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3650% ‘살인금리’로 불법사채놀이… 국세청, 179건 동시세무조사

#. A씨는 고향 지인들을 모아 조직을 만든 뒤 불법 사채업을 시작했다. 이들은 텔레그램 전담팀, 면담팀, 인출팀 등 역할을 분담하고 대부중개 플랫폼 광고를 통해 ‘고객’을 끌어모았다. 이들은 광고를 보고 연락해온 신용 취약계층 수천명을 상대로 최고 연 3650%의 초고율 이자를 수취했다. 
 
이들은 특히 다른 채무자들 명의의 차명계좌를 이용해 수익은 은닉하는 수법을 썼다. 20만~30만원 추가 대출을 해준다거나 이자를 할인해주겠다고 유인해 다수의 차명계좌를 확보할 수 있었다. 높은 이자로 돈을 빌려준 뒤에는 갖은 방법을 동원해 돈을 받아냈다. 사전에 확보한 채무자의 개인정보, 지인 연락처 등을 이용해 가족, 지인들에게 채무 사실을 알리겠다고 협박하거나 실제로 지인에게 전화를 하거나 직접 방문하는 수법으로 돈을 받아챙겼다. 

 

사진=뉴스1

국세청이 A씨처럼 고금리와 협박·폭력 등을 동원한 추심으로 민생을 위협하는 불법 사금융업자 등에 대한 조사 179건을 착수했다고 20일 밝혔다. 조사유형은 세무조사 119건, 자금출처조사 34건, 체납자 재산추적조사 26건이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11월 대통령 주재로 개최된 ‘불법사금융 민생현장 간담회’ 후속조치로, 같은달 30일 1차 조사(163건)에 이은 두 번째 조사다. 윤 대통령은 당시 간담회에서 “불법 사금융을 끝까지 처단하고 불법 이익을 남김없이 박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후 국세청은 ‘범정부 불법사금융 척결TF’에 참여했으며, 차장을 단장으로 하는 자체 TF도 별도로 운영하는 등 불법사금융 척결에 힘을 쏟았다. 

국세청은 1차 조사를 통해 이날까지 431억원을 추징·징수했으며, 10건의 범칙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또 담보로 제공받은 부동산을 자녀 명의로 대물변제 받거나 불법소득을 편법증여받아 호화 생활을 누린 이들에 대한 자금출처조사를 통해 19억원을 추징했다. 불법 대부업 세무조사로 거액을 추징받고도 고의로 체납한 자에 대해서는 거주지 탐문 등을 통해 11억원을 징수했다.

국세청은 1차 조사를 바탕으로 유관기관과 더욱 긴밀한 협조를 통해 2차 조사를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2차 조사에서 진행되는 세무조사(119건) 중 유관기관 자료에 기초한 조사선정이 74건(62%)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차 조사의 비율(30%)과 비교해 2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국세청은 1차 조사에서 금융추적과 제보 등을 통해 밝혀낸 전주를 이번 2차 조사대상자로 선정하는 한편, 일명 ‘휴대폰깡’ 등 신종수법을 활용한 불법사채업자도 조사 대상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2차 조사에서는 부처간 칸막이를 허무는 긴밀한 협업이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정재수 국세청 조사국장은 “지난 불법사금융 민생간담회를 계기로 불법사금융 근절에 상호협력하기로 뜻을 같이한 관계부처들은 범정부TF를 중심으로 긴밀한 공조 체제를 수립해 국세청 조사 전 과정에서 협업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경찰의 경우 불법사금융 조직총책들과 그 일당 수백명의 명단과 함께 언론에 보도된 사건에 대한 범죄일람표 등 수사자료를 제공받았다. 국세청은 이를 활용해 1차 조사 6건, 2차 조사 23건을 선정했다. 이 과정에서 사채조직을 운영하며 최고 3만1000%가 넘는 이자를 불법추심한 사채업자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기도 했다. 

정 국장은 “앞으로도 유관기관과의 공조체제를 기반으로 조사 전과정에서 협업해 불법사금융에 엄정 대처하겠다”며 “탈루 세금을 추징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사금융 전반의 환경이 개선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안용성 기자 ysah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