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기 형사고발·소송전 예고…집단 이탈 전공의 어떤 처벌 받을까

김규빈 기자 2024. 2. 20.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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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법적제제 피하려 법률 공부 열 올리 때 아냐"
업무개시명령 송달 '관건'…2020년 업무방해로 '유죄' 판결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한 의료진이 병실로 향하고 있다. 2024.2.20/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정부의 의대정원 확대에 반발해 대형 병원인 '빅5'를 비롯한 수련병원 전공의들이 20일 오전 6시를 기해 의료 현장을 이탈했다. 정부는 전공의의 근무지 이탈이 확인될 경우 직접 병원을 찾아 업무개시명령을 내리고, 불응 시 형사고발 등 의사 면허정지 등의 처벌을 위한 법적 절차에 돌입할 예정이다.

정부가 전공의들의 업무 이탈에 강경 대응 방침을 밝힘에 따라 향후 무더기 고발과 소송전이 이어질 전망이다. 전공의들은 변호인단을 선임해, 부당한 고발에 법적으로 맞서겠다고 밝혔다.

20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상위 100개 수련병원에서 6415명의 전공의가 사직서를 제출했고, 1630명이 근무지를 이탈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10개 수련병원의 경우, 1091명의 전공의가 사직서를 제출했고 이 중 757명의 전공의가 출근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현장 확인 등을 거쳐 지난 16일에는 103명, 전날(19일) 728명 등 총 831명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내렸다. 16일 업무개시명령을 받은 103명의 전공의 가운데 100명은 복귀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무개시명령 전달 여부 쟁점…이번엔 다른다?

법정 소송으로 간다면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이 당사자들에게 제대로 전달됐는지가 쟁점이 될 수 있다. 지난 2020년 전공의 총파업 당시에는 정부가 각 병원의 수련부장에게 전공의들의 업무복귀 명령을 전달하면서 송달 효력이 논란이 됐다. 다만 당시에는 코로나19로 의료체계가 붕괴되면서, 정부가 전공의에 대한 처벌 의사를 철회했다.

지난 2000년 의약분업 제도에 반발 신상진 당시 의권쟁취투쟁위원장(현 성남시장)은 의료법위반 혐의로 1·2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지만 대법원에서 "적법한 업무개시명령 송달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파기환송이 결정됐다. 업무개시명령의 송달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이번에도 전공의들은 정부가 업무개시명령서를 송달하러 왔을 때 이를 알리고자 하는 '전화'를 받지 않거나, 휴대폰을 꺼놓아 문자메시지를 확인하지 않는 방법 등을 공유하며 업무개시명령서 송달을 회피하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행정절차법이 2022년 1월 개정되면서 '공공의 안전 또는 복리를 위해 긴급하게 처분할 필요가 있을 때는 문자 전송, 팩스, 전자우편 등 문서가 아닌 방법으로 처분할 수 있다'는 내용이 새롭게 추가돼 상황이 달라졌다는 게 정부측 설명이다.

복지부는 송달 등 법적 검토를 마쳤다고 자신하고 있다. 정부는 50개조를 편성해서 수련병원 현장점검을 벌인 뒤, 업무개시명령서를 수련부장 등 병원담당자에게 제3자송달(보충송달)하거나 유치송달을 하고 있다. 유치송달은 송달 대상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문서를 받지 않으면 해당 문서를 송달 장소에 두고 송달이 완료됐다고 간주하는 방식이다.

또 복지부는 전공의 1만5000명의 휴대전화 번호를 확보해 문자로 업무개시명령을 보내고 있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업무개시명령은 문자와 문서로 동시에 진행되고, 문자 발송과 함께 동시에 도달하는 효과가 있다"며 "문자를 받는 즉시 복귀해야 한다. 복귀하지 않으면 처벌이 가해진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병원으로 업무개시명령서를 송달하는 것은 적법하지 않은 절차라고 입을 모았다. 조진석 법무법인 오킴스 변호사는 "전공의들이 '휴직'을 한 것이 아니라 '사직'을 하고 병원을 나갔기 때문에, 수련부장에게 업무개시명령서를 송달한 것은 적법한 송달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문자, 카카오톡으로 업무개시명령을 전달할 경우 상대방의 동의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경우 행정절차법에 위반된다"고 설명했다.

◇전공의 집단행동 처벌?…"위헌 소지 따져봐야"

의사가 집단행동을 할 수 있는지도 법적 쟁점이다. 헌법 제33조는 노동3권(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을 보장한다. 노동조합법 제3조(손해배상 청구의 제한)에 따르면 이 법에 의한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로 손해를 입은 경우에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난 2011년 한국철도공사 파업 사건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정당한 쟁의행위라고 하기 위해서는 주체가 단체교섭의 주체로 볼 수 있는지를 따져야 한다. 또 단체교섭의 목적이 근로조건의 유지·개선 등을 목적으로 하는 지를 살펴봐야 한다. 쟁의 절차와 방법이 폭력적이지 않아야 하며, 정당한 범위 내에 있어야 한다.

이에대해 박 차관은 "우선 노조같으면 노동 3권이 있지만 의사는 개원이든 봉직의든 그런 권한이 없어서, 집단행동 자체가 불법"이라며 "국민 생명과 환자 안전을 볼모로 집단행동을 예고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한 노동전문 변호사는 "의대 증원 철회는 근로 조건 개선과 관련있는 것이 아니고, 전공의의 사용자인 병원장이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사항이 아니므로 단체행동이 적법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다만 정부의 법적 조치는 헌법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정부 정책에 대한 의사 표시를 제한받아 신체, 직업의 자유, 집회 및 결사의 자유를 침해받는다는 이유에서다. 조진석 변호사는 "의사들의 집회를 원천 봉쇄하는 것은 집회·결사의 자유 등 기본권을 현저히 침해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 박단 회장과 각 병원 전공의 대표 및 대의원들이 20일 낮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대강당에서 2024년도 긴급 임시대의원총회를 하고 있다. 2024.2.20/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집단행동 주동자에 업무방해·공정거래법 위반 혐의 적용

의사단체가 전공의, 의대생, 의사의 집단행동을 주도하면 업무방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다만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의 집단행동은 자발적인데 비해, 과거 2000년 의협 집행부의 파업은 강제성이 있어 처벌 수위가 달라질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지난 2000년 의약분업 당시 집단폐업·휴업을 주도한 김재정 전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은 업무방해,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확정받았다.

당시 법원은 "의협의 결의사항을 지키지 않으면 징계처분의 대상이 돼 3년 이하의 회원권리 정지 등 불이익을 당할 위험이 있었고, 의사들 사이의 휴업 동참유도, 감시조 편성 등으로 강압적인 조성했다"며 "의사들 사이의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로 보지 아니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지난 2014년 원격의료 정책에 반발하며 집단행동을 주도한 노환규 전 의협 회장은 무죄를 확정받았다. 대법은 "노 회장이 집단휴업을 이끌었지만, 의사들에게 휴업을 직간접적으로 강요하지 않았다. 구체적인 참가는 의사들의 자율에 맡겼다"고 판단했다.

박민수 차관은 20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브리핑을 통해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을 회피하고 법적제제를 피하는 법률 공부에 열을 올릴 때가 아니라, 여러분이 배운 의술로 사람을 살리는 일을 해야 한다"며 "정책 반대를 위해 환자를 떠나는 것은 결코 정당화 될 수 없다"고 엄포를 놓았다.

rn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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