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컹컹' 쉰 목소리가 두 달 넘어가네…후두염 아닌 암일까?
새해 들어 감기·독감·코로나19가 뒤섞여 바이러스성 호흡기 질환이 유행한 여파로 목소리에 이상이 생겨 진료받는 환자들 또한 덩달아 늘어났을 것으로 의료계는 분석한다. 그중 상당수는 후두염 환자이다.
목구멍에 있는 후두(성대)는 공기가 지나가면서 숨을 쉬고 목소리를 낼 수 있게 하는(호흡과 발성) 기관이다. 후두는 우리가 먹고 마시는 음식과 호흡하는 공기가 섞이지 않고 식도와 기도로 나눠 들어갈 수 있게 구분해 주는 역할을 한다.
후두염이란 목구멍 부위와 더불어 성대를 비롯해 후두 부위의 점막, 숨길, 후두덮개 등 후두 부위에 급성 또는 만성으로 염증이 생기는 것을 말한다. 후두염에 걸리면 초기에는 목에 이물감과 목마름, 가벼운 기침 등의 증세가 나타난다. 점차 심해지면 통증 때문에 음식을 삼키기 어려워지고, 가래가 많아지고, 기침을 자주 하며, 목소리가 변할 수 있다. 후두염 상태를 방치하면 후두 육아종, 성대부종, 성대폴립, 성대결절 등으로 악화할 수 있다.
바이러스 감염이라면 파라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75%로 가장 흔하며, 아데노바이러스와 호흡기 세포 융합 바이러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홍역 바이러스 등에 의해 생긴다. 이렇게 후두염은 주로 바이러스 감염으로 염증이 유발되지만 고함을 지르는 등 목을 과잉 사용했을 때도 염증이 생길 수 있다. 질환을 방치하면 2차 세균감염 때문에 중이염, 기관지염, 폐렴으로까지 번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아이들 '컹컹거리는' 기침, 빠른 진료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국민관심질환' 통계를 보면, 후두염 연간 진료 인원은 2018년과 2019년에는 400만명에 거의 육박했으나 2020년 250만명대, 2021년은 170만명대로 뚝 떨어졌다가 2022년에는 다시 260만명대로 급상승했다. 2023∼2024년 동절기 동안 감기·독감·코로나19 등 바이러스성 호흡기 질환의 대유행에 따라 때 연간 진료 인원이 다시 400만명대에 육박할 것이라는 관측이 가능하다.
서울아산병원 의료진에 따르면, 후두염은 전형적인 증상과 후두경 소견으로 1차 진단을 한다. 세균, 바이러스 등의 감염이 원인이라면 후두뿐만 아니라 인두(식도와 후두에 붙어 있는 깔때기 모양의 부분) 점막의 발적, 궤양, 분비물 등을 확인할 수 있다. 공해, 술, 담배 등이 원인이라면 성대에 발적이나 하얀 곱이 끼는 것이 확인된다. 심리적인 불안감이 원인인 경우는 병변 없이 증상만 있는 경우가 상당하다.
후두염 치료의 핵심은 조기에 염증을 조절해 병이 더 나빠지는 것을 막아 호흡곤란 및 저산소증으로 악화하지 않게 하는 것이다. 후두에 최대한 자극을 주지 않아야 빨리 낫는데,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2~3주에 완치된다. 영유아들은 기도가 성인보다 좁아 급성 후두염이 급성 폐쇄성 후두염(크루프)으로 진행된다. 미열, 콧물 등과 함께 '컹컹거리는' 듯한 강아지 짖는 소리나 '쌕쌕'거리는 쇳소리가 나면서 숨쉬기 힘들어하면 빠른 진료를 받아야 한다.
2개월 이상 쉰 목소리, 후두암 가능성
위산 역류에 의한 역류성 후두염도 많이 발생한다. 대개 인두염과 함께 나타난다. 위의 내용물이나 위산이 상부 식도괄약근 윗부분까지 역류하여 성대가 위치한 후두 쪽으로 스며들면서 이물감(목에 덩어리가 걸려 있는 느낌), 목소리 잠김, 만성 기침 등이 유발되는 것이다.
역류성 후두염의 진단은 후두 내시경검사, 위내시경검사, 24시간 산도 검사 등을 해봐야 정확히 진단할 수 있다. 충분한 기간을 갖고 역류성 식도염을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후두염을 치료하고 예방하는 첫걸음이다. 감기나 독감을 앓지도 않았는데 2주 이상 쉰 목소리가 지속되면 후두염에 의한 후두의 변형이 시작됐을 가능성이 있다. 2개월 이상 지속하는 쉰 목소리, 기침, 삼키기 곤란함, 체중 감소 등이 있으면 단순 염증이 아니고 후두암이나 다른 질환일 가능성이 적지 않다.
다음은 전문의들이 조언하는 후두염 예방 수칙이다. 하나, 손을 자주 씻고 구강을 청결히 유지한다. 둘, 물을 자주 마신다. 셋, 자극적인 음식을 피한다. 넷, 큰 소리로 말하거나 높은음으로 말하는 등 목소리를 무리해서 쓰지 않는다. 다섯, 취침 2시간 전에는 음식물을 먹지 않는다. 여섯, 금연을 한다. 일곱, 잦은 음주(특히 독한 술)나 과음을 삼간다. 여덟, 잦은 환기로 실내 공기를 깨끗이 만들어 준다. 아홉, 실내 공기가 건조하지 않게 가습기나 젖은 빨래 등을 이용해 적절한 습도를 유지한다.
박효순 기자 (anytoc@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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