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현장] "아픈 韓역사, 파묘하고파"…'파묘' 최민식→김고은, 화끈한 육체파 'K-오컬트' 탄생(종합)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역시는 역시다. '오컬트 장인'과 '연기의 신'들이 화끈하고 강렬한 육체파 K-장르를 완성했다.
오컬트 미스터리 영화 '파묘'(장재현 감독, 쇼박스·파인타운 프로덕션 제작)가 2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린 언론·배급 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이날 시사회에는 땅을 찾는 풍수사 상덕 역의 최민식, 원혼을 달래는 무당 화림 역의 김고은, 예를 갖추는 장의사 영근 역의 유해진, 그리고 장재현 감독이 참석했다.
'파묘'는 거액의 돈을 받고 수상한 묘를 이장한 풍수사와 장의사, 무속인들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담은 작품이다. 제74회 베를린국제영화제 포럼 섹션에 초청된 '파묘'는 지난 16일 월드 프리미어로 전 세계에 최초 공개된 이후 오는 22일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전작 '검은 사제들'(15) '사바하'(19)를 통해 견고한 세계관을 완성하며 'K-오컬트' 장인으로 등극한 장재현 감독의 세 번째 장편 연출작으로 파묘라는 신선한 소재에 동양 무속 신앙을 가미해 지금껏 본 적 없는 새로운 오컬트 미스터리를 완성했다.
특히 '파묘'는 풍수사, 장의사, 무속인으로 파격 변신한 최민식, 김고은, 유해진, 이도현의 열연으로 깊이를 더했다. 서사에 녹아 든 매력적인 캐릭터로 극강의 앙상블을 보인 네 배우는 과학과 미신 사이의 미묘한 줄타기를 보여주며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을 전달, 장르적 재미를 끌어올렸다.
이날 장재현 감독은 "파묘라는 소재를 생각하면서 풍수지리사 선생들과 시간을 보냈다. 땅과 가치관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한 곳, 말뚝으로 모였다. 그게 중심이면서 너무 드러나지 않게 표현하려고 했다. '파묘'를 준비하면서 코로나19를 겪고 극장용 영화에 대해 고민을 했다. 관객이 극장에서 재미있게 볼 수 있게 화끈하게 만들고 싶었다. 체험적으로 육체파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연출 의도를 전했다.
그는 "과거의 잘못된 것을 꺼내 현재에 깨끗하게 하는 게 무속신앙 아닌가 싶다. 우리나라 과거를 들춰보면 상처가 많다. 그걸 파묘하고 싶었고 재미있는 영화로 풀고 싶었다"며 "이번 작품은 배우들이 베테랑이었다. 그리고 이번 작품에서는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해봤다. 몸은 힘들지만 배우들과 재미있게 촬영했던 것 같다. 나도 어려운 부분은 배우들과 함께 고민을 나누면서 마음은 다른 영화보다 편하게 촬영한 것 같다. 여유롭게 작업한 기분이다"고 말했다.
초호화 캐스팅을 완성한 것에 "우리 조상들이 좋은 곳에 누워있는 것 같다"고 말해 장내를 파안대소하게 만들었다. 그는 "배우들이 항상 새로운 것에 갈망하고 있는 것 같다. 나도 늘 새로운 시나리오를 보여주려고 하는 게 그런 부분을 배우들이 좋게 봐 '파묘'를 선택해준 것 같다"고 마음을 보냈다.
더불어 영화 촬영 중 섬뜩한 분위기를 느꼈다는 장재현 감독은 "영안실에서 촬영하는 장면이 있다. 그 장면을 촬영할 때 유해진과 촬영감독 몸이 안 좋다고 하더라. 그리고 그 현장에 자문을 온 무속인 선생이 모니터를 보면서 '저리가'라고 하더라. 그 뒤로 신기할 정도로 유해진과 촬영감독 컨디션이 좋아졌다"고 에피소드를 전했다.
최민식은 "오랜만에 출연작으로 시사회를 해서 참 좋다. 나는 이 작품을 장재현 감독 하나 보고 선택했다. 우리나라의 민속신앙이 있다. 인간과 신의 중간에서 다리를 놓는 부분이 있지 않나? 그런데 어느 순간 그게 터부시되고 있더라. 그런 부분을 장재현 감독이 애정을 가지고 보는 것 같았다. 사고방식도 좋지만 영화 만듦새가 구멍이 없이 촘촘하다.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가운데 이 작품을 제안받았다. 풍수사가 가진 가치관이나 철학이 던지는 메시지도 좋았지만 솔직하게 이 작품에서는 내가 장재현 감독의 조연출이다 생각하며 임했다. 굳이 상업적으로 표현하지 않아도 관객과 소통하려는 힘이 느껴졌다. 참 대단한 감독인 것 같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풍수사 역을 맡은 최민식은 "촬영 내내 흙을 집어 먹었는데 그걸 진짜로 먹었다면 맹장이 걸렸을 것이다. 미술팀의 배려로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소품을 먹었다. 실제로 풍수사들 중 흙을 맛보며 명당을 가리는 분도 있다. 나 역시 영화 속에서 그런 설정을 가져온 것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군대 제대한지 30년이 넘었는데 오랜만에 삽질을 열심히 했다. 포크레인도 있는데 왜 삽질을 하나 싶기도 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현장 자체가 화합이 잘됐다. 그런 현장은 물리적인 피곤함은 신경 쓰이지 않는다. 유쾌하게 삽질을 한 작품이 됐다"고 웃었다.
유해진은 "한 번도 오컬트 장르를 해본적이 없었다. 우리나라 오컬트 장인이라는 장재현 감독의 연출이 어떨지 궁금했다. 어떻게 영화가 만들어질지 호기심에 선택하게 됐다. 장재현 감독과 이야기 중 가장 재미이었던 부분은 다른 인물보다 현실적인 면모라는 것이다. 내가 맡은 장의사 역할은 관객의 생각일 수도 있을 것 같았다"고 전했다.
무당으로 변신한 김고은은 "오컬트 장르의 영화를 좋아했고 장재현 감독의 전작을 전부 봤다. 이번에 제안을 받았을 때도 재미있게 시나리오를 읽었다. 이미 최민식 선배가 캐스팅이 된 상태였는데 선배와 연기를 할 수 있는 귀한 기회가 될 것 같아 선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영화 속 굿 장면은 촬영 전 리허설을 했고 촬영 당일에는 카메라 4대로 한번에 촬영을 이어갔다. 하루 안에 끝낼 수 없었던 분량이었지만 하루에 소화했다. 굿에 대한 퍼포먼스를 선생들과 연습을 많이 했다. 대살굿을 할 때 계속 뛰어야 해서 육체적으로는 힘들었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힘들이지 않고 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에 유해진은 "시간 날 때마다 경문을 외우고 현장에 온 무속인 선생들에게 레슨을 받는 등 열심히 했다. 배우들은 내가 상대 역을 하면 어땠을까 생각을 많이 하는데 김고은을 보면서 피말리는 연습을 많이 하는구나 싶었다. 저 에너지를 어떻게 끌고 올지 걱정하기도 했다"고 김고은의 노력을 칭찬했다.
최민식 또한 "'저러다 무슨 일 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옆에서 지켜봤을 때 몰입도가 정말 대단했다. 물리적인 몸의 힘든 상황보다 배역에 몰입하고자 하는 배우의 프로패셔널한 느낌이 정말 감동적이었다"고 덧붙였다.
'파묘'는 오는 22일 개봉한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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