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신 대신 명조: 워더링 웨이브 즐길 만한가요?
쿠로게임즈 '명조: 워더링 웨이브(이하 명조)'가 지난 19일 비공개 테스트(CBT)를 시작했다. 지스타 2024에서 시연한 이후 더 심도 있게 즐겨보고 싶다는 마음이 가득했는데 마침 CBT 테스터에 당첨돼 서버가 오픈되자마자 즐겨봤다.
명조 CBT가 시작되자 호요버스 '원신'과 비교하거나 질문하는 유저가 많았다. 테스터에 당첨되지 못한 지인들 사이에서도 "원신 대신 즐길 만한 게임이야"라는 물음이 쇄도했다. 이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CBT 상세 체험기를 작성하기 전 원신과 간단하게 비교해 보고자 한다.
해당 질문이 많이 나오는 이유는 UI를 비롯한 외관이 서로 흡사하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원신은 오랜 시간 즐긴 게임이다 보니 슬슬 지겨워지면서 새로운 재미를 추구하는 게이머도 많아 보인다.
외관은 비슷하나 서로의 게임성은 전혀 다르다. CBT에서 제공하는 모든 콘텐츠를 즐긴 상태는 아니지만 기자가 느끼기에 명조와 원신은 서로 다른 방향성을 추구한 게임이다.
우선 그래픽과 디자인 차이가 명확하다. 원신 디자인은 캐주얼하고 귀여운 콘셉트를 강조했다면 명조는 보다 날카롭고 세련됐다. 무엇보다 원신은 전반적으로 밝은 톤이지만 명조는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관인 만큼 다소 어둡고 암울하다.
그래픽 퀄리티 자체는 최신 게임인 명조가 좋을 수 있어도 서로 추구하는 색감, 선 표현, 디자인이 정반대라고 말해도 될 정도로 달라서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다음은 게임성이다. 두 게임은 전형적인 오픈월드 RPG 문법으로 설계됐다. 명일방주: 엔드필드, 소녀전선2는 변형적인 게임성을 선보여 입문 자체를 고민하게 만들었다면 명조는 오픈월드 정통파다.
메인 콘텐츠는 비슷하지만 부가적인 요소 차이는 크다. 원신의 경우 캐릭터와 서로 마음을 나누는 커뮤니티 요소가 매력적이다. 반면 명조의 경우 전투 자체에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포스트 아포칼립스가 워낙 많이 봤던 세계관이라 그런지 명조 스토리 전개는 다소 식상했다.
개인적으로 명조의 전투가 훨씬 호쾌하면서 캐릭터를 조작하는 맛이 쏠쏠했다. 흔히 손맛에 영향을 미치는 타격감과 조작감도 원신보다 명조가 낫다. 이때 명조 내 캐릭터에 따른 타격감 차이가 극명해 어떤 캐릭터를 사용하는지에 따라 체감 온도가 다를 수 있다.
다만 서브컬처 게임에서 전투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긴 애매하다. 행동력, 개척력, 전지 등 메인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한도는 정해져 있다. 그래서 서브컬처 게임 팬들이 하나의 게임만 즐기는 것이 아닌 붕괴 스타레일, 우마무스메, 블루 아카이브, 니케 등 여러 게임을 즐기는 것이다.
서브컬처는 캐릭터와의 유대를 쌓는 콘텐츠가 중요하다. 원신은 팬들이 캐릭터 생일까지 챙길 정도로 돈독한 유대를 자랑한다. 이는 전투 외적 콘텐츠와 이벤트, 그리고 캐릭터를 표현하는 요소들이 체계적으로 설계됐기 때문이다. 이것이 원신의 장기 흥행 원동력 중 하나다.
아직 미완성 작품이지만 명조에는 캐릭터와 공감대를 쌓을 만한 콘텐츠가 없었다. 행동력을 소모하면 에코를 수집하는 필드 전투로 이어진다. 전투만 지속하니까 피로감이 높다고 해야 할까.
추후 어떤 콘텐츠가 나올지 지켜봐야 할 영역이지만 이대로 전투만 고집한다면 원신의 명성을 따라잡기 위해 도전장을 내밀었던 여타 서브컬처 신작들과 비슷한 행보를 보여주지 않을까 예상한다.
정리하자면 명조는 그래픽과 전투 퀄리티가 발군이다. 다만 "원신 대신 즐길 만한가"라고 물었을 때의 대답은 "굳이…"였다. 올해 정식 서비스 4년차에 돌입한 원신은 유저 피드백을 기반으로 많은 개선이 이뤄졌다. 아직 탄생도 하지 않은 명조를 원신과 비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지갑 사정만 허락한다면 여러 개를 마음껏 즐길 수 있는 게 서브컬처 게임이다. 앞서 말했듯이 일일, 주간 숙제가 정해져 있으며 메인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한계도 있기 때문이다. 이는 반대로 이미 많은 돈을 투자한 게임을 떠나 새로운 게임에 정착하게 만들기 어렵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라이브 서비스 이후 업데이트 주기와 분량도 고려해야 한다. 원신, 붕괴 스타레일 등 호요버스의 강점은 일정 주기마다 선보이는 대규모 업데이트다. 쿠로게임즈의 전작 '퍼니싱: 그레이 레이븐'은 이를 보여주지 못했다.
분명 명조는 고퀄리티 디자인, 매력적인 캐릭터, 호쾌한 전투, 방대한 오픈월드 등 게이머들을 사로잡을 만한 요소들을 잘 갖췄다. 기대감을 100%까진 아니지만 꽤나 충족시켰다. 디테일 완성도와 볼륨을 끌어올리고 라이브 서비스의 만족도를 보장한다면 국내 서브컬처 시장 톱5에 안착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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