한 시대의 작가들이다.

그런데 개관한 지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 김석모(48) 초대 관장이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19일 솔올미술관에서 만난 김 관장은 “미술관의 콘텐츠 방향과 향후 운영과 조직, 이런 얘기 자체를 할 수 있는 강릉시 담당과가 전무하다”고 호소했다.

김석모 솔올미술관 초대 관장. 이정아 기자.

실제로 솔올미술관은 소유권 이전부터 미술관 운영까지 해결해야 할 난제가 산적하다. 그런데 현재 미술관을 맡는 강릉시 담당 부서가 경제환경국 녹지과다. 도시공원업무와 녹지관리업무를 총괄하는 부서다.

김 관장은 “최근 3년 사이에만 강릉시 특구개발과에서 문화예술과를 거쳐 지금의 녹지과로 미술관 담당과가 이관됐다”며 “미술관이 현실적으로 지향할 수 있는 비전과 가치를 시에 제안하고 나면 논의 주체가 바뀌고, 재논의를 시작하면, 담당과가 또다시 바뀌는 과정을 수차례 거쳤다”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해서 강릉시 녹지과 관계자는 “공원 정비사업이 완료되는 시점부터는 강릉아트센터가 미술관 운영을 맡을 계획”이라며 “현 시점에서는 미술관 운영과 관련해 드릴 말이 없다”고 말했다. 강릉아트센터는 1993년 강릉문화예술관으로 건립된 복합문화공간으로, 전시기획팀 인력은 6명에 불과하다. 이들 중 일부는 강릉시립미술관 운영을 맡고 있는데, 문화체육관광부가 2020년 공립미술관을 대상으로 평가 인증제를 시행한 이후, 강릉시립미술관은 연이어 인증을 받지 못한 상태다.

솔올미술관 로비 천장에 설치된 폰타나 작품. ‘제9회 밀라노 트리엔날레를 위한 네온 구조’. 전시가 끝나면 작품이 파기되는 것으로 계약된 상태다. [솔올미술관 제공]
솔올미술관 로비 천장에 설치된 폰타나 작품. ‘공간개념, 베기’. [솔올미술관 제공]

사실상 ‘예술행정’이 전무한 공공시스템이 미술관의 발목을 잡는 진짜 문제는 따로 있다. 솔올미술관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설립취지가 개관 첫 해를 넘기지도 못하고 완전히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솔올미술관은 ‘소장품 없는’ 미술관을 표방하고 있다. 목표도 ‘한국미술과 세계미술을 연결해 우리 미술의 미술사적 맥락을 조명한다’다.

현재 진행 중인 폰타나 전시의 설치 작품 대표작이 국내에서 재제작되는 방식으로 전시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전 세계적으로 내로라하는 작가의 원작을 구입해 소장전을 열기 위해서는 한 점당 적게는 수억에서 많게는 수천억원에 이르는 비용을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 관장은 “국내 지방자치단체의 공공미술관이 가진 예산으로 한 해에 쟁쟁한 작품 한 점을 소장하기에 턱도 없다”고 지적했다. 평면회화를 주로 그리는 마틴의 주요 작품만 해도 크리스티나 소더비 등 글로벌 경매장에서 수백억원을 호가한다.

솔올미술관 전경. [솔올미술관 제공]
솔올미술관 내부 2층에서 외부를 바라본 모습. [솔올미술관 제공]

솔올미술관은 강릉시 7공원구역 안에 아파트단지를 개발하는 댓가로 사업 시행자가 건립한 미술관이다. 현재는 한국근현대미술연구재단이 위탁운영하고 있다. 공원 정비사업이 완료되는 올해 하반기에는 소유권이 강릉시로 넘어가게 된다. 한국근현대미술연구재단 이사인 김 관장의 임기는 오는 8월로 종료된다.

강릉시는 솔올미술관 이름을 변경하고, 시립미술관으로 향후 운영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솔올미술관 로고나 슬로건이 디자인된 배너나 발행물이 최소한으로 제작된 이유다. 다만 구체적인 미술관 운영 방안과 관련 예산이 전무한 상태다. 현재까지 배정된 예산은 홈페이지 제작을 위한 5000만원이 전부다. 당장 마틴 전시가 끝나는 9월부터 미술관이 ‘개점 휴업’ 상태에 돌입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중장기 전략도 부재하다. 일례로 시립미술관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소장품 없는 미술관을 콘셉트로 한 솔올미술관의 수장고 면적부터 추가로 넓혀야 한다. 이와 관련해 솔올미술관을 건축한 마이어 파트너스와 협의된 내용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마이어 파트너스는 ‘백색 건축’으로 유명한 리처드 마이어가 설립한 건축회사다.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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