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G플러스도 뛰어들었다···순수 작가도 매니지먼트 받는 시대
YG플러스, 백하나·오재훈 영입
IP 등 노하우 살려 경쟁력 강화
대중성 위해 다양한 컬래버 지원
송민호 등 아티스트 협업도 모색
미국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며 자신의 얼굴을 캔버스 삼아 ‘일루전 아트’라는 장르를 개척한 윤다인 작가. 2017년에는 미국의 간판 토크쇼인 NBC 엘렌쇼에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윤 작가에게 애플, BMW, 맥 등 굵직한 글로벌 브랜드의 협업 러브콜이 이어졌다. 소셜미디어 인스타그램의 팔로워도 54만명에 달한다. 이들에게는 윤 작가가 만드는 작품, 진행 중인 전시 등 일거수일투족이 모두 관심사다. 윤 작가처럼 대중성과 예술성을 모두 잡은 사례는 흔치 않지만 국내 작가들에게도 이 같은 기회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순수 미술 작가들도 작품 전시 기획, 타 작가와의 협업, 브랜드 협업, 대중과의 소통 측면에서 전방위적인 매니지먼트를 받는 시대가 열리면서다.
와이지(YG)엔터테인먼트의 자회사인 와이지플러스(YG PLUS(037270))가 산하에 아트 레이블 비즈니스 ‘피시스(PEECES)’를 열면서 국내에서도 ‘미술 작가 매니지먼트’ 시대가 열렸다. 프린트 베이커리를 운영하는 PBC에서 작가 레이블을 구상 중에 있지만 엔터테인먼트 회사가 순수 작가 매니지먼트에 나선 것은 처음이다.
피시스를 담당하는 정선정 YG플러스 책임은 최근 서울 여의도구 IFC YG플러스 사옥에서 진행된 인터뷰를 통해 “YG는 지적재산권(IP) 상품화 노하우와 매니지먼트 기술을 다양하게 갖추고 있는 게 강점”이라며 “예술가들이 갖고 있는 IP를 다양한 채널을 통해 확장, YG의 매니지먼트 노하우와 콘텐츠 기획력을 통해 작가들과 윈윈하는 구조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일상에서 예술을 편안하게 향유할 수 있게 하겠다는 포부로 시작한 피시스의 목표는 미술계의 틀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서울옥션에서 작품 경매와 판매 등으로 경력을 쌓은 정 책임은 미술계가 비교적 변화에 느린 점을 답답하게 여겼다. 그는 지난해 YG플러스에서 합류해 프로젝트를 준비하며 작가들에게도 가려운 점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작가들도 영향력 확대를 고민하고 다양하게 활동 무대를 넓히고 싶어하지만 소셜미디어 등 외에는 팬층과의 접점이 한계가 있다는 것. 그는 “작가들도 작품 홍보나 팬들과의 소통 등에 필요성을 많이 느끼지만 국내 갤러리는 보수적인 부분들이 많았다”며 “하다 못해 작가 소개 영상 인터뷰조차 정해진 부분들이 있어서 바꿀 수 있는 여지가 적은 걸 아쉬워했다”고 전했다.
다만 작가들이라고 모두 상업화나 브랜드 협업에 호의적인 것은 아니었다. 젊은 작가들 사이에서도 브랜드 협업을 거부하는 이들도 많았다. 피시스의 전속 작가 선정에는 두 가지 기준이 있었다. 하나는 활동하는 아트씬에서 실력면에서 인정을 받은 작가일 것. 두 번째는 협업할 수 있는 분야가 다양하고 협업에 열려있을 것. 그렇게 영입한 첫 작가는 페인팅, 일러스트레이터 등 다양한 작품을 통해 비정형의 독특한 선을 선보이고 있는 백하나 작가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백하나 작가는 YG플러스 전속 계약 후 작품 가격도 크게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YG플러스에서 새롭게 영입한 작가는 조형 작가인 오재훈 작가다. 업사이클링은 의미만 있지 결과물을 그에 못하다는 선입견을 깨면서 인지도를 얻게 된 작가로 다양한 소재로 만든 조명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미 이케아 등과의 협업을 진행한 오재훈 작가는 인터뷰를 통해 “새로운 브랜드 뿐만 아니라 다양한 다른 작가들과 일할 수 있다는 점이 기대가 된다”고 전했다.
피시스는 브랜드 협업이나 굿즈 사업 외에도 작가 간 협업 프로젝트나 전시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미술계에서 존재감을 확보하는 게 목표다. 피시스의 첫 전시 ‘하우스 오브 테이스트’ 역시 작가 간 협업에 공을 들였다. 장기적으로는 래퍼 겸 작사가이자 미술에 조예가 깊은 송민호 등 YG 아티스트와의 협업도 추진해 볼 계획이다.
YG만의 색채를 보여주되 콜라보를 위한 콜라보는 지양한다. 정 책임은 “산리오가 유행이라고 하면 모든 브랜드가 산리오와 콜라보를 할 정도로 의미없는 콜라보는 피로한 감이 있다”며 “희소성 있고 색다른 콜라보가 아니면 안 된다는 마음으로 다양한 시너지를 모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키아프나 아트부산 등 아트페어에도 진출해 2~3년 내에 존재감을 단단히 할 것”이라고 전했다.
정혜진 기자 madein@sedaily.com한순천 기자 soon1000@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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