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아이히만’ 나오나…이스라엘, 하마스 전쟁범죄 ‘공개재판’ 검토

1961년 4월 유대인 홀로코스트 실무 총책임자로 근무한 나치 독일 친위대 중령 아돌프 아이히만이 이스라엘 예루살렘에서 전쟁범죄 특별 재판을 받는 모습. 이스라엘 정부 제공

 
이스라엘 정부가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침공 및 학살 등 전쟁범죄에 대해 공개재판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쟁범죄자 재판을 전 세계에 TV로 생중계하는 방식에 대해 외신은 ‘제2차 세계대전 시기 나치 독일의 유대인 학살 주범 아돌프 아이히만을 심판하던 방식’이라 분석하고 있다.

20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이스라엘에서는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 침공 이후 하마스 테러리스트 수백명이 이스라엘 교도소에 수감돼있다.

이에 대해 이스라엘 내에서는 해당 수감자들의 잔혹한 범죄 성격을 고려해 특별 군사 재판소를 만들라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이스라엘에서는 테러 혐의로 기소된 이들은 일반적으로 팔레스타인 서안지구 군사법원 또는 일반 형사 소송을 통해 재판을 받는다.

하지만 하마스 침공 당시 1200명 이상의 민간인 및 외국인이 하마스에 의해 강간, 고문 및 학살 범죄를 당하고 260명 이상이 납치됐다.

이번 전쟁범죄의 성격이 이슬람 극단주의 및 반유대주의를 따른 제노사이드에 속하면서 이스라엘에서는 특별 재판소 및 사형제도를 부활해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동시에 가해자에 대한 인권 보장 및 법치주의 옹호 여론보다 테러와의 전쟁이 우선시 돼야한다는 여론이 높아졌다.

이스라엘 정부에서 공개한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 침공 전쟁의 주범 이스마일 하니예 팔레스타인 총리, 모하메드 데이프 이즈앗딘 알카삼 여단 참모장 아히야 신와르 하마스 지도자의 모습. EPA·게티이미지 캡처

 
제노사이드란 인종, 종교 등 특정 집단을 고의적 및 제도적으로 말살하는 행위 또는 그러한 시도를 말하는 범죄 개념이다.

‘집단 살해’라 번역되는 이 범죄의 대표적인 사례는 나치 독일이 벌인 유대인 홀로코스트다.

이를 방지하고자 국제연합(UN)은 2차대전 종전 후 ‘집단살해죄 방지 및 처벌 협약(CPPCG)’을 제정했다. 이에 따라 해당 범죄를 저지른 사람 및 단체에는 공소시효가 적용되지 않는다.

이스라엘의 국제법 학자 탈리아 아인혼은 크네세트(이스라엘 국회)에 제출한 논문에서 “주권국가인 이스라엘을 침공한 테러리스트들은 홀로코스트 이후 유대 민족이 경험하지 못한 유형과 규모의 잔학 행위를 저질렀다”며 “예외적인 시기에는 예외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특별 군사 재판의 필요성을 논하는 논문에서는 2차대전 연합군이 설립한 뉘른베르크 군사법원 및 2001년 미국 9.11 테러 이후 열린 관타나모 재판을 예시 모델로 인용했다.

체포된 하마스 범죄자들에 대한 재판은 이스라엘 정부와 법무부 장관이 결정한다. 이와 관련 법무부는 관련 위원회를 소집해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라엘이 유대인 제노사이드 범죄자에 대해 공개재판을 실시할 경우, 이는 2차 대전 당시 유대인 600만명을 학살하는데 실무 총책임자로 있던 나치 독일 친위대 중령 아돌프 아이히만에 이은 두 번째 대규모 재판이 된다.

아이히만은 유대인 홀로코스트의 주범으로 전후 남미로 도주했으나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에 의해 1960년 5월 체포됐다.

이후 이스라엘로 송환된 그는 1961년 4월 11일부터 56일간 홀로코스트 범죄에 대한 심문 및 재판을 받았다. 이 재판은 TV로 생중계돼 이스라엘 및 전 세계에서 시청했다.

한편 현재 이스라엘 정부가 추적하고 있는 이번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주범은 이스마일 하니예 팔레스타인 총리, 아히야 신와르 하마스 지도자, 모하메드 데이프 이즈앗딘 알카삼 여단 참모장 등이다.

현지용 온라인 뉴스 기자 hj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