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 강남을→서대문을 출마로···수도권 첫 중진 재배치
윤석열 정부 초대 외교부 장관을 지낸 4선 박진 국민의힘 의원(서울 강남을)이 20일 서울 서대문을 출마를 선언했다. 영남 ‘낙동강 벨트’로 출마 지역을 옮긴 서병수·김태호·조해진 의원에 이은 수도권 중진 중 첫 재배치 사례다. 당 지지율이 상승하며 총선 승리 기대감을 높이면서도 인물 부족에 시달리는 국민의힘이 현역 의원 및 대통령실·내각 출신 인사들을 수도권 격전지에 재배치하는 전략을 짜고 있다.
박 의원은 이날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에서 “총선 승리와 서울 수복을 위해 모든 기득권을 버리고 헌신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며 “이제 그 약속을 실천하겠다. 22대 총선 서대문을 지역에 국민의힘 후보로 출사표를 던지고자 한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힘들고 어려운 길이 되겠지만 서대문을 지역의 발전을 위해 주민만 바라보며 열심히 뛰겠다”며 “선민후사의 정신으로 헌신과 도전을 시작하겠다”고 했다.
박 의원은 지난 18일 정영환 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서대문을 출마를 요청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서대문을은 재선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지역구다. 김 의원 전엔 정두언 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이 3선을 했다. 한동훈 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박 의원의 헌신과 용기가 국민의힘을 동료시민을 위한 승리로 이끄는 길이 될 것”이라고 치켜세웠다.
당내에선 박 의원이 수도권 중진 재배치의 물꼬를 텄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공관위)는 이날까지 수도권 121개 지역구 가운데 45곳의 공천 방식을 결정하지 않은 채 보류 상태로 남겨뒀다. 이들 지역 중 국민의힘 현역 의원이 있는 곳은 6곳에 불과하다. 여당을 향한 수도권 시민 여론이 전보다 나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지난 총선 참패로 중량감 있는 출마 인사가 부족해 공천에 어려움이 있다는 게 공관위 입장이다. 장동혁 당 사무총장은 수도권 후보 미확정 지역과 관련해 “경쟁력 있는 후보가 없어서 발표하지 못한 곳도 있는 게 사실”이라며 “(이런 곳은) 추가로 공모할지, 아니면 영입 인재나 다른 분 중에서 우선추천(전략공천)할지 논의해 보겠다”고 밝혔다.
공관위는 특히 서울 강남권과 영남권 등 여당 우세 지역에 출마하려는 중진 의원이나 윤석열 정부 출신 인사의 수도권 열세 지역 재배치를 시도하고 있다. 당선 가능성이 높은 지역에 경쟁력 있는 인사들이 집중돼 있어 인력의 효율적 재배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세 지역 출마를 원한 인사 입장에서는 여당의 수도권 지지율이 상승하면서 도전해 볼 만한 분위기가 형성됐다.
공관위는 박진 의원과 함께 서울 강남을 공천을 신청했던 이원모 전 대통령실 인사비서관도 용인 등 경기 지역에 출마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서병수 의원이 자리를 비운 부산 부산진갑에 공천을 신청했다가 컷오프(공천 배제)된 박성훈 전 해양수산부 차관의 수도권 재배치 가능성도 열어뒀다.
부산 중영도(박성근 전 국무총리 비서실장, 조승환 전 해양수산부 장관), 경북 포항북(김정재 의원, 윤종진 전 국가보훈부 차관, 이부형 전 대통령실 행정관), 경북 김천(송언석 의원, 김오진 전 국토교통부 차관), 경북 영주영양봉화울진(박형수 의원, 임종득 전 국가안보실 2차장), 경북 구미을(김영식 의원, 강명구 전 국정기획비서관, 허성우 전 국민제안비서관), 경북 상주문경(임이자 의원, 한창섭 전 행정안전부 차관), 대구 북갑(양금희 의원, 전광삼 전 시민소통비서관) 등에서도 공천 결과에 따라 수도권으로 이동하는 인사가 나올 수 있다. 전·현직 의원 3명이 경쟁하는 서울 중성동을(하태경 의원, 이혜훈 전 의원, 이영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경선 낙선자를 수도권 험지에 배치할 가능성이 남아있다.
국민의힘은 공천 갈등이 극심한 민주당 상황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전날 4선 김영주 국회 부의장은 민주당 탈당 기자회견에서 국민의힘 입당 등 향후 거취를 묻자 “이제부터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국민의힘은 김 부의장 지역구인 서울 영등포갑 공천을 보류 상태로 남겨뒀다. 한동훈 위원장은 이날 “김 부의장은 대단히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분”이라고 높여줬다.
한편 국민의힘은 오는 23~24일 총선 지역구 후보자 선출을 위한 1차 경선을 일반 유권자와 당원을 대상으로 한 전화 여론조사를 통해 진행한다. 서울 6곳, 인천 2곳, 경기 3곳, 충북 5곳, 충남 3곳, 제주 1곳 등 총 20곳이 대상이다. 결과는 25일 발표한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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