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한:현장] 최민식 연기에 소름…'파묘', 오컬트 신세계 열었다(종합)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파묘'가 강렬한 오컬트 미스터리로 2월 극장가 흥행을 주도할 전망이다.
20일 오후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영화 '파묘'(감독 장재현)의 언론배급시사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배우 최민식, 김고은, 유해진, 장재현 감독이 참석했다. 현재 군 복무 중인 이도현은 영화 상영 직전 공개된 짧은 영상으로 대신 인사를 전했다.
'파묘'는 거액의 돈을 받고 수상한 묘를 이장한 풍수사와 장의사, 무속인들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담은 작품이다. 앞서 '검은 사제들', '사바하' 등으로 호평 받은 장재현 감독의 새로운 오컬트 미스터리로 풍수, 무당, 굿 등 한국적인 정서를 입혀 독특한 분위기를 자랑한다.
이날 장재현 감독은 "'파묘'의 소재를 준비할 때 풍수지리 선생님들 세 분 정도와 시간을 보냈는데 항상 땅에 대해 얘기하다보면 이상하게 한 곳으로 모이더라. 그게 쇠말뚝이었다. 그걸 어떻게든 영화에 녹여보려고 했다. 그게 중심이면서도 너무 두드러지지 않게, 캐릭터에 잘 녹여내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어 "파묘, 이장을 수십번 따라다니면서 무덤을 파서 꺼내고 태우는 것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 고민했다. 어느 날, 과거의 잘못된 뭔가를 꺼내서 깨끗하게 없애는 정서가 느껴지더라. 우리나라, 내가 살고 있는 땅, 우리의 과거를 돌이켜보면 상처와 트라우마가 정말 많지 않나. 그걸 '파묘'하고 싶었다. 또 재밌는 영화로 만들고 싶은 욕망이 들끓었다"며 연출 배경을 밝혔다.
주연 최민식은 "장재현 감독님 때문에 했다. 전작들을 잘 봤고 우리 삶에 알게 모르게 스며있는 게 민속신앙이지 않나. 미신이라고 치부하기도 하고 터부시되는 게 있지만 평소에 너무 저평가되고 있는 것 같다. 종교라든지 인간과 신의 중간에서 그 다리를 놓는 그런 존재와 관계를 장 감독은 끊임없이 애정을 갖고 대하는 것 같다. 그런 사고방식도 좋지만 영화의 만듦새도 세련됐고 촘촘히 짠 카페트처럼 구멍이 없었다. 매력적인 작품이었다"고 전했다.
베테랑 풍수사 상덕 캐릭터에 대해서는 "촬영 내내 진짜 흙을 먹었다면 맹장 때문에 병원에 입원했을 수도 있겠다. 다행히 우리 미술 스태프들이 제가 집어먹을 흙은 맛있게 만들어줬다. 실제 풍수사들 중에 흙의 맛을 보면서 토양의 느낌, 미생물 등으로 명당을 가려내는 부류가 있고, 물길이나 다른 방향으로 흉지와 명당을 가려내는 분들도 있다더라. 저는 어떻게 보면 토양의 맛을 보고 땅을 알아내는 설정이었다. 또 곡괭이질, 삽질도 많이 했는데 군대 이후로 오랜만에 삽질을 해봤다. 포크레인도 있는데 왜 삽질을 해야 하나 싶었다. 사실 기분 좋은 협업이라 물리적인 피곤함은 문제되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무당 화림 역의 김고은은 "굿 장면은 하루 전날 전체 리허설을 다같이 했고 당일날 촬영 때는 감독님과 스태프분들의 배려로 카메라 네 대로 진행했다. 하루 안에 끝날 수 없었던 분량인데 하루만에 마무리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굿을 할 때 퍼포먼스 같은 것들을 선생님들과 많이 연습했다. 생각보다 힘들지 않게 끝냈다"고 말했다.
유해진은 "장재현 감독님의 연출이 궁금했고 이 시나리오가 어떻게 구현될지 큰 호기심을 갖고 선택했다"며 "장의사 영근을 연기하면서 감독님과 얘기 나눴던 건 다른 인물보다 현실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그게 관객들의 생각일 수도 있을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특히 배우들은 강렬한 굿 장면을 완벽하게 소화한 김고은을 향한 칭찬을 쏟아냈다. 유해진은 "(김)고은 씨가 말은 편하게 하는데 시간 날 때마다 경문 외우고, 현장에 오신 무속인 분들 쫓아다니면서 레슨 받았다. 내가 저 역할을 했다면 정말 피 말렸겠다 싶더라. 저 에너지를 어떻게 끌고 오나 걱정했다"며 격려했다.
최민식 역시 "저는 고은 씨의 굿을 라이브로 보지 않았나. 저러다 뭔 일 나는 것 아닌가 할 정도였다. 아주 몰입도가 대단했다. 배역에 철저히 몰입한 배우의 프로페셔널한 느낌이 너무나 감동적이었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끝으로 장재현 감독은 함께 한 배우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그는 "이런 캐스팅이라니 저희 조상 중에 누군가 좋은 곳에 누워 계신 것 같다. 저도 교회 다니지만 할머니 무덤에 가서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기도 한다. 이분들과 그냥 재밌는 유령 영화를 만들 수도 있었다. 그래도 좀 불편하더라도 한 발자국 더 나아가고 싶었다. 다소 불편한 분들도 있을 수 있다. 근데 생각해보면 우리가 뱀파이어, 미라, 강시 영화를 보지 않나. 옆나라에서 온 건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많이 고민했다. 그럼에도 한 발자국 더 나아간 데 의미가 있다고 본다. 관객분들이 선입견 없이 봐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eun@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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