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삼성전자, 메모리·파운드리·패키지 '원팀'으로 HBM 시장 공략

김준석 2024. 2. 20.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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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임직원 소통행사인 위톡에서 경계현 사장이 발표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파이낸셜뉴스]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 급증으로 필수재인 고대역폭메모리(HBM)가 대호황을 누리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종합반도체기업(IDM)으로서의 강점과 패키지 등 대규모 후공정 투자를 발판으로 6세대 제품인 HBM4 초격차 기술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HBM4부터는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위 TSMC와의 공동전선을 편 SK하이닉스를 추월하고 메모리 업계 1위 자존심을 회복한다는 전략이다.

한발 늦은 삼성, HBM4 추월 사활

20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HBM 제품은 △1세대(HBM) △2세대(HBM2) △3세대(HBM2E) △4세대(HBM3)까지 진화를 거듭한 가운데 SK하이닉스가 2021년 10월 HBM3를 업계 최초로 개발하고 2022년 6월 미국 엔비디아에 공급을 시작하면서 시장 우위에 올랐다.

1세대 HBM 개발은 2013년 SK하이닉스가 시작했지만, 2016년 삼성전자가 업계 최초로 고성능컴퓨팅(HPC)용 HBM2(2세대)를 상용화하며 HBM시대를 열었다. 이후 낮은 시장성을 이유로 삼성전자가 연구와 투자를 주저한 사이 SK하이닉스는 HBM 연구를 꾸준히 해오며 HBM3(4세대)를 먼저 개발해 시장 선점에 성공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현재 D램 시장에서 출하량 기준 HBM의 비중은 1% 안팎이지만 고성장 분야라 업체간 경쟁이 치열하다.

D램 여러개를 수직으로 연결해 데이터 처리 속도를 혁신적으로 끌어올린 메모리인 HBM은 AI 연산에 필수적이다. 가격은 일반 D램보다 몇 배 비싸지만, 수익성은 월등히 높아 영업이익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시장조사업체 욜그룹의 최신 발표에 따르면 HBM의 평균판매단가는 기존 DDR4 D램과 비교해 500% 상승폭을 보였다. 업계에서는 HBM이 D램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 안팎으로 추정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업계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 HBM 시장 주도권 확보에 전사적 역량을 쏟고 있다. 현재 주력인 HBM3 양산에서는 SK하이닉스에 1년 가량 뒤처졌지만, 차세대 제품인 HBM3E 양산 격차는 6개월 이내로 좁히고 HBM4부터는 역전을 노리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HBM 관련 시설 투자를 지난해 대비 2.5배 늘리는 등 인력과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경쟁사에 비해 뒤처진 것은 맞지만 아직 HBM 시장이 초기 개화 단계"라면서 "엔비디아가 HBM3E 탑재부터 공급망을 다변화 하기로 결정하면서 삼성만이 가진 기술력과 장점으로 판도를 바꿀 기회는 아직 많다"고 말했다.

메모리·파운드리·패키지 역량 결집

삼성전자는 HBM 판도 뒤집기를 위해 △메모리 △파운드리 △첨단 패키징을 동시에 제공하는 IDM으로서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생산량 증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와 파운드리, 양 사업부의 시너지 강화를 통해 HBM 경쟁력을 높일 계획이다.

황상준 메모리사업부 D램 개발실장 부사장은 지난해 10월 삼성전자 뉴스룸에 기고한 글에서 "HBM과 함께 2.5차원, 3차원 첨단 패키지 솔루션을 포함한 첨단 맞춤형 턴키(일괄) 패키징 서비스도 제공해 AI·HPC 시대에 최고의 솔루션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삼성전자는 첨단 패키지 역량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처음 만들어진 신생 조직인 어드밴스드패키지(AVP)팀은 고객 맞춤형 반도체 패키징 회로설계는 물론, 제품의 구조, 소재 개발 및 시뮬레이션도 담당한다. 업계에서는 HBM도 D램에 최첨단 패키지 기술을 접목한 제품이라 파운드리 뿐만 아니라 차세대 HBM 역량 확보를 위한 움직임이란 해석이 나온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AI향 반도체, AI 서버가 증가할수록 HBM 시장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면서 "고부가가치 제품인 HBM 제품 공급 확대를 위한 삼성과 SK 간의 기술 경쟁과 투자 경쟁도 본격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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