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사랑도 냉동이 되나요

신찬옥 기자(okchan@mk.co.kr) 2024. 2. 20.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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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크라이나 의회가 통과시킨 법안에 가슴이 먹먹해졌다.

전사한 군인의 아내가 남편이 남기고 간 냉동 정자로 임신할 수 있도록 허가해주는 법이다.

여성 군인과 배우자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돼 출산을 원할 경우 냉동 난자를 사용할 수 있다.

폐암 진단을 받고 2년간 투병하다 세상을 떠난 아내를 잊지 못해 냉동인간으로 보존한 남편, 절절한 순애보의 주인공으로 화제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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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크라이나 의회가 통과시킨 법안에 가슴이 먹먹해졌다. 전사한 군인의 아내가 남편이 남기고 간 냉동 정자로 임신할 수 있도록 허가해주는 법이다. 여성 군인과 배우자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돼 출산을 원할 경우 냉동 난자를 사용할 수 있다.

임신이 어려울 정도로 부상당한 경우에도 가능하다. 동결과 보관 비용은 정부가 지원한다. 꾸역꾸역 기사를 읽다가 이 문장에서 마음이 무너졌다. 냉동된 정자나 난자로 자녀가 태어나면 '출생증명서'에 사망한 부모를 명기하는 법적 조치도 마련한다는.

오는 24일이면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2년이 된다. 우크라이나 측 전사자 수가 공개된 적은 없지만, 미국은 약 7만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남의 나라 '잊힌 전쟁'이라지만, 생때같은 젊은이 수만 명이 꽃다운 목숨을 잃었다. 홀로 남겨진 연인들은 잊히게 둘 수 없다며 법까지 바꿨다. 그렇게라도 살아가게 해주고 싶은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이니까.

2017년인가 '중국 최초의 냉동인간' 뉴스로 전파를 탄 남성 생각이 난다. 폐암 진단을 받고 2년간 투병하다 세상을 떠난 아내를 잊지 못해 냉동인간으로 보존한 남편, 절절한 순애보의 주인공으로 화제를 모았다.

그가 더 유명해진 것은 4년도 안돼 10세 연하 여성과 재혼한 소식이 알려지면서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기막힌 반전 근황'이라는 제목으로 조롱하는 게시물이 여럿이다. 50년 후 만나자던 애절한 사랑의 유효기한은 채 3년이 되지 않았다.

'50년 냉동 후 생환'이라는 기적이 일어난다면, 그의 아내는 2067년 눈을 뜨게 된다. 남편은 "아내도 재혼을 응원해줄 것"이라고 했다던데 정말 그럴까. 지금 기억을 그대로 안고 50년 뒤에 살아난다는 게 축복인지도 잘 모르겠다.

냉동인간이 되면서까지 오래 살고 싶은 욕심은 없으나 사랑도 냉동이 되는지 궁금하긴 했다. 냉동은 모르겠고, 해동은 안되는 것 같다. 하긴, 원래 사랑의 유효기한이 3년이라고 하지 않던가.

[신찬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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