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금고 털리고, 근무평가엔 최고점 남발한 재외공관
2022년 3월 11일 새벽, 신원 불상의 2명이 이탈리아 로마의 주교황청대사관저 담을 넘었습니다. 1.9m 높이의 담을 어렵지 않게 넘어 대사관에 침입한 이들은 미술품, 은식기는 물론 철제 금고까지 통째로 훔쳐 달아났습니다. 840만 원 상당의 재산피해를 입었는데, 당시 차를 타고 달아난 범인들의 도주 방향을 비추던 CCTV는 도난사고 하루 전부터 꺼져있었습니다.
2022년 1월, 주크로아티아대사관이 공관장 전용 차량을 도둑맞았습니다. 차를 훔친 도둑이 차를 훔쳐가다 교통사고를 내 차를 버리고 달아났는데, 현지 경찰이 이를 주크로아티아대사관에 알릴 때까지 대사관측은 도난 사실을 인지하지도 못했습니다.
이 같은 사실은 지난해 6월 감사원이 실시한 재외공관 운영실태 감사에서 파악됐습니다.
당시 도난 사고에도 이 재외공관들이 사고 소식을 외교부 재외공관담당관실에만 알리고, 보안담당관에게 보고하지 않아 보안취약점을 점검하고 개선하는 후속조치가 이뤄지지 못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습니다.
지난해 6~7월 감사원 감사 시점까지도 범인들이 쉽게 넘었던 1.9m 높이의 주교황청대사관 담도 추가 보안설비 없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고, CCTV가 꺼져있던 이유도 파악하지 못한 채 보안취약점이 여전히 방치돼 있다는 게 감사원 설명입니다.
■행정직원 부당채용 적발.."점수 높은 지원자 빼고, 임의 선발"
전문직 행정직원을 부당하게 채용한 사례도 적발됐습니다.
2021년 1월 주오사카총영사관에서 전문직 행정직원을 뽑는 과정에서 필기와 면접 점수가 더 높은 지원자가 있었음에도 그를 배제하고, 합격자를 선발한 겁니다.
주오사카총영사관은 2019년 6월부터 1년 반 넘게 근무하고 있던 계약직원을 전문직 행정직원으로 선발했는데, '업무 연속성과 안정성'이라는 임의의 기준을 적용해 행정직원을 뽑았다고 감사원은 설명했습니다.
규정상 행정직원을 선발할 때 열려야 하는 인사위원회도 열리지 않았습니다. 서류전형에서도 자격요건을 충족하는 지원자를 불합격시키고, 자격요건 충족이 불분명한 지원자를 면접대상으로 선발했던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당시 인사를 총괄했던 주오사카총영사관 부영사는 감사 과정에서 "총영사가 기존 계약직원(합격자)의 채용을 바라고 있다고 판단하고, 이 직원을 최종 선발하기로 결정했다"고 진술했습니다.
감사원은 당시 채용 절차를 총괄했던 주오사카총영사관 부영사에 대해 경징계 이상의 징계를 내릴 것을 외교부에 요구했다고 밝혔습니다.
■엉터리 업무평가 '잘 모르니 최고점'· 지각 남발에도 '성실성 우수'
주뉴욕총영사관 총영사는 부임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주재관 업무실적을 잘 모른다는 이유로 주재관 정기활동보고 실적을 확인하지 않은 채, 주제관 6명 모두에게 전 항목에 대해 최고등급인 'E' 등급을 부여했습니다.
주일본대사관의 한 주재관(관세관)은 218일 중 68%가 넘는 150일을 지각하고, 업무에 특별한 실적이 없는데도 성실성 등 전 항목에서 최고등급과 차상위등급인 'E'와 'S' 등급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처럼 정부 중앙부처에서 재외공관으로 파견 나온 주재관들에 대한 각 재외공관장의 근무평가가 지나치게 형식적이거나 온정적이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습니다.
구체적으로 감사원이 14개 공관 소속 주재관 67명에 대한 8개 평가항목 근무실태평가를 모두 확인한 결과 90% 넘는 주재관들이 'E'등급과 'S'등급만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업무평가 등급은 E, S, A, B, C 다섯 등급으로 나뉘는데, 상위 2개 등급에 90% 이상의 평가가 집중된 겁니다.
이 같은 평가 탓에 주재관들의 원 소속부처에서는 이 평가결과를 인사관리에 활용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라고 감사원은 설명했습니다.
이에 감사원은 외교부에 주재관들의 정기활동보고서 제출 관리를 강화하고, 근무실태평가가 주재관의 업무실적을 제대로 반영할 수 있도록 구체적 평가항목을 신설하는 등 주재관 평가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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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우 기자 (jjw@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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