뚫리는 우크라…젤렌스키 “최전선 여러곳 극도로 어렵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동북부 아우디이우카 점령을 계기로 공세로 전환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2주년이 다가오는 가운데 우크라이나군은 병력과 포탄이 부족한 데다가 서방의 지원이 지연되며 곤경에 처하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9일 최전선인 하르키우 지역 북동부 도시 쿠피얀스크 인근 여단들을 방문한 뒤 공개한 화상 연설에서 “러시아군이 예비군을 최대로 집결시킨 최전선 여러 곳에서 상황이 극도로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어서 “그들(러시아)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원조가 지연되는 것으로 이득을 보고 있다”며 “포탄이 부족하고 최전선에는 방공 무기와 사거리가 더 긴 무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7일 우크라이나군은 동부 도네츠크주의 핵심 격전지인 아우디이우카에서 철수했다. 미국 시엔엔(CNN)과 영국 비비시(BBC) 등 서방 언론들은 18일 우크라이나군 지휘관들 말을 인용해 러시아군이 아우디이우카 점령으로 우크라이나 남부 자포리자부터 북부 쿠피얀스크까지 1000㎞의 전선에 있는 요충지들에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고 짚었다.
러시아는 아우디이우카 점령으로 더 서쪽의 우크라이나 영토 쪽으로 공세를 펼 수 있을 뿐 아니라 남·북부 전선에서도 기존의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아우디이우카 동쪽의 철도 교차지인 포크로우스크는 러시아군의 다음 목표물이 될 수 있다고 에이피(AP) 통신은 짚었다.
지난해 여름 이후 우크라이나가 반격 공세를 집중했던 남부 전선의 자포리자에서도 러시아는 반격을 준비 중이라고 두 나라의 소식통들을 인용해 시엔엔은 보도했다.
이반 티모츠코 우크라니아 지상군 예비군위원회 의장은 시엔엔에 “우리의 주의가 아우디이우카에 집중됐지만, 사실 아주 격렬한 전투가 리만·쿠피얀스크 지역, 바흐무트 인근에서 진행 중이다”라고 말했다.
아우디이우카 점령 이후 러시아군은 인근으로 공세를 펼치고 있다. 러시아는 인근의 마리인카 및 부흘레다르 쪽으로 공격을 강화할 병력을 파견 중이라고 우크라이나 쪽은 밝혔다. 러시아군은 17일에 23차례나 부흘레다르의 방어선을 뚫으려 했다고 우크라이나군이 18일 밝혔다.
남부 전선의 자포리자에서도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군 방어선을 돌파하려는 시도가 시작됐다. 우크라이나군은 17일 러시아군은 탱크 등을 동원해 방어선을 돌파하려는 12차례 이상의 시도가 있었으나 격퇴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자포리자 지역에서 방어선을 고수하고 러시아군에 큰 손실을 입혔다고 주장하나, 러시아의 군사 블로거들은 러시아군이 진격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군은 2022년 2월24일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해 수도 키이우 점령을 노렸으나 실패했다. 이후 우크라이나군은 반격해 같은 해 9월 제2의 도시 하르키우를 탈환하는 등 성과를 올렸다. 우크라이나군은 지난해 6월 초부터 점령지 추가 탈환을 위한 반격 공세를 시작했으나 실패로 돌아갔고 이때부터 러시아군의 공세 전환은 예견돼왔다
전선의 포병부대 지휘관 등 우크라이나군 지휘관들은 에이피와 회견에서 아우디이우카 함락에 앞선 몇주 동안 가장 치열한 전투 지역에서 무기 부족으로 전력이 마비됐다고 호소했다. 우크라이나군의 무기 부족은 지난 가을 이후 가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서방 지원에 의존하는 장거리 포탄의 부족으로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군 방어선 뒤의 장비와 병력 등 목표물을 타격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군은 지난 수주 동안 전선에서 필요한 양의 단지 10%에 불과한 포탄을 공급받았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최대 지원국인 미국의 조 바이든 행정부는 우크라이나에 장거리 지대지미사일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기울고 있지만 의회의 벽을 우선 넘어야 한다. 미국 엔비시(NBC) 방송은 19일 미국 정부 당국자들을 인용해 상원이 600억달러(약 80조원) 규모 신규 지원안을 승인하면 미국은 지대지미사일인 에이태큼스(ATACMS)의 장거리 버전을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에이태큼스 장거리 버전의 사거리는 300㎞에 달해 러시아가 2014년 강제병합한 크림반도를 우크라이나가 직접 타격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현재 경제지원을 포함한 950억달러 상당의 지원안이 의회에서 묶여 있는 상황이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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