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내다보는 신도시 … 통합재건축 통한 랜드마크 필수
1기 신도시 재창조의 길
여러 개 단지 묶어서 개발
장수명 아파트 건설하면
세계적 도시 모델로 변모
기업 몰리는 환경도 조성
관건은 주민간 이견 조율
총괄사업관리자 역할 중요
◆ 5·5·5 담대한 도전 ◆
G5·소득 5만弗·5천만 인구 … 도시 경쟁력 확보가 좌우
도시 경쟁력은 영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의 성장축으로 자리매김했다. 한국이 진정한 선진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액션 플랜으로 매일경제가 제시한 주요 5개국(G5) 위상, 1인당 국민소득 5만달러, 인구 5000만명 등 '트리플 5'를 위해선 도시 경쟁력 확보가 필수 조건이다. 도시 경쟁력이 국가 경쟁력과 연결된다는 의미에서 메가시티 광역권을 구축해 '규모의 경제' 효과를 노리고, 광역 교통망으로 연결성을 높이는 도시 대개조가 화두다.
최소 15만명 이상이 거주하는 1기 신도시를 정비하려면 각 단지가 각개격파하는 방식으론 한계가 있다. 이에 정부가 꺼내든 것이 '통합 재건축'이다. 개별 단지 재건축이 아니라 여러 단지를 묶어 함께 개발하는 것이다.
정부는 노후계획도시정비특별법에 따라 통합 재건축을 진행하면 안전진단을 면제하고 용적률을 상향해주는 인센티브를 제공할 방침이다. 하지만 앞서 통합 재건축을 추진한 곳들이 주민 간 갈등으로 실패한 사례가 많아 사업 속도가 지연될 것이 우려된다. 통합 재건축의 대표적 성공 사례는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래미안 원베일리'다. 이 단지는 신반포3차·23차·경남아파트의 통합 재건축을 통해 지난해 8월 2990가구 대단지로 탈바꿈하며 강남권 최상의 입지 단지에서 '전국구' 랜드마크 단지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통합 재건축 과정에서 주민 간 이견으로 실패하는 사례가 더 흔하다. 여의도 대교아파트는 인근 장미·화랑아파트와 통합 재건축을 추진하다 단독 재건축으로 선회했다. 여의도 목화·삼부아파트도 마찬가지다.
전문가들은 단지 간 대지 지분, 조망권 등 가치 차이가 클수록 통합 재건축 추진력이 약해진다고 지적한다. 백준 J&K도시정비 대표는 "입지나 평형대에서 단지별로 현격히 차이가 나면 통합 재건축이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여의도에선 한강 조망권을 두고 주민 간 이해관계가 엇갈려 번번이 통합 재건축이 좌절되고 있다.
1기 신도시 주민들이 통합 재건축에 성공하려면 기존 소유에 대한 가치 인정이 필수다. 백 대표는 "주민들이 기존 주택 위치와 가치를 서로 존중한다는 원칙에 동의하고 공동 이익을 추구하는 '구동존이(求同存異)' 원칙을 대전제로 삼아야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도 통합 재건축 과정에서 주민 간 이견이 발생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비하고 있다. 특별정비구역마다 총괄사업관리자를 지정해 조합 내분을 조정할 계획이다. 총괄사업관리자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같은 공공기관, 경기주택도시공사(GH) 같은 지방공사, 건설엔지니어링사 등이 맡을 수 있다.
통합 재건축은 이해관계자가 늘면 사업 지연이 우려되지만 성공하면 우위를 점하는 강점이 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통합 재건축은 규모의 경제 효과를 낼 뿐만 아니라 불필요한 기반 시설을 줄여 사업 비용을 절감하고 성공하면 랜드마크 입지를 강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1기 신도시는 30년마다 신도시를 허물고 다시 짓는 게 아니라 최단 50년, 최장 100년까지 지속가능한 장수명 아파트로 전략을 세워야 한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1103건의 주택 단지가 정부에서 장수명 주택으로 인증을 받았지만 '양호' 등급 이상 판정을 받은 건 단 1%(13건)에 불과했다.
현재 대다수 아파트는 같은 평면의 벽식구조다. 거푸집에서 찍어내듯 쉽게 만드는 형태라 시공 속도를 높일 수 있지만 구조가 획일적이라 공간 변경이나 유지·보수가 어렵다. 벽을 타고 흐르는 층간소음도 심하다. 배관이 한 번 터지면 쉽게 고치기 힘든 점도 벽식구조의 최대 단점으로 꼽힌다. 벽뿐만 아니라 기둥과 보를 이용해 천장(슬래브)을 다양하게 지지하면 배관을 분산시킬 수 있어 특정 배관 부위 문제가 발생할 때 보수하기가 쉽다.
장수명 단지가 되려면 도시와 건축물의 지속 관리를 위한 '민간 주도형 도시 관리(town management)'가 중요하다. 기존 지방자치단체와 산하 시설관리공단 차원의 도시 유지·관리를 넘어 별도 주체가 빠르게 변화하는 도시 내 요구사항을 반영하는 적극적 도시 관리를 의미한다.
영국 런던 북서쪽의 신도시 밀턴킨스가 대표적이다. 1967년에 뉴타운 조성을 시작해 무려 57년째 '개발 중'인 곳이다. 개발하고 남은 유보지를 끊임없이 확장하며 유명 기업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사업 주체는 공공인 밀턴킨스개발공사(MKDC)에서 민간 기구인 밀턴킨스파트너십타운으로 이어졌다.
1기 신도시 총괄사업관리자로 준비 중인 GH 관계자는 "기존 지자체가 해온 소극적 수준의 도시 관리가 아닌 주민들이 원하는 서비스를 신속히 제공하고 도시 노후화를 방지하는 신도시 모델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마트 홈 등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주택 조성도 필수다. LH 측은 "미래형 주택은 앞으로 도심항공교통(UAM), 자율주행 이동수단 등과 연결되기 때문에 건물 내부에 사물인터넷(IoT) 기반을 갖춰야 한다"고 밝혔다.
1기 신도시가 주거 외에 다양한 가치를 담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GH 관계자는 "1기 신도시 구역을 나눠 역세권엔 청년주택, 도심엔 신혼주택 등 거주민의 다양한 주택 수요를 충족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서진우 차장 / 손동우 부동산전문기자 / 연규욱 기자 / 김유신 기자 / 한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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