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 동맥’ 수에즈, 3시간에 대형선박 2대뿐…후티발 물류 대란 석달째
18일 오후 이집트 북동부 수에즈 운하. 인근 물류회사에서 2년째 근무하는 하디르 씨는 한적한 운하를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몇 달 전만 해도 오가는 대형선박들이 끊임 없었는데, (예멘 후티 반군의) 홍해 공격 뒤론 배가 줄어 적막해졌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세계 물류 유통의 12%가량이 통과하는 해상 물류의 동맥. 지중해와 홍해를 연결하는 세계 최대 수에즈 운하가 ‘개점 휴업’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11월 19일 친이란 후티 반군이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철수 등을 요구하며 군함은 물론 민간상선까지 공격한 이래, 대형선박이 시간당 겨우 한 대쯤 지나갈 정도로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
사실상 멈춰선 수에즈 운하는 홍해발(發) 물류 대란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한국도 유럽으로 향하는 자동차 수출 항로가 막혀 1월 부산 무역수지가 3개월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하지만 19일에도 후티 반군의 공격으로 영국 화물선이 침몰하는 등 사태는 진정될 기미가 없다.
● 3시간 동안 대형선박 겨우 2대 지나가
수에즈 운하는 일반적으로 오전에는 홍해에서 진입해 지중해로 가는 선박들이, 오후에는 반대쪽으로 가는 선박들이 지나간다. 홍해로 진입한 배들은 현재 후티 반군의 공격이 집중되는 아덴만 인근을 지난 뒤 아시아 등으로 간다.
18일 오후 1시부터 4시까지 3시간을 지켜본 결과, 컨테이너 등을 싣는 대형선박이라 부를만한 배들은 딱 2대가 지나갔다. 선박 조회 사이트인 ‘베슬 파인더’에 따르면 두 척은 사우디아라비아 제다항이 목적지라 아덴만까지 가지 않거나, 중간 기착지가 이란이어서 친 이란 세력인 후티 반군이 공격하지 않는 배였다.
평상시엔 배들이 운하를 지나기 전 이집트 경비정들이 먼저 출항한다. 주변 항로의 안전을 점검하고 돌발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선박대여업에 종사하는 엘사리는 “바쁘게 움직이던 경비정들이 요샌 몇 시간씩 정박해있다”고 했다.
수에즈시에서 40년 넘게 여행사를 운영한 살라미 씨는 “수에즈 운하는 ‘이집트 명물’로 꼽혀 국내외 관광객들이 몰렸는데, 최근 분위기가 살벌해져 방문이 뜸해졌다”며 속상해했다. 하디르 씨도 “컨테이너를 가득 실은 대형선박이 오가는 광경이 장관인데 최근엔 볼 수 없는 풍경”이라며 “가끔 지나가는 배도 멀리서 봐도 화물이 확 줄어든 게 눈에 띈다”고 했다.
● “3분기까지 사태 해결 안 될 수도”
세계 해운사들은 시간과 비용이 더 들어도 남아프리카공화국 희망봉으로 우회하는 경로를 택하고 있다. 수에즈운하청(SCA)은 최근 “이로 인해 지난해 대비 선박 통행량은 30%가 줄고, 용적톤수도 41% 줄었다”고 발표했다.
이집트로선 경제적 충격이 상당하다. 압둘팟타흐 시시 이집트 대통령은 이날 “운하의 지난달 수익이 이전보다 40~50%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집트 포함 중동에 진출한 한국·교민 기업도 고충이 심각하다. 한 국내 기업 관계자는 “우리로선 모든 게 2~3주 이상 지체되는 현재 상황을 ‘뉴노멀’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글로벌 해상 운송비도 최근 한 달 동안 70% 넘게 급등했다. 세계 2위 해운사 머스크의 찰스 반 데어 스틴 북미지역사장은 14일 “당분간 홍해에서 극적인 변화가 일어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며 “올 3분기(7~9월)까지 수에즈 운하 통행이 어려울 수도 있다”고 미 CNBC에 밝혔다.
수에즈=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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