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빚 1886조 또 역대 최대…작년 정책금융 30조 늘며 자극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일대. 연합뉴스

지난해 말 기준 가계빚(가계신용)은 1886조4천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또 경신했다. 가계대출 감소세가 1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정부의 정책금융 주택담보대출이 30조원 가까이 늘어나 가계빚을 부추겼다.

한국은행이 20일 발표한 ‘2023년 4분기 가계신용(잠정)’을 보면, 지난해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886조4천억원으로 2022년 말(1867조6천억원) 대비 18조8천억원 늘었다. 가계신용은 가계대출과 신용카드 등 판매신용을 합친 것으로 2002년 통계 작성이 시작된 이래 역대 최대치를 계속 경신 중이다.

지난해에는 가계대출이 다시 늘었다. 고금리와 부동산 시장 부진으로 가계대출 잔액은 2022년 한 해 동안 7조3천억원 줄었다. 그러나 지난해엔 18조4천억원 늘었다. 연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1768조3천억원이다.

정부 정책금융이 가계대출 증가의 주된 요인이었다. 기관별로 보면, 예금취급기관(예금은행+비은행권)에서는 지난해 가계대출 잔액이 되레 14조1천억원 감소했다. 건전성 관리로 비은행권이 대출 문턱을 높인 가운데 은행권도 자체 대출 상품 공급이 줄어들어서다.

반면 기타금융기관에서는 32조6천억원 급증했다. 공적금융기관(9조7천억원)과 기타금융중개회사(21조5천억원)에서 집중적으로 대출이 늘었다. 이는 정책금융과 연관돼 있다. 주택도시기금과 한국주택금융공사 등의 자체 재원 대출은 공적금융기관 항목에, 특례보금자리론을 위한 주금공의 주택저당증권(MBS) 발행은 기타금융중개회사 내 자산유동화회사 및 증권사 대출 항목에 집계된다. 지난해 주택도시기금과 주금공이 공급한 주담대는 총 28조8천억원 증가했다. 2015년(33조원) 이후 최대 증가폭이다. 정책금융이 가계대출 증가세를 이끌었다는 뜻이다.

다만 정책금융 공급은 지난해 하반기로 갈수록 줄었다. 가계대출을 부추긴다는 비판이 일자 정부가 특례보금자리론 금리를 올리는 등 조정에 나섰기 때문이다. 주택도시기금과 주금공의 주담대는 지난해 2분기에만 10조6천억원 증가했으나 3분기엔 6조6천억원, 4분기엔 2조7천억원으로 점차 증가세가 둔화했다. 올해에도 신생아 특례대출 등 정책금융 상품이 시행되고 있으며 금융당국이 대환대출 인프라도 확대하고 있어 가계빚을 정부가 계속 자극한다는 우려는 여전하다.

전슬기 기자 sgju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