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풀겠다는데…기업들 ‘관심 없어요’

김경욱 기자 2024. 2. 20.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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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상장사 기업의 주가가 저평가되는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 문제를 해소하겠다고 나선 가운데, 기업들이 스스로 이를 해결하는 주주친화정책 도입에는 사실 별다른 관심이 없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경제개혁연대는 "대기업집단 12곳의 핵심계열사에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정관 변경을 검토해 올해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정관에 반영할 것을 요청했으나, 이런 제안에 응한 기업은 단 한 곳도 없었다"고 20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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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구조 개선’ 요청에 12대 대기업 불응
총수일가 보수체계 개선 언급 기업도 없어
서울시 종로 일대의 기업 빌딩. 연합뉴스

정부가 상장사 기업의 주가가 저평가되는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 문제를 해소하겠다고 나선 가운데, 기업들이 스스로 이를 해결하는 주주친화정책 도입에는 사실 별다른 관심이 없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경제개혁연대는 “대기업집단 12곳의 핵심계열사에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정관 변경을 검토해 올해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정관에 반영할 것을 요청했으나, 이런 제안에 응한 기업은 단 한 곳도 없었다”고 20일 밝혔다. 경제개혁연대는 지난달 국내 상위 12개 대기업집단의 지주회사 또는 대표회사에 공문을 보내, 이사회 구성의 독립성을 강화하고 주주를 위한 경영을 할 수 있도록 경영자를 압박하는 주주제안을 허용하는 등 5개의 개선과제를 골라 회사 정관 변경을 요청한 바 있다. 대상 기업은 삼성전자·에스케이(SK)·현대자동차·엘지(LG)·포스코홀딩스·롯데지주·한화·지에스(GS)·에이치디(HD)한국조선해양·신세계·케이티(KT)·씨제이(CJ)였다.

경제개혁연대가 제안한 5개 과제는 △분리선출 방식으로 감사위원 과반수 선임 △임원 결격 요건 명시 등 이사회 구성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방안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이슈에 관한 권고적 주주제안 허용 △세이온 클라이밋(say on climate) 도입 △주주총회 보수심의제(세이온 페이) 도입 등이다. 세이온 클라이밋은 회사가 온실가스 배출 현황 및 감축 목표, 기후 변화 대응 계획 등에 관한 정보를 외부에 공개하고 이를 주주총회에서 심의받는 제도다.

12개 기업 가운데 11곳이 회신했지만, 결과적으로 올해 주총에서 5개 과제 중 일부라도 정관에 반영하기로 결정한 회사는 없었다는 것이 경제개혁연대의 설명이다.

이들 기업이 든 이유 가운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답변은 ‘경영권 위협’이었다. 분리선출 방식으로 감사위원 과반수를 선임하면 외국 투기자본 등에 의해 경영권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임원 결격 요건을 명시하는 방안을 두고서도 상당수 기업에서 지배구조헌장 또는 내부규정으로 기업가치 훼손이나 주주권익 침해에 책임 있는 사람의 이사 선임을 제한하므로 정관에 반영할 필요가 없다고 답했다.

세이온 클라이밋과 주주총회 보수심의제의 경우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답변이 많았다. 한화와 에이치디조선해양은 주주총회 보수심의제의 경우 국내 도입 사례가 없어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고, 삼성전자·에스케이(SK)·현대차는 제도의 허용 여부의 불투명을 이유로 수용하기 어렵다고 했다.

경제개혁연대는 특히 총수일가 임원의 과다보수 수령에 따른 문제가 수년간 꾸준히 지적돼왔음에도 보수체계를 개선하겠다고 언급한 기업은 없었다고 밝혔다. 이들 기업의 지난해 반기보고서를 보면, 신동빈 롯데 회장은 2023년 상반기 롯데 지주와 6개 계열사에서 모두 112억5400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이재현 씨제이(CJ)그룹 회장은 씨제이와 계열사 2곳에서 49억6800만원을 받았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한화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솔루션 등 3곳에서 모두 46억200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김 부회장은 보수와 별도로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으로 한화 16만6004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6만5002주, 한화솔루션 4만8101주도 받았다.

경제개혁연대는 “세이온 클라이밋과 주주총회 보수심의제 도입 등은 경영권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 주주친화정책이자 세계적인 추세인데도 이를 회사에 대한 간섭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았다. 이는 사실상 회사 또는 경영진 스스로 거버넌스를 개선할 의지가 거의 없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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