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오고 싶어해"…'170억↑' 류현진과 한화, '100억대 전멸' KBO 기강 잡기는 시간문제였다

김민경 기자 2024. 2. 20.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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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현진과 한화 이글스가 느슨해졌던 KBO 판도를 뒤흔들었다. ⓒ곽혜미 기자
▲ 한화 이글스 99번 류현진의 유니폼을 올해부터 다시 볼 수 있게 됐다.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류현진(37) 본인이 한국에 들어오고 싶어 한다고 한다."

올해 1월이었다. 야구계에는 류현진이 한국으로 돌아오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고 있다는 이야기가 조금씩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한화 이글스도 마찬가지. 손혁 단장이 평소 친분이 있었던 류현진과 지난해 말부터 꾸준히 접촉하면서 공감대를 형성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물론 이때는 구체적으로 계약 내용이 오갈 정도로 진전되진 않은 상태였지만, 한 구단 관계자는 "류현진 본인이 한국에 들어오고 싶어 한다더라"며 국내 복귀 가능성을 훨씬 높이 점쳤다. 류현진의 한화행은 시간문제였던 셈이다.

류현진과 한화가 본격적으로 움직이면서 올해 유독 긴장감이 떨어졌던 스토브리그를 막바지에 뜨겁게 달구고 있다. 올겨울 FA 계약 최고액은 두산 베어스 양석환이 기록한 78억원(4+2년)이었다.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샐러리캡 제도가 시행되면서 구단들이 지갑을 열 수 있는 한계가 분명해졌고, 비FA 다년계약이 활성화되면서 최대어급들은 대부분 원소속 구단들이 단속을 마친 상황이었다. 100억대 계약이 우습게 나왔던 최근 3~4년 FA 시장 흐름을 고려하면 올해는 분명 싱거웠다.

한화는 류현진에게 국내 최고 대우를 약속했다. 20일 복수의 야구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류현진은 최소 4년, 170억원 이상의 대우를 받는다. 올겨울은 물론이고, 한국프로야구 역대 최고액이다. SSG 랜더스 좌완 에이스 김광현이 2022년 3월 메이저리그 도전을 마치고 국내 복귀를 선택했을 때 계약 규모가 4년 151억원이었다. 당시 기준 KBO 역대 최고 대우였다. 현재 최고액은 2023년 시즌을 앞두고 두산 베어스 포수 양의지가 기록한 152억원(4+2년)이었는데 류현진이 갈아치운다.

류현진이 국내로 눈을 돌리기 시작한 이유는 여러 가지겠지만, 가족이 생활할 수 있는 안정적인 환경을 최우선 순위로 두면서 미국 잔류 가능성이 점점 작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류현진 혼자 미국에서 머무는 상황이면 1년 단기 계약을 하든, 트레이드 가능성이 있는 팀과 계약을 하든 문제가 되지 않겠으나 아내와 두 자녀도 함께 생활해야 하니 잦은 이동이 예상되는 팀과는 계약이 어려웠다. 또 가족이 생활하기에 치안이 좋은 연고지에 있는 구단 위주로 살펴보다 보니 또 선택의 폭이 좁아졌다.

무엇보다 류현진의 자존심을 지킬 수 있을 만한 메이저리그 오퍼가 없었다. 류현진은 지난해 6월 토미존 수술을 받고, 지난해 8월 빅리그 마운드로 돌아와 건강을 증명했다. 그러나 빅리그 구단들은 30대 후반 나이에 커리어 2번째 토미존 수술을 받은 류현진의 몸 상태에 의문을 품었다. 2015년 시즌을 통째로 날리게 했던 어깨 수술 이력도 류현진의 발목을 잡는 요소 가운데 하나였다. 미국 언론은 류현진이 최소 연봉 1000만 달러(약 133억원)는 받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 오퍼는 예상에 미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메이저리그 윈터미팅이 시작되기 전까지만 해도 "시장 상황을 살펴보겠다"던 류현진이 한국 복귀를 고려했던 이유다.

▲ 2013년 처음 메이저리그에 도전했을 당시 류현진.
▲류현진의 에이전트인 스캇 보라스는 "류현진이 내년에 한국에서 뛸 일은 없다"고 단언했었다.

'악마의 에이전트'로 유명한 류현진 담당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는 지난해 윈터미팅을 앞두고 "매우 많은 빅리그 구단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류현진은 내년에 한국이 아닌 메이저리그에서 투구할 것"이라고 장담하듯이 말했다. 진정한 관심을 보인 구단이 없었다면 보라스가 이런 확신에 가득 찬 말을 했을 리가 없다.

최근에 류현진과 가장 강하게 연결돼 있던 구단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였다. AJ 프렐러 샌디에이고 단장은 미국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류현진은 지난해 부상에서 돌아왔고, 건강한 모습을 보여줬다. 존경심이 들었을 정도"라고 엄지를 들었지만, 정작 류현진에게 제시한 금액은 그렇지 않았다. 1년 단기 계약에 1000만 달러를 훨씬 밑도는 금액을 제시해 류현진을 설득하지 못했다.

류현진은 2013년 LA 다저스에서 데뷔해 지난해까지 10년 동안 메이저리거로 생활하면서 186경기, 78승48패, 1055⅓이닝, 평균자책점 3.27로 활약했다. 2020년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4년 8000만 달러(약 1068억원) FA 대박을 터트리기 직전인 2019년 시즌이 전성기였다. 류현진은 그해 29경기, 14승5패, 182⅔이닝, 평균자책점 2.32를 기록하며 올스타 시즌을 보냈고, 평균자책점 부문에서 메이저리그 전체 1위에 오르는 영광을 안았다. 2022년 6월 커리어 2번째 토미존 수술을 받으면서 선수 생활에 위기가 찾아왔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지만, 류현진은 긴 재활을 견디고 지난해 8월 돌아와 재기에 성공했다. 11경기 3승3패, 52이닝, 평균자책점 3.46을 기록하면서 다시 FA 시장에 나올 명분을 스스로 만들었다. 류현진은 1000만 달러 이상의 가치는 있다고 스스로 판단했으나 결과적으로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생각은 달랐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편안한 환경과 훨씬 좋은 대우를 선택하는 게 류현진으로선 이득이었다.

한화는 올겨울 안치홍(4+2년 72억원), 장민재(2+1년 8억원) 등과 FA 계약을 추진하면서도 늘 류현진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손혁 단장은 지난해 국내 FA 시장에서 추가로 영입할 계획이 없다고 밝히면서도 "있다면 류현진 정도?"라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물론 당시는 농담이라며 웃어넘겼지만, 뼈가 있는 농담이었다. 손 단장은 농담에 그치지 않고 류현진의 미국 계약 상황을 꾸준히 확인하면서 류현진이 한화 복귀로 마음을 굳혔을 때 바로 움직일 수 있는 모든 준비를 해뒀다.

한화가 이토록 류현진 영입에 진심이었던 이유는 지난해 국내 선발진 성적이 설명해 준다. 지난해 문동주라는 신인왕을 배출한 건 분명 큰 성과였다. 문동주는 2006년 류현진 이후 한화가 17년 만에 배출한 신인왕이었다. 문동주는 118⅔이닝을 던지면서 8승, 평균자책점 3.72를 기록했다. 문제는 문동주 이외의 국내 선발투수들이다. 문동주 외에는 60이닝을 넘긴 선발투수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이태양과 장민재, 김민우 등이 50이닝을 조금 넘겼을 뿐이다. 과거 국내 에이스였던 김민우가 부상으로 이탈하지 않았다면 사정이 조금 나았을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한화 선발진은 지난해 냉정히 낙제점을 받았다.

손 단장은 "김민우는 부상으로 오랜 시간을 보냈고, 문동주도 아직은 어린 선수다. 물론 문동주가 내년에 더 잘 던질 것이란 기대감은 있다. 하지만 투수는 늘 대비를 해두면 좋은 것이다. 황준서, 장민재, 남지민, 김기중 이런 선수들도 선발 경쟁을 한다"며 선발 보강에 욕심을 보였다.

▲ 류현진이 KBO리그로 돌아온다. 12년 만이다. ⓒ 곽혜미 기자
▲ 왼쪽부터 한화 이글스 남지민, 문동주, 황준서, 김기중 ⓒ 곽혜미 기자

손 단장은 류현진이 합류했을 때 젊은 선발투수들과 시너지효과를 기대했다. 한화는 문동주를 비롯해 김기중, 남지민, 한승주, 황준서 등 잠재력이 뛰어난 영건을 대거 모았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다만 이 선수들은 프로 무대에서 성장할 시간이 필요했고, 그 시간을 벌어 주는 우산이 될 베테랑이 필요했다. 손 단장은 그 임무를 할 수 있는 적임자가 류현진이라고 바라봤다.

한화는 류현진과 계약 관련 합의는 사실상 모두 마친 상태다. 관련 절차만 모두 끝나면 21일쯤 발표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한화는 20일 KBO를 통해 메이저리그 사무국에 신분조회를 요청한 상태다. KBO 규약의 한미선수계약협정에 따르면 한국 구단은 미국이나 캐나다에서 프로 또는 아마추어로 활동했던 선수, 현재 메이저리그 30개 구단과 계약돼 있거나 보류명단에 든 선수와 계약하려면 KBO 사무국을 거쳐 메이저리그 사무국에 신분 조회를 해야 한다. 또한 신분조회 요청을 받은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나흘 이내에 결과를 KBO 사무국에 전달하는 단계를 거친다.

류현진은 한국을 떠난 지 12년 만에 "선수 생활의 마지막은 한화에서"라고 했던 약속을 지키게 됐다. 류현진은 동산고를 졸업하고 2006년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 2순위로 한화에 입단했을 때부터 한국프로야구에 돌풍을 일으켰다. 데뷔 시즌이었던 2006년 30경기, 18승6패, 201⅔이닝, 204탈삼진, 평균자책점 2.23을 기록하며 신인왕과 MVP를 동시에 석권하는 기염을 토했다. 신인왕이 MVP까지 차지하는 건 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최초였고, 지금도 류현진이 유일한 사례로 남아 있다. 앞으로도 이 기록은 깨지기 매우 어려울 전망이다.

▲ 류현진은 한국 메이저리거 역사상 가장 뛰어났던 투수 중 하나로 기록될 전망이다
▲ 류현진은 메이저리그에서도 손에 꼽히는 선발투수로 이름을 날렸다
▲ 류현진은 한국인 투수 역사상 FA 최고액을 모두 가지게 됐다

류현진은 2012년까지 한화의 에이스로 활약하면서 190경기, 98승52패, 1세이브, 1269이닝, 1238탈삼진, 평균자책점 2.80을 기록했다. 이닝당 삼진 하나씩을 잡았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위력적인 공을 던졌다. 물론 지금은 12년 전처럼 좋은 구위를 자랑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실제로 복귀 시즌이었던 지난해 류현진의 직구 구속은 87마일(약 140㎞)에서 89마일(약 143㎞)로 형성됐다. 국내 좌완 투수들을 기준으로 삼아도 구속이 느린 편에 속한다.

그러나 류현진은 느린 공으로도 메이저리그 강타자들을 척척 잡아내는 노련한 경기 운영 능력을 보여줬다. 체인지업과 커터에 느린 커브를 더해 타자들의 타이밍을 뺏었다. 스트라이크존을 갖고 노는 제구력은 워낙 타고난 재능이라 어디 가지 않았다. KBO리그에서는 류현진의 제구력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생존 가치를 입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손 단장은 류현진의 한화 복귀를 추진하는 최고 업적을 남기면서 팀은 단숨에 5강 전력으로 끌어올렸다. 한화를 제외한 구단들은 19일부터 류현진의 국내 복귀 소식이 구체화되자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나이 37살이라 해도 KBO리그를 평정했던 류현진이 돌아오는 건 다른 구단에는 달갑지 않은 소식이었다. 스토브리그부터 KBO의 판을 뒤흔든 류현진이 올 시즌 한화와 한국 야구에 어떤 변화의 바람을 일으킬지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 류현진의 가세는 KBO리그 순위 경쟁의 판도를 바꿀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곽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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