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뱅 '주담대 갈아타기' 시중은행 4배

박인혜 기자(inhyeplove@mk.co.kr) 2024. 2. 20.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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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에만 1조3천억 이동
카뱅 9150억·케뱅 3900억
자체 플랫폼에 금리 저렴
5대銀 합계 3200억 그쳐
은행, 인뱅 공세 대응위해
비대면 상품·채널 강화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가 1월 한 달 동안 주택담보대출 1조3000억원가량을 타행에서 끌어온 것으로 파악됐다. 같은 기간 5대 시중은행의 주담대 갈아타기 유치 실적인 3212억원을 크게 웃돈다. 인터넷전문은행의 공세에 대응하려는 시중은행은 비대면 전세담보 대출을 출시하기로 하는 등 온라인 상품과 애플리케이션(앱)을 강화하고, 디지털 영업 부서도 재편한다. 인터넷전문은행의 시장 공략이 확대되면서 은행업 패러다임에 변화가 이어지고 있다.

20일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이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가 마련한 주담대 갈아타기 서비스 플랫폼을 통해 유치한 실적은 카카오뱅크가 2137억원, 케이뱅크가 131억원이었다. 두 인터넷전문은행은 금융위 플랫폼이 아니라 자체 플랫폼을 통해서도 시중은행보다 훨씬 더 많은 주담대 갈아타기 실적을 유치했다. 카카오뱅크의 자체 서비스·플랫폼을 통해 이동한 주담대는 2718건, 7014억원이나 됐다. 케이뱅크에서도 자체 앱 등으로 주담대 약 3787억원이 유입돼 이동이 완료됐다.

금융위 플랫폼과 자체 플랫폼을 통해 유치한 주담대 갈아타기 실적을 합치면 카카오뱅크가 9151억원, 케이뱅크가 3919억원에 달한다.

반면 5대 시중은행은 1월 한 달간 최종 실행까지 완료한 주담대 갈아타기 실적이 3212억원 수준이다. 인터넷전문은행 2곳이 시중은행 대비 4배를 끌어온 것이다.

주담대 갈아타기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이 시중은행에 압승을 거둔 데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금리와 온라인에 특화된 자체 플랫폼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전국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만기 10년 이상 분할상환 방식 주담대의 평균 금리는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가 각각 연 3.90%, 연 3.86%였다. 같은 기준으로 KB국민은행은 연 4.10%, 신한은행은 연 4.15%였다.

하지만 인터넷전문은행이 주담대를 싹쓸이하는 것을 두고 우려도 적지 않다. 김 의원은 "당초 인터넷전문은행 출현은 금융산업의 혁신과 경쟁을 촉진하기 위한 것이었는데, 현재는 주담대 등 담보대출 비중만 늘려가고 있다"며 "인터넷전문은행은 당초 출현 목적에 맞게 영업 형태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최근 2~3년간 금융업의 많은 것이 바뀌었고, 중장기 계획을 세워 이에 대응해야 한다는 위기감은 있다"고 전했다.

주담대 잔액이 가장 많은 국민은행은 조만간 자사의 첫 비대면 전용 전세자금대출인 'KB스타전세자금대출'을 내놓는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거래 실적에 따른 조건부 우대금리를 없애고, 비대면 전용 심사 조직을 가동한 것이 상품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의 방식으로 접근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신한은행은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공격적으로 주담대 대환대출 영업에 나서고 있다. 1월 한 달간 신한은행에 접수된 주담대 갈아타기 건수와 금액은 국민·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나머지 4개 시중은행을 합산한 것보다도 많다. 신한은행은 비대면 주담대 갈아타기 상품을 정비하고 비대면 채널 고객을 위한 상품 라인업을 대폭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하나은행은 단기적으로는 인터넷전문은행이 취급하지 않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주택기금 등 상품 판매를 늘리고, 대출 심사 기간을 단축하는 방식으로 인터넷전문은행과 차별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우리은행은 기존 비대면 주담대 및 전세대출 상품을 개편하고 갈아타기 전용 상품을 운영 중이다. 우리은행은 앞으로 더 많은 비대면 상품을 출시하겠다는 계획이다.

시중은행은 자사 앱 강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신한금융지주는 작년 계열사별로 복잡하게 나뉘어 있던 앱을 '슈퍼SOL 앱'으로 통합했다. 슈퍼SOL 앱을 활용해 계열사별로 흩어진 고객을 모으는 데 주력하기 위해서다. 우리은행도 '위비프렌즈' 캐릭터를 부활시켜 앱에 적용했다.

[박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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