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공천 파동' 수준?…홍영표 "당 정상화 힘 모으겠다" 집단행동 돌입

박정연 기자 2024. 2. 20.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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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공관위원장이 통보, 내가 안 해" 일축…최고위 열어 '분열 대처' 방안 논의

더불어민주당 공천 내홍이 김영주·박용진 의원 등 공천 페널티(하위 20%) 통보, 현역 배제 여론조사 등으로 격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갈등이 본격화된 가운데 비명(비이재명)계의 주축인 친문(친문재인)계의 반발 기류도 거세지고 있다. 특히 친문계 좌장 격인 홍영표 의원은 "당을 정상화하는 데 우리들이 지혜와 힘을 모아보겠다"며 집단 행동 가능성까지 시사하고 나섰다. 홍 의원은 본인 지역구(인천 부평을)에서 현역의원인 자신을 제외한 총선 경쟁력 여론조사가 시행된 것으로 알려진 당사자이기도 하다.

홍 의원은 20일 국회 본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원래 공천 때는 당이 약간 혼란스럽지만 이번에는 비선, 밀실, 사천 이런 식으로 얘기가 나온다. 지금 이렇게 가는 것은 어느 시기에도 보지 못했던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홍 의원은 최근 비명계 현역 의원을 제외한 총선 여론조사가 각 지역에서 진행돼 논란이 불거진 것을 언급하며 "여론조사 같은 것들이 지금 정말 정체불명의 불법성도 높은 것들이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홍 의원은 특히 친문·비명 그룹 의원들 간 비공개 모임을 가졌고, 이를 이어가겠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그는 "오늘도 계속 만나기로 했다"며 "의원들이 굉장히 투명하고 공정한 공천이 무너진게 아닌가 하고 우려한다"고 전했다. "지금 상황을 빨리 정상화시키지 않으면 이번 총선에서 윤석열 정권에게 헌납하게 되는 것"이라고 위기감을 강조하기도 했다. 다만 집단 탈당 가능성이나 이재명 지도부 2선 후퇴 요구 등에 대해서는 "그런 것까지는 아직 아니다"라며 "의견을 모으는 과정이기 때문에 나중에 얘기하겠다"고만 했다.

홍 의원은 이날 설훈, 전해철, 송갑석, 윤영찬, 박영순 의원 등과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회동을 가졌다. 홍 의원은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당내 상황에 대해 정말 심각하게 바라보는 의원들이 굉장히 많다"며 "내일 의총에서 모아진 의견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했다.

앞서 이재명 대표는 일부 전·현직 의원에게 직접 전화해 불출마를 사실상 권유하고 친명(친이재명)계 의원들 일부와 '밀실' 컷오프 논의를 했다는 설이 나오며 당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여기에 더해, 당대 대표 비명계로 분류되는 박용진 의원이 이날 선출직 공직자 평가 하위 10%에 포함됐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스스로 밝히면서 선출직공직자 평가 등 이른바 '시스템 공천'이 사실상 비명계를 표적으로 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나오고 있다.

한 비명계 중진 의원은 "공천 과정에서 불신이 쌓여서 선거에서 당이 괜찮을지 걱정된다"고 우려했고, 또다른 재선 의원은 "박용진이 하위 10%라니 말이 되느냐"며 "경쟁자는 다 죽이려고 하는 것 같다. 박용진이 대선 경선에서 완주하다보니 세력이 있어서 견제하려는 것 아닌가"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한 초선 의원도 "박 의원이 하위 10%에 포함되어서 너무 충격받았다"며 "당이 미쳐 돌아간다. 그냥 망하는 게 아니라 최선을 다해서 망하고 싶어서 안달난 상황인 것 같다"고 격앙을 숨기지 못했다.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도 이날 YTN 라디오에 출연해 "민주당은 공천 파동 수준의 단계로 와있다"며 "이런 것들이 잘 수습되지 못하는 경우, 국민들 눈에도 좋게 보일 수가 없다"고 했다. 그는 "이러면 이제 아주 어려워지는 것", "총선 승리를 헌납하는 것"이라고 우려하며 "공천 파동이 일어나고 충돌이 일어나면 천둥번개 소리도 안 들리고 공천 파동만 보인다. 예를 들어 김건희 여사 명품백 문제도 민주당 공천 파동이 일어나고 국민의힘 공천 파동이 일어나면 안 보이고 작아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 전 수석은 특히 "저도 사무총장을 했던 시절, 문재인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에 불출마를 했었다"며 "대표나 주류들이 뭔가 내려놓으면 상황 정리가 명분 있게 될 수 있는데, 그렇지 않고 사무총장 등 요직에 있는 사람들은 오히려 경쟁자를 자격심사 과정에서 탈락시켜버려서 사실상 단독 공천을 받으니 (상대 측은) 반발을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친명 주류의 '선(先)희생'이 없음을 지적한 것이어서 시선을 모았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0일 국회 본회의에서 생각에 잠겨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표는 이날 본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하위 20%' 논란에 대해 "(임혁백) 공관위원장께서 통보하신 얘기를 하는 것 아니냐"며 "저는 그런 통보를 한 일이 없다"고 거리를 뒀다. 그는 "저는 (하위 20%) 명단이 어떤 내용인지 전혀 모른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당내에서 사당화 비판이 나온다'는 입장을 묻자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고, 그 평가 결과에 대해서 모두가 만족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본인은 동의하지 못하는 평가들에 대해 당연히 불평, 불만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것(평가 결과)은 공정하게 위원회를 구성해 오래 전 평가한 결과였기 때문에 어렵더라도 국민 눈높이에 맞는 공천을 위해 불가피한 과정이라고 이해해주길 부탁드린다"며 "공천관리위원회가 공정하게 잘 하실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래 혁신이라고 하는 것이 그 언어의 의미가 가지는 것처럼 정말 가죽을 벗기는 그런 고통을 의미하기도 한다"며 "새로운 모습으로 환골탈태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일종의 진통으로 생각해주시고 훌륭한 인물들로 공천관리위원회가 잘 결정해 드릴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하위 평가 의원 다수가 비명계 의원이라는 비판'에 대해선 "그렇지 않을 것"이라며 "내가 아끼는 분들도 많이 포함돼 있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연쇄 탈당 우려', '지지율 하락 우려', '박용진 의원의 기자회견은 보셨나' 등의 질문에는 답을 하지 않았다.

지도부는 이날 본회의 교섭단체 대표연설 뒤 비공개회의를 열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사실이 아니고 갈등과 분열을 일으키는 내용에 대해 확실하게 대처하자는 얘기를 했다"고 했고, 장경태 최고위원은 "대응방안 등 여러 논의를 했다"고 밝혔다.

[박정연 기자(daramji@pressian.com),서어리 기자(naeori@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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