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결합 통신요금제 늘리라는데…업계 "국내업체만 부담지나"

임유경 2024. 2. 20.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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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기정통부, OTT 5사·이통3사에 결합요금제 확대 요청
국내 업체 고심 중…관건은 OTT·이통사 부담 비율
넷플릭스 등 해외업체 참여 불투명…업계 볼멘소리
KT, 5월1일부터 유튜브 프리미엄 구독료 47% 인상

[이데일리 임유경 기자] 정부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구독료 부담 낮추기에 나서고 있지만 현실화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OTT 업계가 정부 요청대로 통신사 결합상품을 늘리기 위해 고심하고 있지만 할인된 요금을 어떻게 나눠 부담할지 등 현실적인 문제가 있어 협의가 쉽게 진척되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특히 해외업체들의 참여가 불투명해 국내 업체들만 참여하는 반쪽짜리 요금제가 될 가능성도 있다. 이런 가운데 KT(030200)는 오는 5월1일부터 OTT 구독상품인 유튜브 프리미엄 구독료를 기존 9450원에서 47% 인상한 1만3900원으로 적용한다는 공지를 냈다.

결합요금제로 OTT 구독료 부담 낮추려는 정부

20일 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전날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 티빙, 웨이브, 왓챠 등 OTT 업체 5곳을 만나 OTT 구독료 부담 완화 방안을 논의했다. 이후 SK텔레콤(017670)과 KT(030200), LG유플러스(032640) 등 이통 3사와도 별도 만남을 가졌다. 이날 회의는 최근 높아진 OTT 구독료에 대한 정부의 고민을 공유하는 한편 OTT업체와 이통사가 협력해 다양한 OTT 결합 통신요금제 출시가 가능한지 업계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자리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래픽=김일환 기자)
정부가 OTT 구독료 부담 완화 방안을 검토하고 나선 것은 최근 OTT들이 구독료를 잇달아 인상하면서 이용자 부담이 높아진 데 따른 조치다. 지난해 11월 디즈니플러스는 광고 없는 프리미엄 요금제를 월 9900원에서 1만3900원으로 40% 이상 인상했다. 유튜브 프리미엄도 지난해 12월 월간 구독 가격을 1만450원에서 1만4900원으로 42.6% 올렸다. 넷플릭스는 월 9500원의 광고 없는 1인 요금제 베이식 멤버십 신규 가입을 막아 사실상 구독료를 인상했다. 국내 OTT인 티빙도 프리미엄 상품 가격을 1만3900원에서 1만7000원으로 22.3% 올렸다.

정부는 OTT 요금 인하를 직접 요구할 수 없는 만큼 할인 효과를 낼 수 있는 다양한 요금제 출시를 독려하는 모양새다. OTT 결합 통신 요금제 출시 확대도 이같은 노력의 일환이다.

OTT-이통사 간 결합요금제 협의 이뤄질 듯

OTT 업체들은 정부 요청에 응할 방안을 강구 중이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지금도 이통 3사가 OTT 결합 요금제를 제공하고 있으나 모두 9만원 이상 고가 요금제인데다 선택할 수 있는 OTT 서비스에도 제한이 있다. SK텔레콤의 경우 관계사인 웨이브와 구독서비스 T우주에 포함된 유튜브 프리미엄 2종의 OTT만 제휴를 맺고 있다. 토종 OTT 왓챠는 이통 3사와 모두 결합상품을 구성하지 않았다.

특히 글로벌 업체인 넷플릭스나 유튜브, 디즈니플러스가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할인된 가격에 통신사에 상품을 제공할지는 미지수다. 넷플릭스는 국내 시장점유율의 40%를 차지하는 1위 업체다. 지금까지 출시된 결합상품은 이통사들이 마케팅 효과를 위해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를 원가에 가져와 결합상품을 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통사들은 제휴사와 계약기간이 남아있는 만큼 당분간 OTT 결합요금제 변동 가능성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계약기간이 끝나면 상황은 달라진다.

KT는 이미 5월1일부터 OTT 단독 구독상품의 경우 유튜브 프리미엄 제휴사 정책에 따라 구독료를 인상한다고 공지했으며,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도 요금 변동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토종 OTT업체들은 할인을 부담할 여력이 없는 상황이다. 티빙과 웨이브는 2022년 각각 1192억원, 121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왓챠는 2022년 영업손실 규모가 555억원으로, 2019년 이후 4년째 자본잠식 상태다. 한 OTT 업체 관계자는 “OTT 요금을 할인해주는 결합상품을 만든다면 어떤식으로든 OTT업체에 비용부담이 전가될 것인데, 이는 사실상 요금인하 요구나 마찬가지”라며 “지금 OTT 업체들은 적자상태로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이통사들도 현재 상황을 부담스러워 하는 건 마찬가지다. 한 관계자는 “결합요금제로 OTT 구독료 부담 완화 문제를 풀려는 것은 결국 통신사에 부담을 전가하는 것”이라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유경 (yklim0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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