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습격범 "자포자기 심정 아닌 순수한 정치적 명분 따라 행동"(종합)

김씨 '변명문 전문 공개' 요구…공소사실 인정, 범행 동기 부인
변호인 "피고인 가족의 요청으로 변호 맡아…가족들 피해 커"

(부산=뉴스1) 조아서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흉기로 찌른 김모 씨(66)가 재판에 출석해 잘못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다만 검찰이 주장하는 범행 동기에 대해 부인했다.

부산지법 형사6부(김용균 부장판사)는 살인미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 씨에 대한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공판준비기일은 정식 재판 전 원활한 재판 진행을 위해 검찰과 피고인 측이 미리 입장을 정리하는 자리로, 피고인의 출석 의무는 없다.

하지만 김 씨는 이날 초록색 수의를 입고 안경를 낀 채 법정에 등장했다. 머리는 짧게 깎은 상태였다. 피고인 석에 앉은 그는 고개를 들고 법정을 둘러보는 등 태연한 모습을 보였다.

김 씨 측 변호인은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 한다"고 말했다. 김 씨는 변호인과 같은 입장인지 묻는 재판부의 질문에 '네'라고 짧게 답했다. 다만 김 씨 측은 검찰이 공소장에 기재한 범행 배경을 부인한다고 밝혔다.

김 씨측 변호인은 "범행 사실은 모두 자백하나 범행 동기, 즉 검찰이 공소장에 기재한 범행 배경에 대해 일부 다투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공소장에는 김 씨가 '자포자기 심정'과 '영웅 심리'에 기해 범행에 이르렀다고 작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변호인은 "피고인과의 면담 결과 본인의 행동에 대해 깊이 뉘우치고 있다"면서도 "범행 동기에 대해 순수한 정치적 명분에 기해 한 행동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김 씨는 자신이 작성한 '남기는 말(변명문)' 전문 공개를 통해 수사기관에서 발표한 본인의 범행 동기를 바로잡고 싶어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검찰은 김 씨의 범행을 정치적 이념과 사상에 맹목적으로 몰두해 특정 정치인에 대한 적개심이 표출된 '정치적 테러'로 결론 내리고, 잘못된 신념을 형성하는 데에 그의 불우한 환경이 영향을 끼쳤다고 판단했다.

이에 김 씨는 범행 당시부터 소지하고 있었던 변명문 전문을 공개해달라고 변호인에게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변명문에는 '피해자가 공천을 통해 종북세력을 국회에 확산시킬 것이므로 한 목숨 걸어 처단하겠다'는 취지의 범행 결의와 이유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변호인은 "피고인의 범행 이후 가족들이 상당한 피해를 입고 있다"며 "변명문이 공개될 경우 정치적 파급력은 물론, 가족들에게 피해가 또 발생할 수 있어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재판 과정에서 공개될지는 재판부에 판단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김 씨는 지난달 2일 오전 10시29분께 가덕도 신공항 부지가 보이는 부산 강서구 대항전망대 시찰을 마치고 차량으로 걸어가던 이재명 대표를 흉기로 찌른 혐의를 받는다.

김씨는 범행 이전에도 총 4차례에 걸쳐 이 대표의 일정을 따라다니며 범행 기회를 엿보고, 칼 찌르기 연습을 하는 등 치밀한 계획 하에 범행을 실행에 옮겼다.

김씨의 범행을 도와 살인미수 방조와 공직선거법 위반 방조 혐의로 함께 불구속 기소된 A씨도 이날 법정에 출석했다. A씨는 변명문 7부를 소지, 이중 2부를 김씨의 범행 직후 가족 등에게 송부한 혐의를 받는다.

김 씨는 재판을 마치고 A씨에게 악수를 청한 뒤 퇴정했다.

다음 공판준비기일은 3월 15일 오후 4시40분 부산법원종합청사 351호 법정에서 열릴 예정이다.

ase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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