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203% 사채 이자 챙기고 세금 한 푼도 안 내

불법사채업자 세금 431억원 추징…179건 추가조사

정재수 국세청 조사국장이 20일 세종시 국세청 본청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불법 사금융 조사 착수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국세청 제공

대부업법 위반 전과가 있는 미등록 사채업자 ㄱ씨는 영세 상인 2천여명을 대상으로 9천여회에 걸쳐 400억원대 불법 대출을 했다. 150만원을 빌려주며 수수료 명목으로 선이자 15만원을 떼고 두 달 뒤 180만원을 돌려받는 등 최고 연 203%에 이르는 이자를 챙겼다. 이렇게 번 이자 수입은 세무서에 한 푼도 신고하지 않았다.

미등록 대부 중개업자 ㄴ씨는 저가 중고차를 비싸게 구매해 재산 등록을 하면 신용도가 올라가 대출 가능액이 늘어난다고 속이고 300만원짜리 중고차를 3천만원에 팔아치우는 등 사기 수법을 통해 얻은 이익을 신고하지 않고 명품·호텔 회원권·주식 등을 샀다.

국세청은 이들을 포함한 미등록 대부업자와 불법 추심을 하거나 법정 최고금리(연 20%)를 넘는 이자를 받은 등록 대부업자 등 불법 사금융 총 179건을 상대로 2차 전국 동시 조사에 착수했다고 20일 밝혔다. 조사 유형별로 세무 조사 119건, 자금 출처 조사 34건, 체납자 재산 추적 조사 26건이다. 조사 대상 74건은 검찰과 경찰, 금융감독원 등 관계기관으로부터 넘겨받은 자료를 바탕으로 선정했다.

정재수 국세청 조사국장은 “불법 사금융 조사를 통해 탈루 세금을 추징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사금융 전반의 환경이 개선되도록 제도 개선 방안을 적극 발굴하겠다”고 했다. 국세청은 지난해 11월 윤석열 대통령 지시에 따라 불법 사금융 163건을 대상으로 1차 전국 동시 조사를 벌여 세금 431억원을 추징(세금 부과) 및 징수했다. 1차 세무조사의 1건당 세금 추징액은 약 4억원으로, 과거 국세청의 불법 사금융 세무조사 건당 추징액(1억원 내외)의 4배로 급증했다. 고강도 세무조사를 벌였다는 의미다.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