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찢어진 빅텐트···이준석과 갈라선 이낙연, ‘새로운미래’ 어떻게 그릴까
이낙연 새로운미래 공동대표가 20일 “부실한 통합 결정이 부끄러운 결말을 낳았다”며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의 결별을 선언했다. 제3지대 빅텐트에 합류한지 11일만에 홀로서기를 택한 것이다. 제3지대 빅텐트라는 플랫폼을 포기한 이낙연 공동대표에게는 야권 계열 제3정당으로서 정체성을 분명히하고 대중적 인지도를 끌어올리는 쉽지 않은 숙제가 주어졌다.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날 김종민 공동대표와 함께 서울 여의도 새로운미래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당통합 좌절로 여러분께 크나큰 실망을 드렸다”며 “다시 ‘새로운미래’로 돌아가 당을 재정비하고 선거체제를 신속히 갖추겠다”고 밝혔다. 이낙연 공동대표가 주도하는 새로운미래는 전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당을 등록했다.
이낙연 공동대표는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해 새로운미래를 창당한 후 설 연휴 첫날인 지난 9일 이준석 대표가 창당한 개혁신당에 새로운선택, 원칙과상식과 함께 합당 형태로 합류했다. 하지만 통합 개혁신당은 선거 지휘권 쟁탈전과 배복주 전 정의당 부대표의 공천 문제를 두고 갈등을 벌여왔다. 전날 이준석 공동대표가 총선 선거 운동 및 정책 결정 권한을 자신에게 위임하는 안건을 주도적으로 의결하면서 갈등이 끝내 봉합되지 못하고 폭발하게 됐다.
그는 “신당통합은 정치개혁의 기반으로써 필요했고, 설 연휴 이전에 이루고 싶었다”며 “그래서 크게 양보하며 통합을 서둘렀지만 여러 문제에 부딪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통합 유지 원칙, 통합주체 합의를 지킨다는 원칙, 민주주의 정신을 존중한다는 원칙 세 가지가 지켜지지 못했다고 밝혔다.
특히 이낙연 공동대표는 “그들은 통합을 깨거나 저를 지우기로 일찍부터 기획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이준석 대표 측에서 탈당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그들은 특정인을 낙인찍고 미리 배제하려 했다”며 “낙인, 혐오, 배제의 정치가 답습됐고 그런 정치를 극복하려던 우리의 꿈이 짓밟혔다”고 말했다.
박원석 새로운미래 책임위원은 이날 CBS 라디오에 출연해 “제3지대 통합 혹은 빅텐트라는 양의 머리를 내걸고 낙인과 배제·혐오라는 개고기를 팔았다”며 이준석 대표의 정치를 양두구육이라고 맹비난했다. 그는 “윤 대통령이 이준석 대표를 두들겨 패서 내쫓았던 논리를 여기(개혁신당) 와서 지금 하고 있다”며 개혁신당이 ‘이준석 사당’이 됐다고 주장했다.
김종민 공동대표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언론에서는 (이낙연과 이준석의) 주도권 다툼이라고 표현하지만, 그렇지 않다”며 “당명도 개혁신당으로 하고, 당직인사도 하자는 대로 했다. 그런데도 선거운동 전권은 이준석 대표에게, 공천 전권은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에게 달라고 했다. 이건 이낙연 대표 집에 가라는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 김 최고위원은 이날 개혁신당을 탈당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낙연 공동대표는 “법적 합당 이전에 신당 판도가 분명해진 것은 불행 중 다행일지도 모른다. 불확실성은 긴 것보다 짧은 것이 좋기 때문”이라며 “도덕적·법적 문제에 짓눌리고 1인 정당으로 추락해 정권 견제도 정권 교체도 어려워진 민주당을 대신하는 ‘진짜 민주당’을 세우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무능하고 타락한 거대양당의 독점적 정치 구도를 깨고 진영보다 국가, 정치인보다 국민을 먼저 보호하는 본격 대안 정당을 만들겠다”고 했다.
이준석 신당과의 결별로 새로운미래는 제3지대 4개 세력(개혁신당·새로운미래·새로운선택·원칙과상식)이 합쳐진 빅텐트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없게 됐다. 새로운선택과 원칙과상식 소속 의원들도 개혁신당에 남기로 하면서 세력은 크게 위축될 전망이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등 거대양당에 맞선 3자 구도에 편입되기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이준석 신당이 2030세대와 중도층 지지도가 비교적 높다는 점에서 ‘올드보이’ 이미지 탈피도 과제로 남게 됐다.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민주당 이탈 세력의 합류 가능성은 이전보다는 다소 커질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출신인 이준석 대표와의 동행이 부담스러웠던 민주당 계열 현역 의원들의 부담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이낙연 공동대표를 중심으로 한 지도체제가 정비되면서 정체성에 맞는 선거 캠페인을 적극적으로 벌일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기존 개혁신당 인사들이 요구해온 이낙연 공동대표의 호남 지역구 출마 요구로부터도 자유로워졌다. 이낙연 공동대표는 출마 여부를 확정하지 않았다.
다만 민주당 의원들이 이낙연 신당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인가는 미지수다. 한 민주당 중진 의원은 “(공천 과정에서) 당내 반발이 거센 것과 별개로 민주당 현역 의원의 새로운미래 합류 가능성은 크지 않으리라고 본다”며 “통합 11일 만의 결별이라는 전례 없는 상황에서 이낙연 신당행은 쉬운 결정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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