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포커스] 진실을 인정한 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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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2월 말에 북한 최고지도자 김정은은 북한의 대남정책 대전환을 선언했다.
그는 남북한은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고착화되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북한 인민들이 남한을 같은 민족이라고 생각하니까, 눈부신 남한의 경제 성장에 대한 지식은 보다 더 위험하다.
바로 그 때문에 김정은 시대 북한 국내 언론에서 '남조선'에 대한 보도가 급감했으며, 최근에는 거의 나오지 않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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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 경제격차 심화되자
지도계급 통치 영구화 일환
한반도 분단 역사 길어지며
두 민족 자리잡는 건 당연
새 대남정책이 더 앞당길 것
작년 12월 말에 북한 최고지도자 김정은은 북한의 대남정책 대전환을 선언했다. 그는 남북한은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고착화되었다고 주장했다. 그뿐만 아니라 김정은은 평화통일을 중심으로 하는 정책이 실수라고도 말했다. 이에 따라 지난 1월 통일에 관계된 모든 기구를 해체하고, 조국통일 3대 헌장 기념탑도 철거하였고, 대남 통일 프로파간다를 담당하던 매체들도 모두 폐쇄시켰다. 이를 감안하면 북한의 공식 사상에서 1970년대부터 경험해보지 못한 대전환이 생긴 것을 잘 보여준다. 김정은이 평화통일 슬로건 및 연방제 구상을 버린 이유는, 자신과 북한 통치계급의 집단이익 때문이다.
남북한의 1인당 소득 격차는 25대1인데, 국경을 접한 나라 가운데 세계 최고 수준의 격차다. 북한 인민들이 같은 민족으로 생각하는 남한 주민들이 얼마나 잘사는지를 알게 된다면, 체제에 대한 불만을 느낄 것이 확실하다. 물론 북한 당국자들은 공산권 기준으로도 매우 엄격한 쇄국정책을 하고 있지만, 남한에 대한 지식의 확산을 가로막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북한 인민들이 남한을 같은 민족이라고 생각하니까, 눈부신 남한의 경제 성장에 대한 지식은 보다 더 위험하다. 다른 민족이 보다 더 잘살아도 이것을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같은 민족이 자신들보다 잘산다면, 자신의 통치계급에 대해 불만을 느끼게 하는 원인이 된다.
그래서 40여 년 전에 경제 대결에서 완패한 북한 지도자들 입장에서 같은 민족 신화도, 같은 국가 신화도 갈수록 위험해지는 정치적 유산이었다. 그들은 얼마 전까지 평화통일 이야기를 함으로써 남남 갈등을 촉진할 희망이 있었지만, 최근에 친북세력에게서 얻을 것이 별로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때문에 옛날식 통일 프로파간다를 버렸다.
북한 엘리트 계층 입장에서 북한 서민들이 남한을 수많은 국가 중 하나로 생각하게 된다면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바로 그 때문에 김정은 시대 북한 국내 언론에서 '남조선'에 대한 보도가 급감했으며, 최근에는 거의 나오지 않게 되었다. 북한 지도부의 목적은 한반도에서 언어가 비슷하지만 문화도 정체성도 서로 다른 한국민족과 조선민족이 생기도록 하는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그들은 조선민족에 대한 자신의 통치를 장기화할 희망이 있다.
그런데 북한 지도자들의 이렇게 이기주의적인 목적과는 별개로 한반도에서 두 개의 민족이 형성되는 과정에 있다는 것은 객관적 사실이다. 한 국가가 분단을 당한다면 세월이 갈수록 새로 생기는 국가에서 자신의 다른 민족 정체성이 거의 불가피하게 탄생하게 된다.
칼리파 국가 붕괴 이후 생긴 20여 개 아랍 국가도 사례로 볼 수 있고, 스페인 제국의 행정구역을 기반으로 생긴 남미의 20여 개 나라도 이러한 경향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이다. 서로 다른 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자신이 사는 단체를 자신의 민족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하는 것은 거의 불가피하다. 흥미롭게도 아랍 지역이나 남미 지역에서 평화통일에 대한 시도가 없지 않았지만, 빠짐없이 모두 다 실패로 끝나버렸다.
그래서 이상하게도 김정은의 새로운 태도는, 한반도의 2국화 그리고 2민족화 과정을 어느 정도 가속화시킬 것이다. 물론 장기적으로 독일식 흡수통일은 여전히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통치를 영구화하는 것을 다른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김정은의 정책은 역설적으로 2124년의 세계 정치 지도에서 조선이라는 나라와 한국이라는 나라가 별개로 존재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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