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넷마블·NHN·컴투스, 허리띠 조이고 본업 승부
'사업 다각화=성장' 공식 깨지자
계열사 줄이고 비핵심사업 정리
위기 돌파 위해 본업 게임 집중
넥슨·크래프톤은 새 장르 공략
글로벌 경기 불황 터널을 지나고 있는 게임사들이 올해 질적 성장에 초점을 맞춘다. 비핵심 사업을 정리하거나 비중을 줄이고, 본연 사업인 게임에 집중한다.
20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주요 기업들은 양보다 질에 신경 쓰는 '내실 쌓기'에 돌입했다. 코로나 팬데믹 특수에 힘입어 사업 및 게임 다각화에 공격적으로 나섰지만 게임 출시가 매출 상승으로 이어지던 공식이 깨졌기 때문이다. 메타버스를 비롯한 신사업 성과도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기업들은 올초부터 규모와 상관 없이 기존 사업과 자회사 정리에 나섰다. 엔씨소프트는 지난달 초 '트릭스터 M'을 출시했지만 성과가 미진했던 자회사 엔트리브소프트 소속 직원 70여명에 권고사직을 통보한 데 이어 지난 15일자로 법인을 정리했다. 넷마블에프엔씨도 자회사 메타버스월드를 정리, 직원 70여 명에게 권고사직을 통보했다.
작년 매출 2조를 넘긴 NHN도 올해 최대 영업이익을 목표로 연내 10개 계열사를 정리한다는 계획이다. 안현식 NHN CFO(최고재무책임자)는 지난 14일 컨퍼런스 콜에서 "올해 말까지 자회사를 70개 이하로 줄이겠다"며 "5대 핵심 사업 주요 계열사와 시너지가 나지 않는 곳은 이익이 발생하더라도 정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여기에다 '비용 효율화'를 위해 마케팅비와 인건비 통제에 나섰다. 엔씨, 넷마블, 컴투스 IR자료에 의하면 작년 4분기 인건비를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 9.5% , 3% 줄였다. 특히 엔씨와 컴투스는 마케팅비를 각각 55%, 25% 줄였다.
영업비용을 최대한 줄이는 한편 다양한 장르와 플랫폼 신작을 출시해 어려운 상황을 타개하겠다는 전략이다. 모바일게임의 경우 팬층이 두터운 장르인 서브컬처를 눈여겨 보고 있다. 넥슨 '블루 아카이브', 시프트업 '승리의 여신: 니케'가 대표적인데 연내 NHN '스텔라판타지', 컴투스 '스타시드: 아스니아 트리거', 네오위즈 자회사 파우게임즈 '영웅전설: 기가브 트릴로지', 웹젠 '테르비스' 등이 출시될 예정이다. 이 장르는 '일본어 더빙·한국어 자막'에 대한 선호가 강한 만큼 게임사들은 일본 유명 성우들과 작업하고 그래픽과 게임 퀄리티 향상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국내 모바일게임의 다수를 차지하는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도 선보인다. 카카오게임즈 '롬', 넷마블 '아스달 연대기: 세 개의 세력', '나 혼자만 레벨업: 어라이즈', '레이븐2' 등 3종, 위메이드 '레전드 오브 이미르' 등이 출시된다. MMORPG는 리니지와 유사한 게임이 많고 전성기에 비해 인기가 식었다는 평이 많으나 구글·애플 양대 마켓에서 상위권을 차지하는 만큼 차별화된 게임성을 담아낸다면 성공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롬'이 오는 27일 가장 먼저 나온다.
콘솔 플랫폼과 PC게임도 개발 중이다. 글로벌 시장에 도전하고 중장기적 관점의 동력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작년 넥슨 '데이브 더 다이버', 네오위즈 'P의 거짓'이 서구권에서 큰 호응을 받은 것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엔씨는 '배틀크러쉬'를 닌텐도 스위치 용으로 개발하고 있다. 넷마블은 '일곱개의 대죄: 오리진'을 다듬고 있다. 카카오게임즈는 자회사를 통해 '아키에이지2', '검술명가 막내아들(가제)' 등 다수의 신작을 준비 중이다.
견조한 성장을 기록한 넥슨과 크래프톤, 네오위즈는 인기 IP(지식재산권)를 활용하거나 새로운 장르작을 선보이며 굳히기에 들어선다.
'P의 거짓'을 흥행시킨 네오위즈는 DLC(다운로드 가능 콘텐츠)를 출시하며 '빨간 머리 앤'을 재해석한 '오 마이 앤'을 상반기 내 정식 출시한다. 해외 이용자 비중이 90%에 달하는 '고양이와 스프' 기반 신작 2종도 공개한다. 넥슨은 상반기 내 차세대 루트슈터 '퍼스트 디센던트'를 선보이고 '마비노기 모바일'을 연내 출시한다. 인기 게임 '던전앤파이터'를 기반으로 한 액션 RPG '퍼스트 버서커: 카잔'도 개발 중이다. 크래프톤은 '다크앤다커 모바일','인조이', '딩컴 모바일' '프로젝트 블랙버짓', '서브노티카 2' 등을 선보인다. '다크앤다커 모바일', '인조이', '블랙버짓'을 연내 얼리엑세스로 출시하고, '스케일업 더 크리에이티브' 전략 하에 이뤄진 지분 투자와 퍼블리싱으로 10개 이상 게임을 선보인다.
김영욱기자 wook95@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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